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시리 제임스 지음, 노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폭풍의 언덕><제인 에어>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음직한 문학작품이다. 특히 <제인 에어>는 18편의 영화와 9편의 드라마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읽혀왔고 사랑받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문학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인기만큼 작가 샬럿 브론테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전기를 통해서 그녀의 삶은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오늘날처럼 블로그나 트위터가 없는 그 시절, 샬럿 브론테만의 비밀이나 일상의 생각 등은 우리의 상상에 맡겨졌었다.
거의 한평생 꼬박 영국 요크셔 지방의 후미진 마을에서 살아온 한 이름 없는 목사의 딸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소설 <<제인 에어>>를 쓰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샬럿 자신은 과연 진실한 사랑을 찾았을가요?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샬럿의 인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저자는 샬럿과 목사보였던 아서 벨 니콜스와의 길고도 폭풍 같은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고, 백 년도 훨씬 전의 샬럿 브론테의 자필 일기가 발굴되었다는 상상을 통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의 이야기는 샬럿의 삶에 마음을 빼앗긴 저자는 이야기의 뼈대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풀어냈었는데, 일기 형식이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 것에 대해 작가는 샬럿은 이런 문체와 구조로 일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믿음에서 시작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는내내 나는 샬럿이 직접 쓴 일기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 푹 빠져있었다.
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현대 소설 등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제인 에어>>의 제인 못지 않은 삶을 산 샬럿, 그 샬럿의 이야기를 토대로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 낸 시리 제임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이 환상의 작품은 마치 샬럿이 다시 살아난 듯한 기쁨과 환희를 얻을 수 있었으며, 샬럿의 작품 <<제인 에어>>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청혼을 받았다. (본문 18p)

이야기의 시작은 샬럿이 청혼을 받은 시점으로 시작된다. 감히 아내가 되어 달라고 한 남자, 아버지의 결사반대와 하워스 주민의 절반이 그를 흠씬 두들겨 주겠다고 벼르거나 이를 갈게 된, 온 마을을 다 들끓게 만든 청혼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8년 전, 샬럿의 스물아홉 살 생일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크셔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의 목사인 아버지의 시력이 점점 흐려지면서, 아버지를 도와줄 목사보 니콜스가 도착하게 되고, 니콜스와 샬럿의 대면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여인네들은 그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부여한 바느질, 부엌일을 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여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진 니콜스는 샬럿에게는 오만한 아일랜드 남자일 뿐이었다.

니콜스와 샬럿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샬럿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여동생 에밀리, 앤, 남동생 브랜웰과의 모습이 낱낱이 공개된다. 어린시절부터 창작에 대한 열의를 올리고, 학교를 세우고 싶어했던 자매들의 이야기, 니콜스와의 대립 등이 회상을 통해서 보여진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세 자매가 각자 시와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필명을 통해 시집을 창간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19세기 여성들에게는 높은 신분의 재산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고, 니콜스처럼 여자들은 바느질과 부엌일만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들 사이에서 세 자매는 자신들의 작품이 ’여자’라는 이유로 폄하되는 것을 꺼려 ’벨 형제들’ 이라는 필명으로 발간하게 되는데,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그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꺽을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훌륭하고, 유익하며, 참신하고, 활력이 넘치는 시를 갖게 되었고, 천성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진솔함을 공감할 줄 아는 현악기의 심장을 타고난 이들은 커러, 엘리스, 그리고 액튼 벨의 작품 속에, 지성의 보다 고귀한 이행에 바쳐졌던 이 공리주의 시대에 요구되는 것 이상의 천재성이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본문 305p)

긍정적인 평에도 시집은 잘 팔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한번 창작의 불꽃을 피우게 되고,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을, 앤은 <<아그네스 그레이>><<와일드펠 홀의 임차인>>을, 샬럿은 <<셜리>> <<제인 에어>> 등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제인 에어>>는 샬럿의 삶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데, 슬픔 속에 이런저런 생각이며 추억들을 들춰내던 중 에밀리의 가운데 이름을 쓴 제인이 탄생되었고, 가정교사였던 자신의 생활과 엄마 없이 이모의 손에서 자라게 된 환경도 모티브가 되었다.
남동생과 여동생의 잇단 죽음으로 힘겨운 제인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니콜스를 통해 위로를 받게 되었고, 묵묵히 제인을 바라보던 니콜스는 제인에게 청혼을 하기에 이른다.

"내가 내 견해들을 자유로이 밝히는 것도 허락될까요? 아무리 당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게 질책을 듣게 될까 봐 가슴 졸이지 않고 말이에요."
"이따금 기회가 되었을 때, 내 견해를 들어 주고, 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수도 있어요?" (본문 494,495p)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는 샬럿의 어린시절부터 죽음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그녀의 일과 사랑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평범했던 샬럿은 글을 쓰고 싶다는 자신의 꿈과 그 시절 여성들이 대부분의 결혼과는 달리 서로 상호간의 애정이 있고,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랑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관철시켰다. 

"아, 내가 변화의 가능성을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너 아니, 넬? 내 나이 스물아홉인데 아직도 이뤄 놓은 게 별로 없어. 직업도 아직 못 구했고. 지금의 나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영국 여성이 고향이나 조국을 떠나지 않고도 자립해서 살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 분명 있을텐데! 언젠가는 그것을 찾고 말 거야, 아님, 그냥 그렇게 애쓰기만 하다 세상과 작별하든지." (본문 119p)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는 시대와 맞서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 샬럿의 이야기를 통해서 19세기 뿐만 아니라, 현 세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상을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샬럿이 스물 아홉이 되어 비로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시대를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는 모습은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은 자못 훌륭하다고 평해도 좋으리라. 제인의 삶만큼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샬럿의 삶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샬럿의 창작에 대한 고뇌와 열정이 낳은 <<제인 에어>>가 가진 감동을 더욱 배가시키기에 충분했기에 나는 다시금 책을 꺼내 읽어보고자 한다. 또한 그동안 알지 못했지만 그 당시 <<제인 에어>>보다 큰 호평을 얻은 사적인 경험을 많이 반영한 <<셜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했으며, 그녀의 죽음 뒤에 출간된 첫 작품(처음 출간을 거절당한 작품)인 <<교수>>역시 사뭇 궁금해진다.

"공책에 당신이 써 놓은 말들을 보면 보여. 다른 이들의 작품을 토론할 때 당신의 눈빛에서도 보이고. 그 작품의 질에 따라서나 당신의 기분에 따라서 더 없는 행복감으로, 혹은 분노로, 혹은 질투심으로, 열정의 불길이 당신 눈 속에서 이글거리는 게 보여." (본문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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