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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베개 어디 있어? ㅣ 그림책 도서관
하나야마 가즈미 글.그림, 김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8월
절판
애니메이션 스누피에 보면 손가락을 빨고 담요를 꼭 끌고다니는 꼬마 아이가 등장한다. 담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주는 캐릭터터였는데, 어떤 특정한 물건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4~5살정도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좀 과장하여 표현한 인물이었다.
이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불안감 때문에 생겨나는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집 작은 아이는 이 그림책의 주인공 탁이처럼 베개에 대한 집착을 잠시 보인 적이 있는데, 잠자리에 누울 때가 되면 베개를 꼬옥 끌어안고 행복해하곤 했다. 항상 엄마 곁에 머물렀던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가야하는 시기가 되면서 생겨나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성장과정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내 베개 어디 있어?>>는 어린이들이 겪는 성장과정에 상상이라는 양념을 더하여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탄생시켰는데, 어린이의 시선이 아닌 베개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탁이 베개 '베돌이'는 탁이가 아기 때부터 함께 지냈다. 탁이는 베돌이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지만, 한 번도 머리를 얌전히 대고 자지 않기 때문에 아빠 베개, 엄마 베개, 누나 베개처럼 베돌이와 함께 꿈을 꾸어보지 못했다.
아침이 되면 이불장 안에 모여 지난밤에 아빠, 엄마, 누나가 꾼 꿈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베개과 달리 베돌이는 속상하기만 하다.
"탁이는 내가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하면서도 잠들고 나면 나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린단 말이야. 나만 꿈을 못 꾸다니, 너무해." (본문 中)
어느 날 밤, 펭귄과 스케이트 타는 꿈을 꾸던 탁이가 잠결에 베돌이를 마구 밟자 베돌이는 단단히 화가 났다.
이튿 날, 탁이네 집에 갑자기 손님이 놀러 오자, 서둘러 방 정리를 하던 탁이 엄마는 보이는 건 뭐든지 이불장 안에 쑤셔 넣는 바람에 베돌이는 그만 방석 아래 깔리게 된다.
엄마 베개와 누나 베개가 괜찮냐며 위로를 하지만, 베돌이는 전날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자신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탁이를 보며 속상해 한다.
그러나 잘 시간이 되자 탁이는 베개를 찾았고, 아무도 방석 아래 깔린 베돌이를 보지 못하고 탁이에게 다른 베개를 건넨다.
"안 돼! 안 된다고!
내 베개가 없으면 못 잔단 말이야."
자신을 찾으며 우는 탁이를 본 베돌이는 탁이가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탁이를 소리쳐 불렀고, 탁이 역시 베돌이를 찾아 다시 이불장을 뒤졌다. 그리고 그날 밤 베돌이는 처음으로 탁이와 함께 꿈을 꾸었다.
자면서 행복을 웃음을 지으며 꿈을 꾸는 어린이들의 천사같은 모습을 보면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 꿈을 베개도 함께 꾸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 그림책은 자신의 베개나 담요에 애착을 보이는 어린이들의 심리 속에 상상을 더하여 불안한 그들의 마음을 행복함으로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인물과 베개들의 다양한 표정을 익살스럽게 담아낸 삽화 역시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림책을 읽으며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언제까지나 행복을 한 꿈을 꾸고, 행복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출처: '내 베개 어디 있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