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엘리베이터 - 제9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14
김이삭 외 지음, 권태향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파란 가을 하늘,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낙엽 떨어진 등굣길....가을 느낌이 물씬나는 요즈음 시 한편으로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시를 짓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아들, 나, 바다 등을 주제로 쓴 시낭송을 들으며, 좋고 나쁨을 떠나 설레이는 가을을 풍부한 감성으로 채워보았습니다.
문득, 나도 이 가을과 어울리는 멋진 시 한편을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보았지요.
그리고 얼른 향기가 솔솔 날거 같은 동시집 <<향기 엘리베이터>>를 꺼내 읽었습니다.  

<<향기 엘리베이터>>는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으로 우리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촉촉히 적셔줍니다. 이 동시집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쓰여진 동시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몇 편의 동시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분교만이 가진 따뜻한 풍경의 모습을 담은 예쁜 동시도 눈에 띕니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 남아있는 따뜻한 부분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시'만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아닐까 싶네요.
이 동시들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사랑과 배려 등으로 가득 차게 될 거 같아요. 

 

산골 분교 

깍깍깍
물까치 아침 인사로
문을 여는
산골 분교 

(중략) 

교실은 깨끗한지
조르르 다람쥐가
쫑긋쫑긋
창문 안 넘보다 가고
 

숲속에선 뻐꾹뻐꾹
논길에선 개굴개굴
짝꿍과 손잡고 들어서는
신 나는 산골 분교 (본문 86,87)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착한 베트남 아가씨,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
삼거리 신호등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 

술 취한 남편 피해 숨어 산다는
필리핀 아줌마의 뉴스 한 도막 

여권 빼앗기고 월급도 못 받은 채 일한
태국 아저씨의 신문 기사 

일 끝내고 한글 교실에서
우리말 배우는 

엄마 마음은 어떨까? (본문 56p) 

이 밖에도 코시안 엄마가 힘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냉이꽃>, 병인이 아재와 결혼한 베트남 아지매가 낳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마음을 담은 <쫄병 생긴 날>, 우리 농산물을 키우고 있는 네팔 형, 방글라데이시 아저씨, 몽골 아줌마의 모습을 담은 <신토불이> 등에서  다문화 가족으로 바뀌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이런 시들을 통해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왜곡된 시선이 바로 잡아졌으면 좋겠네요. 

힘센 십 원 

장롱을 받치던 이삿짐 아저씨가
엄마에게 장판 조각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저씨는 동생이 들고 있는
빵 저금통을 보시더니
동전 몇 개 달라지만
동생은 아프리카에 보낼 거라고
등 뒤에 숨긴다 

엄마가 달래서 얻은 동전 몇 개
장롱의 발 밑에 들어간다 

십 원은
장롱도 받치고 지구도 받친다 (본문 29p)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렇게 시로 재미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쓸모없는 동전이 되어버린 십 원이 장롱도 지구도 받친다는 구절이 참 예쁩니다. 작은 십 원이지만 그 소중함이 잘 드러나 있네요.
친구와 화해하는 장면이 예쁘게 그려진 <낙서>, 구제역으로 근심가득한 시골의 모습을 담은 <구제역>, 도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개울 청소> 등등 일상의 소재가 참 재미있고, 예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동시들을 통해서 미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 으슬으슬 추워지는 이 가을날씨에 따뜻함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시'를 통해 고스란히 담은 <<향기 엘리베이터>>는 짧은 글귀로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 작품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나누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사진출처: '향기 엘리베이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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