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품절


초등학교 다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숙제를 한답시고 책상에 앉았는데, 창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호기심에 내다보았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숙제를 하는데 고양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먼가에 이끌려 책상 밑을 내려다 보았는데 빨간 길고양이 눈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내가 다리를 흔들 때마다 고양이가 울어댔던 것이었다. 깜짝 놀라 책상 위에 올라가 엄마를 외쳤고, 엄마 때문에 놀란 고양이는 후다닥 도망갔다.
이 사건 이후로 나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되었는데, 사실 어릴 때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무서워 조금이라도 큰 개가 있으면 빙 돌아서 집을 가곤 했다.
점점 애완문화가 정착이 되어가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 역시도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일도 사라졌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고양이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는데, 몇 해전부터 길고양이가 늘어나면서 밖에서 들려오는 길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그 공포를 가중시켰다.

그런데 요즘 고양이를 다룬 책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고양이를 새삼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강아지가 자주 등장하던 동화책에서도 길고양이가 많이 등장하게 되었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무섭게만 느껴졌던 고양이에 대한 나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딸아이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귀엽고 예쁜 고양이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양이도 귀엽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니, 이 맘때부터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자주가는 카페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아 고양이 사진을 많이 올려왔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 고양이의 색다른 면을 많이 보게 되었다. 이 와중에 만나게 된 노란색 표지에 담겨진 커다란 눈망울의 아기 고양이의 사진이 나를 사라잡았고, 어쩌면 내안에 오래 잠들어 있는 고양이에 대한 공포가 <<행복한 길고양이>>를 통해서 말끔히 씻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페이지마다 와~ 고양이에게 이런 귀여운 면이, 이런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면이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사진에 담긴 고양이들은 아름다웠지만, 그 안의 이야기들은 참 아팠습니다. 나와 살았던 고양이들이, 그리고 내가 날마다 골목에서 마주쳤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더 아프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진에 스스로 ’행복한’ 이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나의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그리고 고양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아, 고양이도 괜찮구나’,’길고양이도 예쁘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본문 中)

길고양이들마다 이름이 있고, 사연이 담겨져 있었다. 길고양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람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고양이도 있었고, 사람에게 상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넓은 고양이도 있었으며, 쥐약을 탄 생선을 던져 주는 사람도 있었다. 분양하겠다는 스님의 말을 알아듣고, 새끼고양이들을 데리고 나간 엄마고양이,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보듬어준 대부고양이, 엄마 고양이가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끼고양이 금동이와 해피가 죽자 구슬프게 우는 해피의 남자친구 고양이, 자식에게 줄 게맛살을 물고 가는 엄마 고양이 키라라, 저 죽을 때 알고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먹을 것을 준 할머니를 찾아온 늙은 고양이 둘리 등 길고양이들의 삶은 척박해보였지만, 사실은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나름대로의 행복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행복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상처받고, 아파하고 있을 뿐.

사실, 고양이들의 행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적당한 포만감과, 따뜻한 햇볕, 편안한 잠자리만 있으면 세상 그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행복이라는 걸, 우월함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문 中)

고양이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동물이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항상 아닌 척 딴청을 피우는데, 강아지들이 예쁜 교생 선생님에게 반한 남자 중학생 같다면 고양이들은 소심한 여고생 같다고 말한다. 무서워보이는 듯한 눈이었는데, 이렇게 소심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있다니 귀여운 모습에 괜히 풋~ 하고 웃어본다.

조금만 너그럽게 그들을 바라보면 당신을 바라보면서 홍조를 띠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고 너그러이 바라보면 고양이가 사랑하는 법이 보인다.
그리고 이해하는 만큼 사랑받을 것이다. (본문 中)

고양이의 눈, 고양이의 얼룩, 고양이의 얼굴이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책 속의 고양이의 표정은 정말 다 다른다. 부끄러워하는 모습, 행복한 표정, 경계하는 표정이 왠지 사랑스러워보인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눈웃음을 짓는 고양이를 보면서 행복해하는 그들의 삶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들은 호기심이 많다고 한다. 길을 가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들의 눈을 무섭게만 느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인사라고 건네고 싶었던 걸까?
아직 나는 저자처럼 그들에게 선뜻 다가설 용기는 없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고, 나 역시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그들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도 사랑을 주는 관대한 녀석들이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 봉지를 뜯어 놓고, 번식기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고, 더러운 모습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지만 그것을 ’피해’가 아닌, ’불편’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조금만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동냥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처럼 최소한 길고양이들에게,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분들에게, 상처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中)

고양이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겨져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고양이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고양이도 퍽 괜찮은 동물이구나’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들의 모습에 푹 빠져있었다. 더럽고 못생긴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참 귀엽고 예쁜 동물이다. 사랑하는 법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가진 매력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사라지고, 그들이 길 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나 역시도 바래본다. 무서운 존재가 아닌, 괜찮은 존재로 다가온 그들의 모습으로 내 오랜 상처가 치유되었음을 느꼈다.

(사진출처: ’행복한 길고양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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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sjdh 2011-07-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도 있는데....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이책 애들한테 추천해줬어요..

동화세상 2011-10-25 13:47   좋아요 0 | URL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이 더 좋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