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개의 별 - 마지막 종이책 샘터어린이문고 24
심금 지음, 김유진 그림 / 샘터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내게 소망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갖는 소원일 듯 싶다) 지금보다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나만의 서재를 꾸미는 일이다. 좁은 집에 대책없이 꽂혀져있는 책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보관상의 문제로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책 냄새에 흠뻑 빠져 커피 한잔과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여유도 갖고 싶다.

 

 

전자책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나는 책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손으로 직접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전자책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스마트폰에서 쉽게 책을 다운 받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보다 가벼운데다 다량의 권을 저장해서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과학이 더 발전하고 그에 따라 문화가 변화되고, 자연훼손으로 종이 부족현상이 오게 되면, 머지않은 미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으로 책을 읽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런 미래는 달갑지가 않다.

 

<<9만 개의 별-마지막 종이책>>은 2064년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미래의 사람들은 세계 공통어인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고, 도서관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곳 '방울토마토'라 불리는 도시에 지상에 남은 마지막 도서관이 존재하는데, 뜻밖에도 이 9만권을 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은 2년전, 할머니와 부모님이 이상기후로 인한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행방불명되면서 할머니가 미리 남겨 놓은 유언에 따라 도서관을 물려받게 된 열두 살 소녀 새별이었다.

새별이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책벌레였고, 도서관의 충실한 관리자였는데,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면 도서관 문부터 열었고, 언제나 정해진 시각에 문을 닫았다. 5개월 전에 '뭘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는 이들이 잠시 다녀갔고,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른 남자아이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새별이는 책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 바람에 이상한 여자애라는 소문이 나 버렸고, 점점 외톨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도서관에 방문객이 찾아왔다. 새별이는 기쁜 마음이 앞섰고, 감격스러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경찰을 피해 들어온 탈주범이었던 것이다.

컴퓨터로 온 세상을 움직이는 미래에 커다란 재앙이 찾아왔다. 전자 바이러스가 정부의 중앙 시스템에 침투하여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연결망이 파괴되었고, '블랙 허리케인'이라고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개인 컴퓨터에까지 퍼져 중요한 정보들을 삭제해 버리는 무서운 힘을 가졌으며, 블랙 허리케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전자책이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양의 전자책을 단 1초만에 모두 지워 버린 이 바이러스로 책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새별이가 지키고 있는 도서관의 종이책만 빼고 말이다.

이제 탈주범은 큰 돈을 벌기 위해 도서관의 책을 뺏으려 하고, 새별이는 오박사인 할머니가 만들어놓은 설계에 의해 도서관을 타고 이동하게 된다. 뜻밖에 도서관에서 잠이 든 강산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이들은 도서관 책을 탐내는 탈주범들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도서관의 이동 경로에 따라 아이들은 세상 곳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종이책의 좋은 점, 책이 주는 장점을 알리게 된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품게 되었고, 어른들은 추억을 느끼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을 칭찬하지. 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란 그보다 더 어렵다는 걸 알아야해. 왜냐하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본문 98p)

 

한 권의 종이책에는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생각과 추억이 더해지고 더해진다. 책의 겉표지와 속지에 조금씩 손때가 묻고 낡아 가듯이. (본문 101,102p)

 

아이들은 오랜된 책들이 내뿜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조용히 서가를 돌며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책들의 미로를 한 발, 두 발 걷다 보면 자신이 찾던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렘이 가슴에 차올랐다. (본문 131p)

 

 

 

세상은 훨씬 과학적이고 섬세하고 멋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기존의 제품들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휴대폰이 생기면서 삐삐는 사라져 추억이 되었고,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되면서 필름 카메라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새로운 것의 등장으로 옛 것은 사라지고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종이책'이어야 할 것이다. 오래될수록 더 값어치를 나타내는 종이책이야말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쑥날쑥 제멋대로 꽃혀진 우리집 책장 속에 책들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 책들을 통해서 소통하게 되고,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9만 개의 별-마지막 종이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책이 주는 장점과 종이책의 소중함을 모험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책 속에서 찾아보는 설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9만 개의 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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