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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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경, 가스미가세키역의 5개 전동차 안에서 독가스가 살포되어 5,500여명이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등 심각한 중독현상을 일으켰고, 이 중 12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는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다량 살상을 노렸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는데,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간부 및 신자 29명이 살인 및 살인미수 협의로 기소되었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사건이 일어난 지 이 년 후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 및 유족의 증언을 엮은 <<언더그라운드>> 책을 발표했는데, '시점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자, 저자는 '옴진리교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고, 이에 '옴진리교 측'을 정면으로 다룬 인터뷰 형식을 취한 언더그라운드 2 <<약속된 장소에서>>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옴진리교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린 사건이 발생하면서였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극히 적은 내가 종교에 대해 비판을 할 자격은 없지만, 우리나라 정명석 사건이나 옴진리교 등의 사건을 볼 때, 종교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더욱 커져만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고 지칠 때 가족 이외에 누군가 자신을 지탱해줄 수 있는 종교에 의지하게 된다. 인터뷰에 응했던 옴진리교의 신자들의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현실에 대한 불만,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 등으로 인해 옴진리교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과의 불화, 사회와의 고립, 현실에 대한 불만족 등은 옴진리교에 입회 후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들은 현세와의 분리에서 오는 안도감, 그로인한 교주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맹신이 생긴 것은 아니었나 싶다.
교주의 섹스 요구에도 심오하다라고 생각했다는 교인의 이야기는 종교에 대한 맹목적 맹신으로 인한 이성적인 판단조차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 그렇지만 윗사람들은 아사하라가 여성 사마나와 성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걸 알았던 거군요. 

오래된 사,이다 씨나 이시이 히사코 씨가 그런 일이 있다고 말해줬고, "나도 옛날에 했었다"고 했어요. 그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죠. '와, 탄트라는 정말 심오하구나'하는 생각박에 안 들었어요. 감탄했죠. (본문 222p)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의 가해자 측을 인터뷰를 통해서 사린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했는데, 사실 인터뷰에 응했던 신도들은 사린 사건과는 무방한 인물들이었고, 어린시절의 가정환경이나 입회하게 된 배경, 그리고 입회 후 활동한 내용을 주로 수록하고 있어, 옴진리교가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나 사건을 일으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속시원하게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신도들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으나, 그 정확한 사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사건의 가해자 측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어패가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은 순수하게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한 종교가 필요했던 것이고, 자신에게 편안함과 안도감, 현세에서 있었던 의구심을 풀어주었던 종교에 맹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사린 사건은 사회에서 더 큰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고, 현세로 돌아와서도 적응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신자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옴진리교는 사린 사건을 일으킨 범죄 조직이 아니었다. 옴진리교는 여전히 현세와의 고립된 이들에 대한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어떻게 질책할 수 있을까?
옴진리교에서 나와 빵집을 열고 사회 속으로 흡수되고자 하는 이에 대한 사회의 적개심은 결코 이들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럼 판단은 마지막까지 유보하겠다는 뜻입니까? 

물론 했을 가능성이 제로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 딱 잘라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거죠. 좀더 확실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진심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본문 171p)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도 여전히 가게 앞에 지키고 서 있어요. 그리고 평소 못 보던 사람이 가게에 들어오려고 하면 불심검문을 해요. "여기는 옴진리교에서 하는 가게예요."라고 말하는 모양이에요.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경찰도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표시를 내야 해서가 아닐까요. (본문 167,169p) 

이들은 가해자가 아니다. 그저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한 옴진리교에 가입한 자들이다. 가해자의 입장이라는 책의 의도와는 좀 상반된 것은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이들도 피해자일 뿐이다.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용한 종교단체의 이런 변질된 폭력사태와 불법 사건 사고는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도 농후하다. 이 또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부분은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의도와는 좀 다른 내용으로 수록된 이야기였지만, 현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동떨어진 그들에 대한 문제점은 충분히 제기하고 있다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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