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불과 며칠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일어났다. 배우 김여진씨와 한나라당 박 위원의 논쟁때문이었는데 이는 5월 18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논쟁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권력자의 어처구니 없는 댓글이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5.18 민주화 운동’이 무엇이길래,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했을 것이다. 5.18 민주화 운동의 아픔을 덮으려던 일이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으니, 어처구니 없었던 댓글을 쓴 일에 대해 잘했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저자 박윤규는 우리 역사를 바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군인들은 나쁘고, 무섭고, 싫어요." "이런 짓을 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도 하고, 아직도 잘 살고 있어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선뜻 설명할 방법이 없음에, 책을 써서 설명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바로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이다.

나는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이번 인터넷 논란으로 인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자칫 청소년들이 가슴 아픈 이 역사를 논란의 요지로만 알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의 왜곡(?)이 아닌가 말이다.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배경으로 한 픽션을 통해 가슴 아픈 그 시절의 이야기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역사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눈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큰 아이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저 교과 학습으로만 알게 된 5.18 민주화 운동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으며, 이 글을 쓰면서 그 안타까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비석 앞에는 이곳의 정신적 지도자인 윤상원 선생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박기순의 사진이 놓여지고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하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사람들의 눈동자는 붉게 상기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방울새는 온몸을 떨며,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그날을 생각하고야 말았다.

함성 소리, 아우성 소리, 장갑차 지나가는 소리, 헬리콥터 소리, 그리고 무자비한 총소리................(본문 12p)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전주에서 펼쳐진 전국 어린이 명창 대회에서 <춘향가> 중에 <옥중가>를 불러 대상을 받은 방울의 열두 번째 생일 그러니까 열세 살이 되는 아주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방울은 상품으로 탄 북은 자신의 고수가 되어주길 바라는 민혁 오빠에게 선물로 주고싶었다. 그리고 민혁은 방울에게 생일선물로 노란색이 선명한 방울새를 선물한다. 

"방울아, 이건 바로 너여. 방울새란 말이여. 그 중에서도 나가 특별히 대한민국에서 금빛이 젤로 많이 박힌 걸로 골라 잡았걸랑. 그러니께 이건 그냥 방울새가 아니라 금방울 너란 말씨. 자, 선물." (본문 21p)

방울새와 하나가 된 느낌을 받은 방울이는 생일날 초경을 시작하면서 여자가 되었다. 
휴교령도 깨부수고 계엄령도 깨부술라고 학교에 가겠다는 민혁이를 불러 세운 운장 선생님의 명령으로 민혁은 방울이를 화순 집에 데려다주고, 순천에 가 있기로 한다. 가는 길에 민혁과 방울은 <들불 야학>에 잠시 들러 윤 선생과 만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하지만, 거리는 시위대의 함성과 군인들 그리고 시위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빽빽했다. 

’삑삑’ 짧은 호각 소리가 나더니 ’삐이잇’ 긴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폭탄이라도 터진 듯 땅이 마구 울렸다. 성벽처럼 서 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시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두두두두, 요란한 볼소리. 시위대의 놀란 비명과 흩어지는 소리.
군인들은 시위대를 그저 해산만 시키는 게 아니었다. 골목까지 쫓아가 마구 몽둥이질을 해 댔다. 사람이 피를 흘리며 축 늘어졌는데도 몽둥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본문 57p)

민혁과 방울에게 다가온 군인들을 피해 제과점으로 도망친 두 아이는 주인의 도움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전날보다 군인들이 많아졌고 살벌해졌지만 군인들을 피해 집으로 가려던 이들은 시위대에 떠밀려 같이 도망치다 참변을 당하게 된다.

