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끝나는 곳 동화 보물창고 34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참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즐겁지만 그 속에 해학을 담아낸 묘한 매력을 가진 시와 만나게 되었다. 바로 <<아낌없는 나무>>의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골목길이 끝나는 곳>>이다. 아낌없는 나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이 시집에는 어린이들의 시각을 그대로 담아낸 순수함이 느껴지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유머를 통해 현실에 대한 풍자를 담아낸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깔깔깔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가 반면, 골똘하게 생각해야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도 있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도 담겨져 있어, 이 시집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 할 수 있으리라. 



후크 선장


후크 선장은 꼭 기억해야 한대.
발가락을 긁지 않도록.
후크 선장은 조심해야 한대.
절대로 코를 후비지 않도록.
후크 선장은 살살 해야 한대.
너와 악수할 때 다치지 않도록.
후크 선장은 주의해야 한대.
정어리 통조림을 딸 때,
붙잡기 놀이를 할 때, 홍차를 따를 때,
그리고 책을 넘길 때 말이야.
난 그러지 않아도 돼서 기뻐.
하지만 후크 선장은 꼭 그래야만 한대. (본문 16p)


어린이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시 <후크 선장>이다. 어린시절부터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끌어안기 놀이>는 잡아당기는 줄다리기 놀이보다는 끌어안을 수 있는 끌어안기 놀이가 더 좋으며 모두 꼭 끌어안으면 모두 다 이긴 것이라며 어린이의 시선을 통해서 경쟁을 부추키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하면 안 된다’는 말 잘 들어> 에서도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하면 안되고, 하지 말아야 하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 너무도 많은 아이들의 현실이 담겨져 있다. <엉뚱이 로즈>는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발가락으로 먹은 로즈의 엉뚱한 모습을 통해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경고



모든 사람의 콧속에는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달팽이가 살고 있어.
만일 네 손가락을 코에 넣으면
손톱을 물어뜯을지도 몰라.
좀더 깊속이 넣으면
반지도 물어뜯을지 몰라.
아주 깊숙이 넣으면
아마 통째로 삼켜 버릴 거야. (본문 73p)



코를 후비고, 손가락을 빠는 어린이들이 많다. <경고>에서는 코를 후비는 어린이들의 습관을 바로잡아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이다. <엄지손가락>은 쪼글쪼글하고 축축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단 엄지손가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손가락을 빠는 어린이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공감하고 재미있어 하겠지만, 이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할 수 있을 듯 싶다. <지미 제트와 TV세트>는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 지미가 텔레비전이 되었다는 시 내용을 통해서 올바른 텔레비전 시청에 대해 말해준다.

알을 깨지 않을 거야!

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알 속에 사는 병아리.
하지만 알을 깨지 않을 거야, 나가지 않을 거야.
암탉들이 모두 재촉해도, 수탉들이 모두 빌어도
알을 깨지 않을 거야, 나가지 않을 거야.
공해도 있고 전쟁도 있다고 모두들 말하잖아.
사람들은 소리소리 지르고 비행기는 시끌시끌하잖아.
그러니 안전하고 따뜻한 이 안에 있을 거야.
나는 알을 깨지 않을 거야! (본문 125p)

사회적 현실을 풍자한 <알을 깨지 않을 거야>이다.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어린이들이다. 전쟁으로 인한 기아와 아픔을 겪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십분 녹아있다. 환경오염으로 갖가지 질병이 난무하는 요즘, 이 시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다소 엉뚱함이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풍자는 유머를 통해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들은 그들의 감성을 어루만져 줄 듯 싶다.
더불어 흑백의 재미있는 카툰 형식의 일러스트는 유머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출처: ’골목길이 끝나는 곳’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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