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아티카
게리 킬워스 지음, 안인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초등저학년 즈음, 우리 집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나만의 공간이라 생각하며 그곳에서 지내는 걸 좋아했는데 밤에도 혼자 다락방에서 자는 것을 즐겼다. 계단이 꽤 높은 다락방이었는데 그곳에는 작은 앉은뱅이 책상이 하나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숙제를 하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흔히 다락방에는 사용하지 않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담겨져 있곤 했는데, 내 다락방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다락방을 가득채운 쓸모없는 물건들은 내게는 즐거운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상상을 펼치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어린시절 이렇게 보냈던 기억들을 잊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세계 아티카>>를 읽다가 문득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내게 되었다. 

  

아티카(Attica)는 다락방(attic)라는 말에서 왔는데, 고대 그리스의 지방 이름이고, 아테네가 아티카 지방의 수도였다. 다락방에 가게 된 클로, 조디 그리고 알렉스는 끝없이 넓은 다락방을 아티카라고 불렀다.
새 아빠 벤의 외아들 조디, 아시아계 조상에게서 매우 아름다운 새카만 머리카락을 물려받은 소녀 클로는 엄마의 맏딸인데 약간 반항적인 기질이 있다. 알렉스는 클로의 남동생으로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이 조용한 소년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부모의 새로운 결합이 익숙하지 않았고, 상대방의 부모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색해했다.
홀로 외롭게 지내는 노인 그랜덤 씨는 낯선 사람들과 집을 나누어 쓸 생각이 없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윌슨네 가족에게 2층을 내주게 되었고, 이들은 이렇게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가족과 살아가게 되었다. 무뚝뚝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재주가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클로는 그랜덤 씨와의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얼마 후 그랜덤 씨의 오래전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전이란 이름의 아가씨와 약혼을 하고, 전쟁에 나가기 전 '수도사 자크'의 멜로디가 나오는 시계를 선물받았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에 그랜덤 씨는 시계를 다락방에 던져버렸는데, 지금은 수전의 기억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에 시계를 되찾기를 소망했다.
클로는 조디와 알렉스와 함께 다락방을 뒤져 시계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다락방에는 보물과 쓰레기가 뒤섞여 있지. 만일 보물을 찾아낸다면 아주 멋질 거야. 그렇지 않니?" (본문 21p) 

그랜덤 씨는 상냥한 클로에게 죄의식을 느꼈고, 그 애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들 자신이 찾아내게 내버려두기로 결정한다. 그랜덤 씨는 다락방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다는 뜻일게다. 어느 정도 위험과 흥분은 받아들여야 하므로.
이렇게 해서 클로, 조디, 알렉스는 다락방을 탐색하게 되는데 어느 새 이들은 다락방의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곧 길을 잃게 되고, 이 곳에서는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도전받은 자들은 엄숙히 맹세한다. 우리는 그랜덤 씨의 잃어버린 시계를 찾아 이 다락방을 탐색하기로 한다. 우리는 두려움으로 인해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위험이 닥쳐도, 아주 깊은 골짜기나 큰 폭포나 높은 산을 만나도, 망설이지 않고 위험에 맞설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안전을 마음에 새길 것이고, 누구든 위험에 처하면 즉시 달려가 도울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을 모르는 삼남내. 우리는 시계를 찾는 자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한 곳에서 우리는 이기고야 말 것이다!" (본문 51,52p) 

그러나 곧 이들은 서로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 각자의 모험 속에서 아티카의 주민들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마네킹들에게 잡히기도 하며, 카터펠토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거울들은 이들을 환영에 빠지는 위험한 상황에 몰아놓기도 하는데 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위험에서 빠져나온다. 다락방의 물건들은 사람들에게 몹쓸 대우를 받고 내쳐지거나,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고 버려진 후 이곳 다락방에서 생명을 가지게 되자 사람인 이들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데, 알렉스는 그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우리가 여기 온 후로 내가 변한 것 같아. 난 너무 빨리 크고 있어 (본문 175p)
"지금 난 바닥떠돌이야. 언제나 내 속에 그런 것을 갖고 있었어. 그것이 지금 밖으로 드러난 것뿐이야." (본문 320p)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도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알렉스는 다락방에서 남으려 한다. 클로와 조디가 집으로 돌아가고 남겨진 알렉스는 그랜덤 씨의 시계를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앞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아빠의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사랑을 알게 된다. 

"길거리에서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셨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쓸모가 없었어. 그들은 물론 구급차를 불렀지. 하지만 너무 늦게 와서 아빠를 구하지 못했어. 난 그 사람들이 싫어. 누구든 무엇인가를 했어야지. 그들은 그냥 거기 서 있었어. 빌어먹을! 그냥 거기 서서 아무 일도 안 했다고."
"넌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았겠구나?"
"나? 난 그냥 애였어."
"알렉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긴급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거의 몰라. 그들은 훈련을 받지 못했어." (본문 397p) 

알렉스는 아빠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고, 그렇게 빨리, 고약한 방식으로 아빠를 잃어버리는 것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쉽게 가족에게서 빼앗아가는 세계에서는 살기 힘들었고, 다음번에 엄마가 혹은 누나? 아미녀 새아빠나 형이? 그렇게 간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계를 떠나 그런 상실을 절대로 겪지 않게 될 아티카에 머물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엄마가 울면서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났고, 엄마의 요리가 그리워졌으며 그가 바닥떠돌이로 남으면 영원히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들이 그리워졌다. 

알렉스는 형과 누이의 얼굴이 자기를 보고 기쁨과 안도감으로 얼마나 빛나는지 분명히 보았다. 진짜 세계로 돌아오길 잘했다. 그냥 그들이 자기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만이라도 말이다. 자기가 사랑받는지 의심한 적이 있었다면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들이 내 가족이다. (본문 405p)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사람들이 잃어버린 그곳 아티카, 그들은 모험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아티카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분노, 미움 등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들 남매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만들어낸 아티카에서 모험을 통해 성장한다.
새로운 가족의 결합은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못했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했던 알렉스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다락방에서의 모험 속에서 그는 아빠의 죽음에 따른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었으며 새롭게 결합된 가족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다.
<<잃어버린 세계 아티카>>는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다락방에서 모험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처음으로 벤을 아빠라고 생각했어.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 (본문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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