장갑차 뚜경을 열고 나온 군인이 총을 치켜들었다. 다음 순간, 하늘을 찢는 굉음이 울렸다. 군인이 마구잡이로 총을 갈겨 버린 것이었다. 방울이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고 느낀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헉.....!"
무언가에 세차게 밀린 듯 방울의 몸뚱이가 붕 떠올랐다. 이내 몸뚱이는 퍽 소리를 내며 처박혔다. 아니, 아득히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세상은 완전히 고요해졌다. (본문 76p)

방울을 바라보는 방울새, 방울새가 걱정된 방울이, 방울의 몸뚱이를 안고 고함을 질러 대는 민혁, 그리고 검은 몽둥이로 민혁을 가리키고 달려오는 군인들, 방울이는 두고 도망가는 민혁.
순간 방울은 방울새가 되었고, 방울이는 박스에 싸여 짐작처럼 실려가는 자신의 몸뚱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울은 민혁이 무사하길 바라며 민혁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이면서,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곳곳을 살펴보게 된다.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대고, 시위대도 경찰서와 예비군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와 대항하면서 진짜 전쟁이 벌어졌다. 방울이는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정치적 판단도 필요없이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아야하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군인들의 이야기, 민혁이와 방울이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와 민혁 아버지의 모습, 자신을 찾는 운장 선생님, 지난 열흘 동안의 상황을 외국기자에게 설명하는 윤 선생 이야기 등 방울이는 방울새가 되어 날아다니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낱낱히 알아가게 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의의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번 사태의 발발 원인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의 정권 욕심에 있습니다. 그들은 하극상 쿠테다인 십이십이(12,12) 사태로 군권을 거머쥐었고, 그때 이미 정권을 가로챌 기미를 보였습니다. 국민들은 이에 반발했고 정상적인 민주 정부를 세울 걸 요구했지요. 하지만 그럴 의도가 없었던 군부는 계엄을 확대하고 말았습니다."

"그럼 왜 하필 여기 광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광주는 군부에 대한 반발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장 드높고, 또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다른 데로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요. 그래서 광주의 민주화 요구를 눌러 본을 삼기로 작정한 듯이 보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목격했듯이 계엄 군부의 하수인인 공수부대에 의해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무참하게 학살되었습니다.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 그리고 우리는 이 같은 만행에서 맞서 봉기한 것입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싸움은 단순히 살기 어려워서 일어난 민중 봉기가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는 군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항쟁입니다." (본문 126,127p)

슬프고 무거운 주제인 이야기가 방울이가 방울새와 하나가 된다는 판타지를 살짝 가미함으로써 읽기 어렵고 난해한 내용을 좀 쉽게 풀어가려 하고 있으며, 곳곳에 담겨진 판소리를 통해서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살려내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를 두각시키지고 않았으며, 그날의 참담했던 부분만을 더욱 강조하지도 않으며 내용의 중심을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열 세살이 된 방울이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며,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는 방울을 통해 그날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충분히 전달되어진다.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날의 참담함을 보게 되는 열 세살 소녀 방울의 눈으로 보는 그날의 모습은 결코 우리가 잊어서는 안된 역사의 장면이기도 하다.

어느 덧 30주년을 맞이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정착과 발전을 이루어내는 초석이 되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역사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역사가 가진 참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진정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슴 한 구석을 먹먹하게 하는 안타까운 역사이며, 권력자에 의한 오점 가득한 역사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참 모습을 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 역사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고,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면, 역사의 오점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월의 노래>가 더욱 구슬픈 것은 5.18 민주화 운동의 참 의미를 기리며,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된 이들에게 대한 위로이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민주주의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죽음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할 것이다.

너그 공수들은 특수 훈련 받았지만
우리 시민군은 저 옛날 동학군 의병이랑게.
자동소총 재지 마라 구식 총도 무섭당게.
이 골목에서 탕, 저 골목에서 탕!
요 골목에서 탕탕, 조 골목에서 탕탕탕!

(중략)

어마 뜨거워라, 날 살려라, 털 빠진 꽁무니를 내빼니
시민군 만세!
광주 시민 만세 만세!
민주주의 만세 만세 만세! (본문 150,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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