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내내 엄마인 나의 직업이 소설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딸을 향한 마음을 진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부러웠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책을 출간한 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나를 대신해서 내 딸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리라.
저자 공지영은 소설가가 아닌 엄마라는 입장에서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를 산문집으로 엮었다. 편지마다 담겨진 저자의 진솔한 마음과 딸을 향한 사랑과 응원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함께 해주지 못했던 아픔과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내어 놓은 해결방법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 속에 담겨진 글과 느낌을 인용하여 딸에게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말을 편지로 받아 줄 수 있는 딸을 가진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27p

얼마전 ’1학년 1반 34번’이라는 책속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사랑을 하면 왜 모두 기대를 거는 걸까? 그냥 사랑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초등학생인 딸에게 사랑 속에 큰 기대를 담아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합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타박을 하며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마음으로 나를 포장하곤 했었다. 
그건 딸의 삶을 인정하려하지 않은 채,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딸에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시대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과욕으로.....그것을 사랑이라 명명하면서....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운 그 자체뿐이다.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중 72p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 내는 오늘이 되기를.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 아무것도 두려워 말고 네 날개를 맘껏 펼치기를.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72p

그동안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내 딸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 딸이 부합되는 아이이기를 기대하며 자신의 날개를 펼치려는 몸부림을 눌렀던 것은 아닌가.
한숨이 내쉬어진다. 
나는 내 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대한 표현의 방식을 잘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지금부터 기대를 포함하지 않는 ’사랑’으로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으려나? 마음이 아리다.

이렇게 숨이 차게 나열을 하는 모든 조건에 솔직히 너는 거의 한 가지도(미안해, 한두 가지는 거의 근접하고 있기는 해. 좀 더 네가 노력한다면 말이야) 도달해 있지 않지만 엄마는 엄마가 꿈꾸던 딸이 바로 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254p

저자 공지영은 첫 편지부터 수영장을 다니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편지가 끝날때까지 수영장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 편지마다 ’수영’ 이야기를 담은 것은 그것을 통해서 딸에게 ’삶’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듯 싶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과 혹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말고 남아 있는 오늘과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

세상의 어떤 엄마가 자신의 딸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사랑이라는 마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온전한 사랑’ 을 전해주려고 한다. 아이의 마음을 억누르는 기대를 접어 ’온전한 사랑’으로 딸의 손을 잡아주려고 한다.
아이는 점점 자랄 것이고, 위녕처럼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며 진로와 사랑과 우정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시간을 분명 겪게 될 것이다.
저자 공지영처럼 좋은 말과 글로 딸에게 편지를 줄 자신은 없다. 책속의 멋진 구절을 인용하여 딸의 마음을 위로해줄 자신도 없다. 하지만 나 역시 공지영처럼 목이 터져라 응원할 자신은 있다.
"딸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 역시 너를 응원할 것이다"

위녕, 언젠가 어두운 모퉁이를 돌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 세상의 모든 문들이 네 앞에서만 셔텨를 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모두 지정된 좌석표를 들고 있는데 너 혼자 임시 대기자 줄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언뜻 네가 보았던 모든 희망과 믿음이 실은 환영이 아니었나 의심될 때, 너의 어린 시절의 운동회 날을 생각해. 
그때 목이 터져라 너를 부르고 있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야. (중략)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네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255p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 책이였다. 나 역시 위로받을 수 있었으며 (내가 딸인 듯 착각한 것은 아닌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된 듯 싶다. 세상의 모든 딸에게, 그리고 딸을 가진 엄마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 한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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