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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마이 퓨처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블루픽션상 수상작 <꼴찌들이 떴다!>의 양호문 작가의 신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무 읽어보고 싶었던 전작은 어영부영하다 읽어보지 못하고 놓쳤던 작품이라 아쉬움을 가졌었는데, 그의 신작을 읽어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다. <<웰컴, 마이 퓨처>>는 아슬아슬한 10대를 보내고 있는 고2 장세풍을 주인공으로 하여 십대들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속에 나이롱환자 같은 가짜 인생을 보내고 있는 어른들을 풍자하고 있어, 읽는내내 어른의 한사람으로 많은 부끄러움을 느껴야만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세풍이와 전혀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마성준을 내세워 그들의 삶을 비교하게 하는데, 친구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두 아이를 통해서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0여년 전만해도 대학은 선택이었지만, 요즘은 대학은 필수요, 어떤 좋은 대학을 들어가느냐가 선택이 되었다. 대학은 초중고처럼 정규코스처럼 되어버렸기에,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은 한, 좋은 회사에 취직하다는 건 하늘에서 별따기다.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삶은 경쟁사회에서 싸워서 이겨야하는 전쟁의 연속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낙오자가 되고, 누군가는 승리자가 되지만 모의고사, 수능시험에서 낙오되었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장세풍은 과감하게 자퇴를 하고 학교를 나온다. 우리가 선택해야하는 평범한 삶의 코스가 아니라고 해서 세풍이의 삶이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직업병으로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 새벽마다 김밥을 말아 판매하는 엄마를 돕겠다고, 세풍은 이삿짐센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삿짐을 옮기다가 할머니의 자개장롱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나마도 그만두어야했다.
엄마는 처음 좌판을 차리면서 삼 년 안에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얻어 제대로 된 분식집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사년이 되 다어가도록 분식집은 커녕 좌판 장사마저 접어야 할 만큼 김밥 장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신지체인 형 앞으로 나온 생활보조금과, 누나가 그나마 직장을 다니며 집에 생활비를 보태고 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구슬 꿰기 부업으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던 여름 날, '히틀러'인 학생 부장 윤리 선생이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을 심하게 구타한 뒤, 설교를 하며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듯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을 보던 세풍은 그 모습을 참지 못하고 대들다가 결국 담임인 남대길 선생님에게 마지막 경고를 듣게 된다.
"너,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얌전히 학교를 다니든지, 아니면 때려치우든지, 둘 중에 하나 택해!" (본문 133p)
결국 세풍은 자퇴를 하고 싶은 솔직한 속마음을 전하고 사회로 뛰어든다. 분식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세풍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사회와 부딪치게 된다. 나일롱 환자부터 자신의 잇속만 차리려는 어른들까지 세풍은 불행한 일을 계속 겪게 되지만, 그 속에서 꿋꿋하게 버텨나간다.
세풍의 친구 마성준은 넉넉한 가정 형편에 과외를 받고, 최신형 핸드폰을 갖고 있는데다 전교 1등을 하는 우등생이지만,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데, 삶이란 결코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성준 그리고 세풍과 세풍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아영은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결국 삶의 승자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세풍과 아영으로 돌아갔다.
"아, 학생이 또 죽었대. 요즘 애들은 걸핏하면 목숨을 끊으니원! 마음이 그렇게 약해빠져서 어디다 써먹어? 바보 같은 것들! 쯧쯧! 생명이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게야." (본문 60p)
"세풍 오빠, 나, 이 세상 한번 끝까지 살아 볼 거야. 자신 있어! 아버지 없으면 어때? 엄마가 없으면 어때? 가난하면 또 어때? 그렇다고 죽으면 세상에 남아 있을 애가 몇 명이나 되겠어? 정말 자신 있어!" (본문 278p)
세풍은 정말 되는 것 하나없이 불행한 일만 겪는다. 가난한데다 하는 일마다 제대로 안되지만 세풍은 세상과 당당하게 맞섰다. 정말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세풍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삶을 제대로 살아볼 용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세풍이 만난 위선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어른인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보여줄 것은 못난 세상이 아니라,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못난 어른들 사이에서 청소년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나대길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하루를 연명하면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일구어내는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10대(출판사 서평 中)인 그들에게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세풍은 자신이 가진 용기와 희망을 나누어준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세풍이와 꿈을 꾸고 고민하는 우리 십대의 아이들에게서 나는 밝은 미래를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