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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농구 코트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8
칼 듀커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비로소 책을 놓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자녀들은 그 기대감에 힘겨워한다. 나 역시도 올해 중학생이 된 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아이는 내가 원하는 만큼 따라와주지 않아서 요즘 딸과 나는 자주 투닥거린다. 성장 소설을 읽고, 육아서를 읽으면서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그 욕심이 놓아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나보다 좀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사랑을 가장한 엄마의 그릇된 욕심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전 과목 A학점을 받으면서 스탠퍼드 대학원을 다닌 명성이 높은 과학자인 아버지와 달리 조 파우스트는 B학점을 받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려야만 한다. 아버지는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야구까지 못하는 게 없다. 조에게 아버지는 따라가기가 힘든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못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농구였고, 조는 농구만큼은 정말 자신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워싱턴 대학의 유전학과 학과장직을 수락하면서 조 가족은 시애틀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줄곧 사립학교에만 다녔던 조는 공립학교인 로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조는 무리를 지어 농구하는 아이들과 친해졌고, 그 중 무엇이든 그대로 밀어붙여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고야 마는 로스와 친해지게 된다.
아버지가 추천한 책<파우스투스 박사의 삶과 죽음에 관한 비극적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는 아버지의 입장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고, 결국엔 자신과 파우스투스와 자신을 결부시키게 된다.
조는 로스를 통해서 이탈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조가 원하는 로열 고등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인 이시트사이드 고등학교에 가게 된다.
아버지가 ’앨버트 래스커 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나, 조는 여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아버지에게 가졌던 못된 생각들과 아버지에 대해 들었던 나쁜 이야기와 그동안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그 결과 아버지는 ’래스커 상을 수상한 박사는 악마!’라는 언론과 대중들의 비난을 받게 된다.
신을 등지고 악마에게로 돌아서다니 미친 소리 같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그 끝을 넘어서서 경계선을 뚫고 지나간 파우스투스 박사에게 감탄했다. 17년 동안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나에게 올바른 일을 해라, 이걸 해라, 저걸 해라 강요해 왔다. 그리고 대체로 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아니 적어도 그러려고 애썼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되었나? 나는 결국 뭐가 되어야 할지 몰랐다. 파우스투스 박사는 그것이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대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용기가 있었다. 그게 그렇게까지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몰랐다. (본문 120p)
아버지에 대한 비난이 기사화되면서 아버지는 조의 재능을 키워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한 많이 배워 스스로 스탠퍼드 대학교에 가길 바라는 것은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것을 전하지만, 조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마음 속의 말을 전하지 못한다.
조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낡고 버려진 건물에 갔다가 체육관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농구 연습을 하게 된다. 2군이 되어 학교 대표팀 선발 시험은 아예 보지도 못한 조는 11월 16일 그날도 체육관에서 연습을 했고 자신을 오싹하게 만든 그림자를 보면서 파우스투스 박사를 떠올린다.
"저에게 최고의 한 시즌을 주세요. 제가 스물네 게임에서 이런 힘을 쓸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면 제 영혼을 당신께 드릴게요." (본문 159p)
영혼을 판 후 놀랍게도 가드의 부상으로 조는 농구팀 선수가 될 수 있었고 첫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있던 조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역전 슛을 쏘면서 일약 스타가 된다.
조의 활약으로 농구팀이 연승 행진을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한번도 조의 경기를 보러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바지는 자신의 래스커 상 수상을 위해 조에게 농구 경기를 빠지고 함께 보스턴에 가자고 제안한다. 조에게는 지금의 농구 경기는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아버지는 조의 농구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조는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불만을 폭발시킨다.
"그냥 솔직하게 ’보잘 것 없는 네 녀석’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지 그러세요?"
"아버지는 1년 내내 제 시합에는 한 번 오지도 않아 놓고는 저를 보잘 것 없는 시상식장에 세워 아버지를 위한 박수부대로 만들려고 5천 킬로미터를 끌고 가실 건가 보군요."
"아버지는 제가 농구하는 걸 보셔야 해요. 농구는 제가 정말로 잘하는 유일한 거예요. 제가 뛰는 걸 보신다면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 제가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의 아들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의 하나뿐인 아들이잖아요." (본문 203,204p)
<<악마의 농구 코트>>는 청소년들이 가지는 불안과 혼란의 심리적 묘사가 조를 통해서 잘 묘사되고 있다. 부모와 주변 인물들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만과 자신 내면의 욕망, 그 기대감에 다가서고 싶은 마음과 다가서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연구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일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기가 죽고 질투가 났다고 인정해야 겠다. (본문 104p)
조는 그 불안함과 자괴감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되는데, 그 이후 농구와 시험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어낸다. 이는 자신이 이루고싶은 욕망으로 끊임없이 농구 연습을 했던 조의 노력의 결과였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열기 위한 열정과 의지를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이 열정이 결국 아버지와 조 사이의 갈등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었으며, 조는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아버지는 내가 괜한 고집을 부린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나에게 문을 열어 주는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며 아버지가 나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지나가야 하는 문은 내 스스로가 열 것이라고 말했다. (본문 338p)
아버지와의 갈등, 불안과 혼란스러움 등의 심리적인 묘사는 농구라는 소재와 접목해서 긴장감있게 풀어가고 있는데, 경기를 통해서 사람들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는 조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조는 ’파우스투스 박사’ 책을 읽으면서 자신과 접목시켰고, 그 과정 속에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루고 싶은 그만의 열정을 찾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 되묻는다.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농구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부모 그리고 청소년 모두가 함께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그 울림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여진 두꺼운 벽을 허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열정을 심어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