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지워라
빌 톰슨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9월
품절


그림책을 펼치자, 이 그림책의 수상내역과 저자 빌 톰슨의 수상내역이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경력이 아닐 수 없는데, 무엇보다 그의 경력에서 눈에 띈 것은 일러스트레이션 대회에서의 수상내역이었다.

이 그림책의 삽화를 본 독자라면서 이 수상내역에 한번쯤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하는 삽화를 보면서 그의 정교한 그림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색연필과 아클림 물감으로 그린 삽화는 내리는 비, 옷의 주름, 머리카락, 나뭇잎 등을 너무도 정교하게 그려내었는데, 그림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삽화가 주는 강렬함은 최근에 읽어본 그 어떤 그림책보다 월등하다 생각된다.

<<공룡을 지워라>>는 글자없는 그림책이다. 요즘 글자없는 그림책을 많이 선호경향이 많은데, 활자에서 주는 정해진 내용 전개에서 벗어나, 삽화만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삽화를 통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금방 알게 되지만, 읽을 때마다 각각 다른 표현을 통해서 흥미롭게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권의 그림책이지만, 읽는 사람의 수만큼 ,수 만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나 친구 이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더 큰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키우게 되고, 책 읽는 즐거움도 알게 될 것이다.

비 오는 날, 세 명의 아이들이 공원으로 나왔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신나는 일을 기다리는 듯 즐거운 표정이다.
그러다 아이들은, 공룡 조각모형에 걸려있던 가방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 속에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분필이 담겨져 있었다. 누구나 어린시절에 분필을 가지고 땅 위에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명의 아이들은 예쁜 색의 분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분홍색의 모자를 쓴 아이가 노란색 분필로 바닥에 해님을 그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반짝반짝 빛을 내더니 놀랍게도 비가 그치고 하늘에 해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났고, 그림에서 살아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즐거워했다.

이번에는 초록색 분필을 든 남자 아이가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림이 살아났다.
하지만, 너무도 놀란 아이들은 달아나기 시작했고, 놀이터 구석구석으로 숨고야 말았다.
남자 아이가 그린 것은, 바로바로 이빨이 날카롭고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였기 때문이다.

이 공룡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가 구름과 비를 그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는 공룡의 몸을 서서히 지워갔다. 아이들은 분필이 든 가방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고, 이제 공원은 아이들이 분필을 발견하기 전의 고요함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뒤돌아 분필이 든 가방을 보는 남자 아이의 모습에는 무섭고 오싹했지만 놀라운 경험에 대한 아쉬움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보인다.
무서운 상황을 슬기롭게 모면했으니,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왠지 무료하기만하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비가 그치고 해가 났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고, 신나고 즐거운 일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이런 마음을 이해한 작품 <<공룡을 지워라>>는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삽화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마술 분필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할까? 건담처럼 멋지고 큰 로보트를 그리겠다는 아들래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상상력은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가보다.

재미있는 상상과 글자없는 구성이 만나, 아이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킨 <<공룡을 지워라>>는 읽을때마다 늘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아이들은 안내할 것이다.

(사진출처: '공룡을 지워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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