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 1218 보물창고 5
버나드 엡슬린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떤 글을 쓰든지 중요한 모티브는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았다."
노벨문학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찾고,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등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는 것은 서양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거대한 뿌리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수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싶다.
덧붙히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이와 같은 문화적인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속에 인간의 본성을 가미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한다는 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그 중 세계 최고의 신화학자이며 작가인 버나드 엡슬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은 열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1000만 부 이상이 팔린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복잡한 신화를 명쾌하게 정리해준 느낌이 든다.
제 1부 <신>은 제우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하데스 등 13신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와 그들과 관련된 어원에 대해서 수록하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옛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신들을 통해서 현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데 그 중 헤파이스토스는 그 사람의 재능이나 인성보다는 외모로 평가되는 요즘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문제삼고 있다.
쭈글쭈글 못생겼으며 신경을 거슬리는 목소리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자 헤라는 태어난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 밖으로 던져버렸고, 물의 정령 테티스에 의해 자란 헤파이스토스는 조개와 빛나는 조약돌로 보석 장식품을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헤라는 자신의 아들을 올림포스로 불러들였다. 

"어머니, 제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요. 하지만 운명은 엄마의 청을 들어주라고 하네요. 어머니의 가는 팔과 하얀 목, 검은 머리에 어울리는 보석을 만들겠어요. 그러면 가끔 제가 못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바다에서 다시 저를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는 대장장이의 신, 기능공과 정비공의 신이 되었다. 그는 아주 못생기기는 했지만 언제나 꼭 필요한 존재였다. (본문 77p) 

제 2부 <자연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파에톤 등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인간의 본성을 꼬집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이런 것이 있어. 말하자면 허풍을 떠는 교만인데 그건 자양분도 필요 없이 거대한 크기로 자라거든. 상황이 좋아지면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했는지 잊어버린다니까. 경배심이나 겸손 말이야. 인간은 자신감이 점점 켜져서 독이 되고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환상을 가지게 돼." (본문 86p)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판도라 편에서는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판도라 상자에 남은 '예감'을 통해서 희망과 더불어 긍정적 사고의 필요성도 함께 말해주고 있다. 

사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판도라가 상자를 닫아서 나오지 못했던 생물은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위험했던 것이었다. 마지막 악의인 '예감'이었다. 만일 그것이 날아가 버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매일매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감했을 것이고 어떤 희망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인간은 거기에서 끝나 버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비록 끝없는 고통을 참을 수는 있겠지만 희망 없이는 절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 94,95p) 

제 3부 <반신반인과 전설>에는 페르세우스, 다이알로스, 테세우스 등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인 미다스에서 좋은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신화는 인간의 헛된 욕심에 대해서만 꾸짖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용서와 삶의 가치가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인간아, 인생만이 유일한 재산이다." (본문 278p) 

가끔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도에 부합되면서 삶의 가치를 더욱 두텁게 해주었고,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듯 보였다.
색다른 구성과 조금은 다른 전개로 기존에 보아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차별화된 느낌을 주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는 복잡했던 신화 이야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갖고, 신화 속에 담겨진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인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지혜를 겸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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