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근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책을 놓을수가 없어 결국 자정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듯 말듯, 결론이 날듯 말듯 나지 않은 채 지속되는 긴장감 속에 결말을 보지 않고서는, 그 궁금증의 갈증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2010년 독일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자 시리즈 전체가 6개월 이상 판매 순위 50위 안에 머물며 주목을 받고, 전 세계 1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는 등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미스터리(출판사 서평 中)라는 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으며, 소설 <도가니>를 떠올리게 되었다. 광주의 한 장애학교가 배경이 된 무참한 사건 속에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원장, 그리고 그런 그의 죄를 들춰보지 않으려는 마을의 공직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채 오랜 시간동안 묻혀져 있었지만, 다행이도 문학의 힘으로 드디어 범죄가 세상에 드러났고, 그 죄값을 물게 되었다.

이 추리소설 속에는 <도가니>의 맥락과 닮은 꼴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묻은 채, 한 소년의 10년을 빼앗아버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테파니와 로라, 여학생 두명을 죽인 댓가로 10년을 교도소에서 수감한 토비아스가 2008년 11월 6일 목요일 출소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회의 편견과 패배가 기다리는 미래가 그를 겁나게 했지만, 이제 유명한 여배우가 된 학창시절 여동생이나 다름없었던 나디야 폰 브레도프는 그에게 용기를 준다. 토비는 함께 지내자는 나디야의 호의를 거절하고, 사건이 발생했고 부모님이 여전히 살고 계신 집이 있는 알텐하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쓰러져가는 아버지의 레스토랑 '황금 수탉'과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적개심이었다.

알텐하인으로 이사온 지 얼마안된 아멜리는 토비가 돌아옴으로써 떠들썩해진 마을에 의해 10년 전의 사건을 알게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토비가 출소된 후, 에슈본의 폐쇄된 군 비행장에서 로라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토비의 엄마는 누군가에 의해 육교에서 떠밀려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10년 전 사고가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다. 이번 사건을 맡게 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10년 전 사고와 무관하지 않음을 직감하고 토비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한편 마을의 지주인 테를린덴의 큰 아들이자, 자폐아인 티스는 10년 전 자신이 목격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후 아멜리에게 전해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토비에게 호감을 갖게 된 아멜리가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실종되고, 아멜리의 실종으로 인해 토비는 또 한번 용의자로 지목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을 의심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는 1~3명의 용의자가 지목되는 반면, 이 책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의심스러워 추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치달을 즈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듯 했지만, 파헤치면 파헤질수록 또 다른 진실이 등장한다.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나는 점점 책 속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하여 추리 외에도 그들의 심리 상태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는데, 용기를 가지고 사건을 파헤치려했던 당찬 아멜리와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 정황만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기존 경찰과의 모습과 달리, 진취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피아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는 '추리'를 통해서 가족, 권력,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이들의 추악함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권력욕에 의해 눈가리고 아웅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들의 모습 또한 얼마나 추잡스러운지, 읽는내내 밝혀지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본성이 드러날때마다 그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가족, 친구 따위는 보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랑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질투심으로 사건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과정 속에 펼쳐지는 추리와 심리묘사가 너무도 흥미로운 이 책을 통해서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에게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확실히 깨달았어요. 가족이라는 소속감으로 반드시 그 사람을 감싸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요." (본문 396p)

 

심리 묘사와 인간의 본성이 너무도 잘 드러난 묘사가 사건 속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흥미뿐만 아니라 읽는 즐거움까지 이끌어냈다. 늦은 시간까지 결말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읽었던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