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기보다는 귀여운 성장 동화 한 편을 읽은 기분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소설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읽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이 소설을 읽게 되어 그나마 위안을 얻어본다.
<<펭귄 하이웨이>>역시 제목이 참 독특한데, 그에 못지 않게 표지 그림 역시 귀엽고 독특하다.
그뿐인가? 주인공 아오야마 역시 상당히 독특한 인물이다. 주인공 아오야마는 소설 속 주인공답지 않게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인물이다.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그는 매일 착실히 노트에 많은 것을 기록하고 책도 많이 읽는데 그는 탐험을 통해 항상 바쁜 하루를 보낸다. 

다른 사람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어제의 나 자신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본문 9,10p) 

그는 하루하루 세계에 대해 배워나가며 어제보다 조끔씩 훌륭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어른이 될 때까지 앞으로 3000하고도 888일이 남았기 때문에, 그는 너무 훌륭해져서 큰 일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할 정도이다.
아오야마가 동생과 함께 학교 가는 길에 넓디넓은 빈터 한가운데에 펭귄 무리가 아장아장 걸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오야마는 뜬금없이 나타난 펭귄들이 먼 혹성에서 이제 막 지구에 도착한 우주 생명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는 곧 노트를 펼쳐 새로운 페이지에 날짜와 시각을 쓰고 펭귄의 모습을 얼른 스케치함으로써 펭귄 연구를 시작했다.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으레 지나가는 루트를 '펭귄 하이웨이'라고 부르는데 아오야마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이 탐구 제목을 '펭귄 하이웨이'라고 부르게 된다.
아오야마는 뇌가 무척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뇌의 에너지원인 당분을 많이 섭취한다. 자기 전에 이를 제대로 닦으면 좋겠지만, 낮 동안 뇌를 많이 쓰는 바람에 밤이 되면 칫솔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졸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고, 이를 닦을 틈이 없는 관계로 항상 치과에 다닌다. 그러나 그는 치과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에서 알다가도 모를 두 번째로 독특한 캐릭터인 과 누나때문이다. 

탐험대를 조직해서 함께 탐험을 다니는 우치다와 함께 숲속을 탐험하다 스즈키 일행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동판매기에 묶이게 된 아오야마는 누나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고, 아오야마의 젖니를 빼주려던 상황에 펭귄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아오야마와 우치다의 펭귄 연구가 시작되는데, 어느 날 숲 속에서 '바다'를 발견한 같은 반 학급친구 하마모토가 두 친구에게 함께 연구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되어 이들 세 명은 함께 바다와 펭귄에 대한 연구를 착수한다. 아오야마는 친구들 몰래 누나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자신은 미처 느끼지 못하지만 누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면서 그에게 첫사랑의 설레임이 다가온다. 이 소설은 세 아이가 탐험을 통해서 세계의 시작과 끝, 생명과 죽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첫사랑에 대한 설레임과 우정에 대해 알아가는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죽은 뒤의 세계는 어떤 걸까.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다른 사람들은 살아 있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난 이미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 그건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오다가 깨달았어. 어쩌면 우리는 아무도 죽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본문 302p) 

"네 연구가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전에 한 말 기억하나?"
"문제란 무엇인가."
"내가 풀어야 할 문제란 무엇인가."
"몰라요. 문제가 여럿 나타났어요. 모두 다 어려워요."
"그건 해결에 다가가고 있다는 징표일지도 몰라."
"왜요?"
"그 문제들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하나의 문제일지도 모르니까." (본문 239p) 

세 아이들이 탐험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고민하고, 스스로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순수하고 참 예쁘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편견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오야마의 아버지는 아오야마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는데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렇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아들에 대해 걱정하지만, 그는 묵묵히 아들이 스스로 그 진실을 깨달아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세상에는 해결하지 않는 편이 좋은 문제도 있어요."
"그럴까요?"
"만약 이 아이가 붙들고 있는 문제가 그런 문제라면 아이가 크게 다칠 수 있지요.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것뿐이랍니다." (본문 323.324p) 

<<펭귄 하이웨이>>는 판타지와 성장소설을 잘 버무려놓은 귀엽고 발랄한 SF 소설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 동화라고 할 만큼 귀엽고 순수함이 잘 드러나 있는데, 한 소년이 삶에 대한 고민과 우정 그리고 첫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깜찍한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방대한 과학적 지식이 수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았으며, 판타지 속에 잔잔한 감동을 풀어냄으로써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었다면 외롭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아오야마 곁에서 그를 묵묵히 지원하는 아버지는 아오야마가 문제를 해결하고 입게 된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이제 내 아이가 어른되는 성장통을 시작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아오야마의 아버지를 통해서 느껴본다. 

<<펭귄 하이웨이>>는 유머스러움, 감동 그리고 순수함이 공존하는 예쁜 성장 동화과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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