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작은도서관 37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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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달력 한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운 엄마와 달리, 우리 집 작은 아이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한층 설레여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던 큰 아이는 초등4학년이 되어서야 지금껏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꽤나 섭섭해했는데, 초등1학년인 작은 아이는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믿음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런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달라고할지 한창 고민중인 작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재미있는 제목과 표지를 담은 동화책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시절 산타 할아버지를 직접 보겠다며 늦은 밤까지 졸린 눈을 부릅뜨고 꾸벅꾸벅 졸던 추억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하지만 정작 읽어본 책의 내용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설레임과 추억보다는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는 이야기였다.  

요즘 우리사회는 편부모 가족이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있는 추세이다. 부모의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속에서 가장 큰 혼란과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에서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열 살 국수가 해체된 가족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아빠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허전함,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여부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맞물리면서 유쾌하게 그려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국수네 집은 2층으로 된 연립 주택인데, 1층에 엄마 방,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넓은 거실과 국수의 공부방이 있는데, 지하실에는 '귀신 방'이라고 불리는 국수의 놀이방이 있다. '귀신 방'은 국수가 가지고 노는 별의별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기 때문에 엄마가 지언 준 이름인데, 국수는 친구나 다름없는 귀신 방에서 놀 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했다.
귀신 방에서 놀던 국수는 귀신 방 창문으로 엄마 다리와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 다리를 보게 되는데, 곧 엄마와 함께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싶은 '민병기'라고 소개한 아저씨는 눈이 찢어져 나쁜 마법사 같이 생긴데다 국수의 이름을 가지고 놀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일은 국수가 '면접교섭권'을 얻은 아빠와 처음 만나는 날이다. 느닷없는 임신과 결혼으로 힘들어하던 아빠가 떠나고, 엄마는 홀로 국수를 키웠다. 그런 아빠가 국수를 만나게 해 달라며 법원에 재판을 신청하고, 법은 아빠에게 '면접교섭권'을 주어 한 달에 두 번, 국수를 아빠를 보게 되었다. 

"엄마는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아빠와 헤어졌어요? 우린 가족이니까 내 의견도 물어봐야지요."
"그땐 네가 너무 어려서 말을 못했으니까!"
"그러면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죠. 이건 반칙이에요." (본문 38p) 

  

평소에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국수는 아빠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점점 자신에게 소홀하고 귀찮아하는 듯한 아빠를 보며 국수는 실망스러워한다.  

'아빠가 없으면 어때. 외할아버지하고 같이 목욕탕을 가면 돼. 난 아빠가 없어도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마음과 달리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본문 98p) 

한편, 반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 없다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시작되고,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는 아빠가 없는 집에만 가나 봐.그러니까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거야. 난 우리 아빠가 선물을 주는 데 말이야." (본문 84p)라는 선민이와 예온이의 말에 속이 상했고, 꼭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아 아이들에게 큰 소리 치고 싶었다. 이른바 '산타 할아버지 사로 잡기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귀신 방에 굴뚝을 세우고, 산타 할아버지가 창문으로 들어오면, 튜브로, 튜브를 빠져나오면 미끄럼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샌드백 덫에 빠지게 되는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비록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 잡겠다는 국수의 작전은 엄청나게 큰 사고로 끝을 냈지만, 국수를 서로를 걱정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달아가게 된다.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안 될 줄 알지만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문 102p)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겠다는 국수의 엉뚱한 발상이 너무도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그 내면에 자리잡은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아빠에 대한 국수의 알쏭달쏭한 마음, 엄마와 국수의 서로 다른 마음들을 풀어냄으로써 가족간의 서로 다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더욱이 자신의 의견도 없이 헤어진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면서 국수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게 된다.
추운 겨울 따뜻함을 전해주는 가슴 찡한 가족 이야기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족'은 그 의미를 다하게 된다는 것을 가끔은 잊고 지내는 듯 하다. 가족구성원의 노력이 없이 가족은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한번 되짚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진출처: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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