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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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뜻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손을 놓지 못하고 말았다. 책을 읽다가 문득 여행 서적 중 유일하게 좋아했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을 떠올렸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여행을 통한 여행자만의 느낌 위주로 담아냈던 그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와 암실 이론에 끌려 중고카메라 Canon AE-1을 산 뒤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는 저자에 대한 설명이 왠지 마음에 든다.
어떤 것에 이끌려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보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끌리는대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사진 작업을 하고, 여행을 하는 그의 모습에 제목처럼 끌리고 있는 것인가? 그의 사진 하나하나를 유심히 본다. 여행지의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지만, 그 나라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마음에 든다. 
오랫만에 여행에 끌리고 있다. 여행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이 책은 주제도,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는 저자는 그렇게 순서없이 그날그날의 느낌을 적은 듯 하다. 여행을 통해 깨달아가는 것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복잡한 자신만의 심경 등이 감성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일기처럼 혹은 시처럼 혹은 소설처럼....
나는 이런 여행이 좋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끌리는대로 따라가고, 마음에 드는 그 곳에서 머물러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렇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가는 여행이 좋다.
시인 이병률의 끌림처럼 나 역시도 끌림이 있는 여행이 좋다.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테니까요.』
도장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여덟. 거북이 한 마리 中)

여행을 하다보면 순간순간의 감정을 여행 후에는 잊게 된다. 그 여행지에서 남겨 온 사진만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증거로 남듯이.
여행 에세이는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꼈던 기쁨 혹은 눈물과 안타까움 그리고 행복이 담겨져 있다.
결코 사진만이 여행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글 구절구절에서 느껴본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이야기.열하나. 어쩌면 탱고 中)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가진 저자의 마음이 글 속에서 드러난다. 사랑의 상처로 아프지만, 사랑에 행복해하는 듯한 저자의 마음이 여행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여행이 주는 끌림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 속에서 또다른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 하다.
50여 개국을 정처 없이 떠돌았던 그는 여행 속에서 인생을 본 듯 하다. 그의 인생을 엿보면서 나 역시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사랑, 꿈, 열정 그리고 수많은 감정을 배워가는 여행 속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그려본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이야기. 열아홉. 사랑해라 中)

그의 감성적인 글이 좋다. 그의 평범하지만 마음이 담겨진 사진이 좋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기존의 여행 서적이 아닌 마음을 담은 여행 에세이라 좋다. 끌림이 있는 그래서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는 이 이끌림이 좋다.









(사진출처: ’끌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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