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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
연필로 명상하기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 그때의 그 모습이 점점 그리워진다. 70~80년대 내가 즐겨듣던 음악, 눈물을 흘리며 봤던 영화, 지금도 간혹 판매가 되는 추억의 군것질거리, 그리고 그 시절의 친구와 고민들이 너무도 그립다. 얼마 전 영화 <써니>를 보면서 학창시절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진하게 느끼면서, 그 시절 내가 꿈꾸었던 꿈을 새삼 떠올려보기도 했다.
비록 그 시절 꿈꾸었던 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시절 꿈을 꾸며 설레여하고 고민했던 과정은 지금의 삶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1학년인 큰 아이는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무엇이 하고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소중한 날의 꿈>>을 읽으면서 딸아이가 '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 듯하여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 할 수 있는 '2011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경쟁작으로 초청된 <<소중한 날의 꿈>>은 한국적인 캐릭터와 60년대~80년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여, 나에게는 추억의 여행을,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 싶다. 더욱이 주인공들이 나누는 '꿈''친구''첫 사랑' 등을 통해서 사춘기 감성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이다.
'러브스토리'의 영화처럼 낭만적인 첫사랑을 꿈꾸는 여고 2년생 이랑은 달리기만은 자신이 있었지만, 계주에서 추월당하자 일부러 넘어지고, 육상부에서 나오게 된다. 서울에서 전학온 수민은 도도한 소녀로 반 여자친구들의 미움을 사지만, 남학생들에게만큼은 인기가 많다. 이랑이는 수민이와 친구가 되고 항상 당당한 수민이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이랑이는 육상부에 다시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불투명해지면서 갈팡질팡하며 그 제의를 거절한다.
안 그런 척 해도 다 알아. 질 까 봐 겁나서 그러는 거지? (본문 57p)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어야하는데 라디오가 고장이 나 속상한 이랑은 전파사에 갔다가 한국 최초 우주인을 꿈꾸는 철수를 만나게 된다. 이랑이를 좋아하지만 수줍어 고백을 못했던 철수는 라디오를 고쳐주면서 이랑이와 친해지게 된다.
철수와의 데이트(?)에 설레여하고, 철수가 소심하다며 핀잔을 주는 수민이에게 발끈하는 모습 등이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을 보여준다.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함이 있는 철수, 어떤 꿈을 가져야할지 고민스러운 이랑, 예술가를 꿈꾸고 자신감을 차 있었지만 좌절을 맛보게되는 수민은 내 어린시절의 모습이었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확고한 꿈이 있는 철수에게도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난 달릴 줄은 알지만 세계에서 일등은 아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은 다 그렇다.
그렇다고 근사한 어른이 될 수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어쨌든 나는 어른으로 가는 길에 있다.
그 과정에서 지치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던 시시한 때를 기억하려고 한다.
누가 다닌 길이든 처음 가는 길이든 스스로 뭔가에 다다르기 위해 발을 내딛는 지금...
내 작고 힘없는 발자국이 기특할 때가 있을 거라 믿는다. (본문 197,198p)
일등은 기분 좋은 거다.
그렇지만 내가 만날 꿈들이 등수가 매겨지는 일은 아니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뛰고 있기에 흐르는 땀이 좋다.
지금 등 뒤로 흘러내리는 내 땀들이 뒤에서 나를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본문 199p)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잘 하는 것도 없는데, 연예인을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없는데 과연 내가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될 수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한 발자국 내딛었고, 고민하면서 미래를 꿈꾸었다. 그 과정이 내게 힘이 되었고, 나를 응원해주었던 것이다.
첫사랑의 설레임,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해 고민했던 학창시절을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내 딸과 너무도 닮아있는 이랑이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도 찾아보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놓인 딸아이는 이제 이 고민들을 통해서 성장할 것이다. 비록 일등이 아닐지라도, 고민했던 순간들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었던 그 과정을 기억하며 힘내길 바래본다.
내가 다 직접 알아갈 거야. 단 몇 초, 하늘을 난다 해도 내 힘으로 시작할 거야.
열심히 할 거니까 당당해도 돼. 그치, 하하! (본문 121p)
(사진출처: '소중한 날의 꿈'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