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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수염 - 스리랑카 ㅣ 땅별그림책 4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땅.별.그림.책은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베트남, 인도, 태국, 스리랑카, 몽골 같은 아시아 여러나라를 비롯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북유럽까지 지구 곳곳의 새로운 이야기와 낯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땅별'은 지구를 뜻하는 우리말로 지구 또한 가지각색의 뭇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던 옛 사람들의 겸허한 세계관이 깃든 말입니다. (표지에서 발췌)
옛 이야기 속에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으며, 그 시절 그 나라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창작동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달아난 수염>>은 스리랑카의 옛 이야기인데, 스리랑카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을 통해서 그 나라의 생각, 문화 등을 엿보게 된다면 낯설움이 조금은 친숙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네요.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는 요즘, 다른 나라와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책'은 그 소통의 장이 될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다른 문화의 책을 읽는 것은 세계화로 가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아난 수염>>은 기발한 상상력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옛날에 스리랑카 사람들은 수염을 길게 길렀는데, 수염이 좋아서가 아니라 수염을 자를 가위나 면도칼이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가끔은 수염을 나무 판에 올려놓고 자르기도 했는데, 마을에서 가장 슬기로운 바분 할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수염을 자르는 것을 마음에 안 들어했지요.
할아버지는 쌀과 물고기와 코코넛을 먹여 작은 생쥐를 길러 할아버지 수염을 갉아 잘라내는 색다른 방법을 썼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작은 생쥐는 이빨이 뭉툭해진 탓에 더 이상 수염을 자를 수가 없었지요.
그때, 수염이 샘솟는 물처럼 재빨리 자라더니 온 집에 가득 찼고, 바분 할아버지는 수염에 파묻혀 잠들고 말았어요.
수염은 춤추며 나가더니 빙빙 돌며 장난을 치고 마을 길을 내려가면서 사람들을 친친 묶었지요.
숲 가장자리에 사는 꼬마 라투 메니카는 땔감을 줍다가 이 광경을 보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까불까불 기운차게 춤추며 라투 메니카를 감싸려는 수염을 활활 타는 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염에서 빠져나오게 되었고, 바분 할아버지의 집 안에 가득 찼던 수염도 사라졌고, 이제 신경 쓸 수염이 없어진 바분 할아버지와 생쥐도 무척 기뻐했지요.
수염이 자라 마을 사람들을 친친 감았다는 상상력이 참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라투 메니카의 용감하고 재치있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지요. 긴 수염이 참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불편함에 상상력을 더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유머로서 승화시킨 옛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부록에는 스리랑카 언어로 쓰여진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요, 동그라미를 많이 이용한 글씨체가 귀엽습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해봄으로써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거 같아요. <땅,별,그림,책> 시리즈는 다른 나라와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지혜로운 눈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달아난 수염>>을 통해 낯선 이름의 스리랑카가 이제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사진출처: '달아난 수염'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