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헴! 아저씨와 에그! 아줌마
박미정 글.그림 / 계수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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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네이버')

우리집 두 아이들은 일요일 저녁마다 KBS2 <개그콘서트>를 즐겨보곤 하는데, 가끔 나도 함께 시청하기도 한다. 지금은 막을 내린 코너지만, 얼마전까지 인기를 얻었던 '두분토론'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권위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영진 개그맨과 그에 대변하는 김영희 개그맨의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었다. 특히 개그맨 박영진의 유행어 '소는 누가 키워? 소는?'는 권위적인 남자를 표현한 아주 맛깔스러운 대사로 그 풍자에 통쾌함마저 느껴졌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휘가 높아졌고, 이에 남성들의 권위적인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맞벌이 가족이 늘어나면서 남편들도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양육을 함께 하는 모습은 이제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뿌리깊이 박혀있는 남성우월주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나의 부모세대는 여전히 '아들'이 우선이며, 남자가 해야하는 일과 여자가 해야하는 일을 구분짓고, 남자라는 권위를 내세운다.
가족은 어느 한 사람의 독재나 권위로 인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할 때 지켜지는 것이다.

<<에험! 아저씨와 에그! 아줌마>>는 남자가 해야할 일, 여자가 해야할 일을 구분짓기보다는 함께 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릴 수 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코믹한 삽화가 그 즐거움을 더한다.
삽화 속 생활 모습을 보았을 때, 시대적인 배경은 유교사상이 깊숙이 자리잡은 조선시대인 듯 싶다.

아저씨는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고, 아줌마는 한겨울에도 땀나게 일만 하는 이들 부부네 집에서는 맨날 싸움 소리가 났다.

음매-
"가서 누렁이 좀 봐요."
"에헴! 대장부더러 그런 하찮은 일을 하라니!"
"에그! 하찮은 일이라고요?"

결국 밤늦도록 싸움을 하게 된 부부는 둘 중에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송아지를 돌보기로 내기를 하게 되었다.

이튿날도 아저씨는 여전히 빈둥거렸고, 그 꼴을 보고 있다간 속이 터져 먼저 입을 열 것만 같은 아줌마는 마실을 갔다.

먼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 아저씨에게 웬 거지가 찾아와 밥을 좀 달라고하자, 아저씨는 마누라의 속임수라고 생각하고 입을 꾹 다물고 모른 척했다.
거지는 아저씨를 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 생각하고 마음 놓고 집 안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 치웠다.
곧이어 떠돌이 이발사가 찾아왔고, 역시 속임수라고 생각한 아저씨가 입을 꾹 다물자, 이발사는 아저씨가 벙어리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아저씨의 머리카락을 다듬어주었으나, 이발 값을 받지 못하자 화가 나 아저씨를 여자처럼 수염을 다 없애버리고 말았다.
이발사가 가고 곧 물건을 팔러온 방물장수 노파는 아저씨를 여자로 생각하고 화장도 해 주고 머릿수건을 씌워 주었다.
노파는 아저씨 주머니를 뒤져 돈을 전부 꺼내 가 버렸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마누라의 속임수라 생각하고 대문만 노려볼 뿐이었다.

귀먹고 말도 못하는 정신 나간 여자가 혼자 산다는 소문을 들은 도둑은 순식간에 귀한 물건만 챙겨 가지고 사라졌고, 여전히 아저씨는 말 없이 이를 뿌득뿌득 갈 뿐이었다.

설상가상 목마른 송아지가 대문을 박차고 나가 날뛰기 시작했고, 이를 본 아줌마는 송아지를 잡아 집으로 돌아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아주머니는 누구세요?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예요?" 아저씨는 아줌마가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기가 막힌 아줌마를 누렁이를 끌고 집을 나와 도둑을 찾아보았다. 도둑을 찾은 아줌마는 용기와 지혜로 도둑이 훔쳐간 아줌마네 귀한 물건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에그!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에헴."

그 뒤로 아저씨와 아줌마는 언제나 집안일을 함께 했고, 집에서는 매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는 누가 키워? 소는?" 유행어처럼 송아지를 키우는 일(집안일)이 아줌마의 몫이라 생각했던 아저씨는 집을 떠난 아줌마에 대한 걱정과 반성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저씨가 집안 일에 손도 대지 않았을때는 늘 다투었던 부부였지만, 집안 일을 함께 하게 되면서부터 이들 부부는 너무 행복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 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 잡아줌은 물론이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늘 다투던 부부가 행복해져가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된다.
개그맨은 매주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바로 '함께'였다.

(사진출처: '에헴! 아저씨와 에그! 아줌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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