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빠, 더 읽어 주세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4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 글.그림, 김세실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구판절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아빠에게 여섯 살짜리 아들이 일을 하면 한 시간에 얼마는 버냐고 물었습니다. 귀찮아하던 아빠는 아들의 궁금증에 한 시간에 이십 달러를 번다고 말해주었고, 아들은 아빠에게 십 달러를 빌러 달라고 합니다. 아빠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아들은 시무룩해졌지요. 한 시간 뒤, 아빠는 아들에게 왜 돈이 필요한지를 묻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가 화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돈을 건네며 필요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들은 기뻐하며 베개 밑에 꾸낏꾸낏한 지폐 몇 장을 꺼내 세어보았지요.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돈이 모자랐거든요. 아빠, 여기 이십 달러요! 이제 나하고 한 시간 동안 놀아 줄 수 있죠?"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 책에서 발췌)
<<아빠, 더 읽어 주세요>>는 아이들이 잠잘 시간이 되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자지 않으려는 아이와 재우려는 부모의 입장이 그려진 작품이지요.
헌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는 얼마 전에 읽는 책의 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서론에서 언급했던 바와같이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꼬마 닭의 마음이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책을 읽고 싶기보다는, 아빠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늘 빨리 아이를 재우려고 했던 부모의 입장이었는데, <<아빠, 더 읽어 주세요>>를 읽다보니 아이의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꼬마 닭이 잠잘 시간이 되자,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빠의 물음이 심상치가 않네요.
"그래. 그럼 네가 좋아하는 이야기로 딱 하나만 읽어 줄게. 오늘은 끼어들지 않을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길래, 아빠는 이런 다짐을 하는 걸까요? 그 뒷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합니다.
아빠는 헨젤과 그레텔을 읽어주십니다. 헨젤과 그레텔이 할머니를 따라 막 들어가려는 순간, 꼬마 닭이 팔짝 뛰어들며 소리칩니다.
"안 돼, 들어가지마 ! 이 할머니는 마녀야!"
그래서 헨젤과 그레텔은 안 들어갔답니다. 끝!
하하하하, 꼬마닭의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이 위험해지자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말았네요.
이야기에 끼어들었다며 나무라는 아빠에게 꼬마닭은 이제 가만히 듣기만 하겠다며 다른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합니다.
이번에 읽는 책은 바로 빨간 모자입니다. 늑대가 나타나 빨간 모자에게 인사를 하자, 빨간 모자도 늑대에게 말을 건네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꼬마 닭은 또 팔짝 뛰어들며 소리쳤지요.
"이 늑대는 나쁜 늑대야! 말하면 안 돼!"
그래서 빨간 모자는 아무 말도 안 했답니다. 끝!
이야기가 또 허무하게 막을 내렸네요. 이번에도 꼬마 닭은 진짜로 듣기만 하겠다고 또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번에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리석은 꼬마 닭'이었지요.
헌데 이번에도 꼬마 닭은 이야기를 금방 끝내버리고 말았네요.
꼬마 닭이 더 읽어달라고 하자, 아빠는 더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고 하십니다.
이야기 없이는 절대 못 자는 꼬마 닭에게 아빠는 하품을 하며 말합니다.
"그럼, 네가 아빠한테 이야기를 들려줄래?"
꼬마 닭은 '아빠 재우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아빠를 재우려는 꼬마 닭이 이야기를 백 개나 읽어주고, 따뜻한 우유까지 주었지만 잠잘 생각을 하지 않는 이야기였는데, 어디선가 쿨....드르렁~ 소리가 나네요.
꼬마 닭의 '아빠 재우기' 이야기는 아빠의 코고는 소리에 그만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귀여운 꼬마 닭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꼬마 닭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아빠의 자상함 역시 눈길을 끌지요. 잠잘 시간이 되면 후다닥 책을 읽어주고 얼른 잠들길 바라는 저와는 달리, 아빠는 자고 싶지 않은 꼬마 닭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계속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꼬마 닭에게 되려 이야기를 들려 달라며 지혜롭게 대처합니다.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재연한 꼬마 닭은 어린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듯 싶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빠 닭은 모습은 부모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요.
<<아빠, 더 읽어 주세요>>는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뿐만 아니라, 이 그림책은 독특한 구성 속에 아빠와 아이의 사랑을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세 편의 이야기 속에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구성은 저자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이 인형극을 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아빠, 더 읽어 주세요>>는 독특한 구성과 귀여운 캐릭터가 너무도 매력적인 작품이랍니다.
(사진출처: '아빠, 더 읽어 주세요'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