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글이란 읽으면 읽을수록 사리를 판단하는 눈이 밝아진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도 총명해진다. 흔히 독서를 부귀나 공명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도르는 속된 무리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 젊어서 유익하다. 젊어서 책을 읽으면 늙어서 쇠하지 않는다. 늙어서 책을 읽으면 죽어서 썩지 않는다." (본문 192p)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으며,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신 법정 스님의 글귀를 보면서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다는 느낌이 들었다. 법정 스님이 하시는 말씀 모두를 이해하기에는 나의 독서력이나 이해력은 상당히 부족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좋다’’편안하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읽으며 처음으로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셨던 법정 스님의 글 속에는 자연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을 많이 담아놓으셨는데, 세상에 의지해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이 지구의 자원을 많이 소비하고 그만큼 지구환경을 오염시킨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곳곳에 배어져 있었다. 산중 오두막에서 홀로 수행하며, 물과 나무 그리고 별과 꽃 등과 더불어 살면서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고마움이 컸으리라. 스님은 독서에 대한 중요성 역시 많이 강조하셨는데, 얄팍한 지식이나 정보의 덫에 걸려 고전에 대한 소양이 너무 부족해 자기 나름의 확고한 인생관이나 윤리관이 없어 조그만 이해관계에도 번번이 걸려 넘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셨다.
인류의 정신문화 유산인 양질의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리고 인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스님은 자연 못지 않게 책 또한 사랑하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날 내 식탁에 먹을 것을 대 주고 가꾸는 재미을 베출어 준 채소의 끝자락이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것을 보고 스님은 채소밭을 정리하셨다.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마무리라 말씀하신다. 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통해서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길 수 있으며,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일의 과정에서 혹은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할 수 있으며, ’나는 누구인가’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얻을 수 있다.
내려놓았을 때 아름다운 마무리가 일어날 수 있으며,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으로 다가가야 하며,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 삶의 본질인 놀이를 회복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알고,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며, 내 안의 자연을 되찾고, 눈앞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세상의 한 부분이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결국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므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결국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아름다운 마무리>> 속에는 바로 우리가 삶의 매 순간들을 아름답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 두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일도 하나의 ’정진’일 수 있다. (본문 33p)

무소유를 강조하셨던 법정 스님의 글은 채우고자 하는 욕심에 앞만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전하면서, 진정한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좋은 책의 내용이 나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으며 그동안 채움과 타인과의 이해관계에서 번번히 걸려 넘어져 살아왔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양으로 이끌어주는 삶의 지혜로 삶을 채워보고자 한다. 내가 세상에 올 때 가져온 하나의 씨앗이 제대로 움틀 수 있도록 어떤 땅에서 어떤 삶을 이루고 있는지 순간순간 내 삶을 묻고, 되돌아보고자 한다.
편안하고 좋다,라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을 읽은 동안, 회사문제와 인간관계로 인해서 복잡하고 힘들었던 마음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삶이란 순간순간의 존재이기에 그 순간들을 뜻있게 살면 된다는 말씀처럼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나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을 만나고 가꾸도록 노력해보련다.

당신은 이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만날 그날이 그날처럼 그렁저렁 맞이하고 있다면 새날에 대한 결례가 될 것이다. 누가 됐건 한 생애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하루는 그 빛으로 인해 새날을 이룬다. (본문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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