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서 1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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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파이더맨, 슈퍼맨과 같은 영웅을 꿈꾼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서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동경을 이끌어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영화에서 일어날 법한 스파이더 맨과 같은 능력이 생겨난다면, 나 역시도 영웅이 되고자 하지 않을까? 그동안 용기 없음으로 인해 지키기 못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애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웅을 다룬 영화를 보자면, 정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영웅’이 된 자신을 이용하기도 한다. 혹은 영웅이 된 자신이 가진 힘을 통해서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워 자신에게 가했던 불편한 것을 ’악(惡)’이라 정하고 처단하기도 한다. 물론 결말은 자신의 불의를 깨닫고 정의를  위해 힘쓰며 행복하게 살았대요..라고 끝이 나지만, 따져보자면 영웅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를 지키는 ’선(善)’함의 존재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모방범>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이 작품 <<영웅의 서>>에서 영웅에 매료된 모리사키 히로키를 통해서 영웅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왕따를 당한 친구를 위해 영웅이 되고자 했던 히로키의 어설픈 영웅적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선함, 정의에서 시작했던 히로키가 보여주려던 영웅적 심리는 사악한 분노의 발산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한 사물의 앞과 뒤다. 정의와 불의야. 빛가 그림자는 항상 짝을 지어 존재하지. 누구도 이 둘을 나눌 수는 없어. 결코 불가능해."
"네가 사는 이 ’테두리’의 영웅들도 정의와 불의를 겸비하고 있어."
(본문 119p)

판타지 소설 <<영웅의 서>>는 우리가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 보여지는 기이한 현상이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소재로 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히로키는 ’영웅’에 매료되어 같은 반 님학생 두 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졌다. 성적이 우수하고 스포츠 만능으로 안정된 타입이었던 오빠 히로키의 일로 유리코는 당연한 듯 느끼던 매일의 생활이 산산이 부서져버린 후에야 그것이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히로키의 방에서 잠시 잠이 들었던 유리코는 꿈 속에서 왕관 같은 형태의 물건을 머리 위에 얹은 커다란 그림자가 오빠와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유리코는 오빠의 책꽂이에서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빨강 책 아쥬를 통해서 히로키가 최후의 그릇이 되어 영웅에 홀려 사건을 저질렀음을 알게 되고, 히로키로 인해서 봉인이 깨지고 영웅이 해방되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이 ’그릇’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올바르게 말하면 사본과 접촉해 홀려서 ’그릇’이 될 경우에 갖추고 있던 요소란, 다름 아닌 분노다."
"’영웅’의 그림자 부분은 인간의 분노라는 감정을 특히 좋아하거든." (본문 127,128p)

유리코는 ’인을 받은 자’ 유리가 되어오빠를 찾기 위해 ’이름없는 땅’으로 가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마법을 이용해 오빠의 행적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히로키가 왕따를 당하는 미치루를 감싸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영웅."
"미치루에게 모리사키는 영웅이었구나." (본문 363p)

그렇다. 유리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엘름의 서』(영웅의 서 사본)를 손에 넣어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을 테니까. (본문 381p)

문제는 히로키가 미치루를 감싸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히로키가 대대적으로 펼친 정의로운 행동에서 시작된다. 

몇몇 교사들 중 그 일을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히로키가 학교와 선생님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웅인 척하는 행동은 어떻게든 제재해야 한다. (본문 365p)

히로키가 ’최후의 그릇’이 된 것은 역시 분노였다. 감옥을 부술 힘을 찾는 암흑의 왕과 부정을 부술 힘을 원하는 히로키가 만나게 되었고, 결국 히로키는 영웅에 홀린 것이다. 유리가 히로키의 행적을 쫓아가는 동안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밀과 마주하는 동안, 이 책은 잠시 판타지 소설로서가 아니라 성장 소설로 외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왕따 문제, 가족과의 소통의 문제 그리고 선량한 것보다는 사악함이 앞서는 요즘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 시작되었던 일들이 사회적인 사악함과 만나면서 영웅심은 불의로 변화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사회속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많이 보여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잘못을 처단하고자 하는 어설픈 영웅심의 발로가 결국 사회의 불의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선량한 것과 어둡게 고여 있는 수없이 사악한 것이 흘러넘치는 요즘 세상의 원천이 바로 ’영웅’이었던 셈이다.

유리는 네모난 어둠과 직면하게 되었다. 유리는 살인자가 된 오빠로 인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고 그만큼의 분노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분노는 황의를 입은 왕에게 힘을 줄 것이고, 유리는 오빠처럼 분노를 분출하게 될 여지가 있다. 순수하고 따뜻한 유리도 어설픈 영웅심이 발로할 것인가? 분노가 아닌 용서와 이해로 불의를 이겨내길 바라는 기대감으로 서둘러 2권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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