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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시리 제임스를 알게 된 건 몇 개월전에 읽었던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를 통해서였다. <제인 에어>의 제인 못지 않은 삶을 산 샬럿의 일생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그녀의 글에 대한 열정과 사랑, 꿈 등이 멋진 작품으로 탄생되었었는데, 이번에 저자는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삶을 토대로 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을 출간했다. 전 작품을 통해 저자의 글에 매료되었기 때문인지,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다음에는 또 어느 작가의 삶을 보여주게 될까에 대한 궁금함에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했다.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에서는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자 셰익스피어'로 불리우며 연애 소설의 대가가 된 제인의 삶에 허구를 덧입혀 작품 속에 녹아든 그녀의 삶과 사랑 그리고 결혼관 등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빠 에드워드 오스틴 나이트가 소유한 주택 가운데 하나였던 초튼매너하우스 다락 한구석에서 제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루비가 박히고 정교하게 세공된 금반지와 고문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제인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대해 잘 묘사되고 있는데, 소설에 대한 그 시대의 인식,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이나 결혼, 사랑 등의 시대상을 통해서 제인이 여자로서, 작가로서 자신의 꿈과 사랑에 대해 뚜렷한 사고 방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미뤄짐작 할 수 있었다.
"제가 돈을 벌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남자들은 직업을 고를 수도 있는데. 열심히만 하면 돈도 명예도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여자들은 집에 쳐박혀서 남의 호의나 기다려야 하고." (본문 41,42p)
"숙녀분들이 하하하는 이이이야기가 고고고고작 이이이이건가요? 머머멍청한 소소소소설?" (본문 83p)
"왜냐하면 작가란 여자들에게 바람직한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으니까요. 또 저는 쓰라린 실패에 뒤따르는 조롱이나 비난이나 경멸을 반기지 않으니까요." (본문 146p)
"여성 소설가들을 세상이 어떻게 대하는지 못 봤어? 사람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이러쿵저러쿵 쑥덕거리고, 문학가인 척한다며 흉을 보지. 차라리 여자가 아닌 척해서 번거로운 일들을 피하고 싶어. 사람들이 나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건 사양하겠어. 안 그러면 줄타기 곡예사처럼 세상에 드러나게 될 거야." (본문 281p)
갑작스러운 이사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무일푼인 어머니와 제인 그리고 카산드라 언니에게 닥친 경제적 위기로 어머니와 자매는 친지를 방문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다 갓 결혼한 해군인 프랭크 오빠의 권유로 사우샘프턴에서 정착하게 된다. 이 때까지 제인은 <수잔><첫인상><이성과 감성> 세 작품을 집필했지만, 출판을 약속한 <수잔>은 몇 년이 지나도 출판이 되지 않아, 제인은 글쓰기를 중단하고 편지 쓰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여행을 권유한 헨리 오빠와 함께 라임으로 여행을 하게 된 제인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기게 된 애시포드 씨와 짧은 만남을 하게 된다. 짧은 만남 이후 오랜시간동안 제인의 마음을 흔든 애시포드와의 우연치 않은 재회를 통해서 제인은 애시포드를 깊이 사랑하게 되고,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제인은 애시포드의 격려로 다시 글을 쓰게 된다.
"왜 벌써부터 그런 걸 걱정하죠? 재능만 있으면 결국에는 다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당신은 작품을 출판한 소설가가 되고 싶나요?"
"제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그러면 당신은 꼭 그런 소설가가 될 겁니다. 제인 오스틴 양." (본문 148,149p)
하지만 두 사람은 좀처럼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 채 또 다시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되는데, 애시포드를 그리워하던 제인은 그의 약혼 소식을 접하게 되고,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애시포드의 정략결혼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되고,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에서 풀려난 애시포드와 제인은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시 두 사람의 사랑에 큰 어둠이 드리워지고, 애시포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인과의 결혼을 약속하지만, 제인은 애시포드를 위해 기꺼이 그 아픔을 감내한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제인에게 애시포드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으르렁대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서로 으르렁댄다고요?"
"처음에는 서로를 경멸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그래서 오만을."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 (본문 325p)
제인은 <이성과 감성>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으며, 기존에 쓴 작품 <첫인상>을 완전히 뜯어고쳐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최고의 연애 소설로 평가받게 된다.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에서는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되는 장면이나, 작품 속에 소재가 되고 있는 삶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는데, 소설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펨브룩 홀을 방문한 경험은 <오만과 편견><첫인상>에, <이성과 감성>에서는 자매와 엄마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수록했다.
당시의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을 중시하고 있었는데, 사랑없는 결혼을 싫어했던 제인이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아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는 장면이나, 사랑보다는 자신의 조건을 내세워 청혼하는 모튼 씨의 모습 속에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노처녀에 글을 쓰는 작가라는 시대적인 편견에 맞섰으며, 시련의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받은 작가된 제인 오스튼의 삶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비망록의 발견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마치 제인이 기록한 글처럼 그녀의 삶이 잘 투영되어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덮고 난뒤에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만과 편견>과 이 작품의 닮은 꼴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가 될 듯 싶다.
(사진출처: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표지와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