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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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어버이날이 되면 '쿠폰'을 선물로 받는다. 심부름 쿠폰, 안마 쿠폰, 설거지 쿠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가끔 이 쿠폰에도 표제작 <안믿음 쿠폰>처럼 '꽝'이 존재하는데, 숙제, 텔레비전, 약속 등 그 핑계도 다양하다. 결국 1년 후 어버이날이 되면 또 다시 새로운 쿠폰을 받게 된다. 물론 그 중 50%는 꽝이지만, 그래도 쿠폰을 받는 재미는 쏠쏠하다.
표제작을 읽다보니 괜시리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 웃음이 난다.
<<안믿음 쿠폰>>에 수록된 7편의 단편마다 어린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 읽다보면 주인공 속에서 내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아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든다. 

<야단법석 가출 소동>에 등장하는 주인공 기준이는 참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두부 공장 때문에 늘 바쁜 부모님 대신에 다섯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봐야하는 기준이는 자신의 인생이 동생들한테 묶여있는 듯 하여 가출을 결심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기준이가 의젓하다니까요.' (본문 11p)라며 자신에게 의지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 못한채 기준이는 돼지 저금통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가족들 생각에 부모님과 동생들 양말을 사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백화점에서 비싼 양말을 사왔다고 핀잔을 듣고 다시 가출을 떠올리지만, 기준이가 절대 가출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기준이는 한번의 실수로 세상에서 가족이 함께 있는 우리 집이 최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는 거짓말을 잘하는 준오와 준오의 거짓말을 밝히려는 반장 태민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준오가 거짓말을 한 현장을 목격하지만, 준오의 거짓말이 옆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돕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된 태민이는, 준오가 친구들에게 거짓말 한 것을 추궁받자 기꺼이 준오를 도와준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태민이가 준오를 위해 거짓말을 줄줄 말하게 된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놀라웠지만, 왠지 싫지 않은가보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절대 안된다고 훈육하지만, 좋은 일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법도 살짝꿍 알려줘야할 듯 싶다.
가끔은 진실을 알리는 것인 나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초원을 찾아서>는 몽골에서 온 새엄마를 맞이하게 된 성연이의 이야기이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말하기엔 아빠가 오랜만에 행복해 보였으니까. (본문 44p)
헌데 성연이도 아줌마가 싫지는 않은 듯 하다. 큰 소리로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지 않아도 집에 들어가면 반겨 주는 아줌마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줌마가 불편하지만 성연이는 학원이 끝나면 게임방을 가는 대신 바로 집으로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성연이에게 새엄마가 '아줌마' 대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담겨져 있다. 

<안믿음 쿠폰>는 엄마에게는 심부름 쿠폰을, 할머니에게는 안마 쿠폰을, 친구들에게도 '부채질 100번 '쿠폰 등 이런저런 쿠폰을 남용하는 믿음이의 이야기이다.
"너 자꾸 그렇게 공수표 뿌려 대다가 언제 한번 큰코다친다." (본문 61p)
엄마의 협박에도 믿음이는 오늘도 학교에서 쿠폰을 남용하다가 가장 친한 친구 형석이로부터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너는 친하다면서 왜 네가 귀찮고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려고 해? 나뿐만 아니라 너희 식구한테도 그런다며. 너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 이용만 당하는 사람들이야?" (본문 66p) 

우리는 간혹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장 소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겠지..라는 믿음 때문이겠지만, 소중한 사람이니만큼 더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주 최강 문제아>는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을법한 동화이다. 아이들의 성적이나 가정환경으로 내 아이와 가까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그릇된 마음을 준우가 제대로 꼬집어 주고 있다.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함께 놀지 못하게 하는 엄마에게 준우는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기로 결심하고,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어른들의 그릇된 마음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춤추는 거짓말>은 초능력 안경을 받게 된 민채가 자신을 향한 아이들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먼저 진심을 보이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내용을 담았고, <담벼락에 그린 마음>은 엄마와 닮은 아줌마를 본 뒤 아줌마의 집 담벼락에 엄마와의 추억을 담은 낙서를 하는 '나'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낙서하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그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고, 포용해주는 아줌마의 마음이 너무도 따뜻하다. 

7편의 단편 속에는 우리 어린이들의 잘못된 마음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아직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더 할지 싶다.
<<안믿음 쿠폰>>은  주인공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아가는 과정은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뼘 성장시켜 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화를 통해서 마음을 다독이는 것은 비단 어린이들 뿐만 아닌 듯 싶다. 어린이들을 통해서도 어른이 가진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 마음도 따뜻함으로 채워지는 걸 보면 말이다.
화려함보다는 알찬 내용과 다양한 주제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네버엔딩스토리> 문고본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감동과 재미가 가득한 종합선물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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