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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은 어때? ㅣ 생각나누기 2
엘레 판 리스하우트.에리크 판 오스 글, 박선주 옮김, 미스 판 하우트 그림 / 아라미 / 2011년 10월
구판절판
표지에 그려진 바닷속 생물을 그린 캐릭터가 너무도 귀여운 그림책이다. 표지를 펼치니, 깊은 바다를 연상케하는 푸르름이 펼쳐져 마음까지 푸르러지는 기분이 든다. 페이지마다 바다 속 풍경이 너무 예쁘게 펼쳐져있어, 절로 'under the sea' 노래가 떠오르는 그림책이다. 이렇게 삽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는 그림책이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면 그 이야기가 더욱 매료된다.
문어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른도 그럴진대, 하물며 아이들은 말하면 머하랴.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엄마는 생각은 어떤대?""엄마라면 어떻게 할건데?"
우리 아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되묻는다. "네 생각은 어떤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으며, 타인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나 자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는 멋진 바다에 사는 문어를 통해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법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바다 속 아늑한 집에 문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문어의 집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집이었고, 맛있는 요리도 해 먹을 수 있었으며, 아름다운 바깥풍경도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헤엄을 치고 돌아오 보니 커다란 꼬리가 문어네 집을 꽉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어가 다가서려는 순간 커다란 꼬리가 꿈틀거렸고, 문어는 깜짝 놀라 도망을 쳤다.
"어떡하지?"
소라게는 큰 꼬리를 가진 녀석이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어는 짐을 옳기고 싶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해파리들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온 녀석을 당장 쫓아버리라고 말하지만, 문어는 엄청나게 큰 꼬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문어는 커다란 고래는 생각도 굉장히 클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래를 찾아갔지만, 집도 없었고 집이 필요하지 않은 고래에게는 어떤 조언도 들을 수 없었다.
문어는 바다 깊숙이 사는 곰치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자, 곰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라며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가시장군은 가시를 세우며 한 입에 삼켜 버리라고 말했고, 불대장 볼락은 불을 내뿜고, 갈치는 찔러 버리라고 말한다.
물고기들마다 모두 생각이 달랐기때문에 문어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면 네 생각은 어때?'
바다가 속삭이듯 말했어요.
'넌 어떻게 하고 싶니?'
'넌 어떻게 할 거야?'
고민하던 문어는 그 꼬리한테 가서 상냥하게, 아주 상냥하게 떠나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어는 커다란 고리를 살살 건드려 비켜 달라고 이야기하자, 커다란 꼬리는 흐느끼듯 도와달라고 말했다.
"오, 당신이 누군지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물고기들의 조언을 들었다면 어떤 결말을 보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행복한 결말을 보면서 문어의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어가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지 못 했거나,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천천히 생각해보라는 곰치과 문어에게 생각을 물어봐 준 바다가 아니었다면 문어는 자신의 생각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해보자.
그것이 비록 '좋은 결말'로 이어지지 못할지라도 속상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고, 지혜를 얻게 될테니 말이다.
타인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할 것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네 생각은 어때?"라고 되물어줄 때, 우리 아이들의 생각의 폭은 바다처럼 넓어질 것이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는 아름다운 바다 속 풍경을 담은 삽화를 보는 즐거움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사진출처: '네 생각은 어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