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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준범이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란 글.그림 / 보림 / 2011년 3월
그저 일상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책을 읽고 난 뒤 느껴지는 뭉클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필화로 그려진 삽화와 준범이가 쓴 듯한 삐뚤빼뚤 글씨가 이야기와 어우러집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준범이에 대한 안쓰러움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 친구들에게 대한 고마움으로 코끝이 살짝 찡해져 옵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일상에서 느껴지는 행복함과 일상 그대로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편안함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어린시절에는 저녁 늦도록 노는 아이를 찾으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지만, 요즘 동네 어귀에는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 어려워졌어요. 학원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혼자만의 놀이를 즐기곤 합니다.
<<뒷집 준범이>>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일러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친구와 함께 놀 때의 즐거움과 서로 친구가 되는 법을 일깨워주는 이 그림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어린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시장 골목 낮은 집으로 이사를 한 준범이는 작은 방 창문으로 앞집을 봅니다. 바로 앞집은 음식점, 그 옆집은 슈퍼, 또 그 옆집은 미용실이지요. 늦도록 일을 하는 할머니는 준범이에게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일렀습니다.
준범이는 혼자 씩씩하게 잘 놀지만, 어쩐지 쓸쓸해 보입니다.
온 종일 켜져있는 텔레비전은 혼자 떠들고 있고, 준범이는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탁자 밑에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요.
준범이는 자주 창밖은 내다봤기 때문에, 미용실 집 아이 이름이 공주이고, 슈퍼 집 충원이가 동생 때문에 야단을 자주 맞는 것과 하루 종일 맛있는 냄새가 나는 집이 강희네 집이라는 걸 다 알고 있어요.
앞집 아이들은 유치원 갈 때도 같이 가고, 집에 올 때도 같이 오고, 놀 때도 다 같이 놀아요.
준범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렇게 온 종일 쳐다봅니다.
"야, 너도 이리 와. 같이 놀자."
손을 내밀지만,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은 준범이는 왠지 기가 죽었는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하네요.
그런데 준범이에게 정말 즐거운 일이 생겼습니다.
늦은 시간 할머니가 돌아오고, 준범이의 얼굴은 이야기가 처음 시작할 때의 얼굴과 달리 즐거워보입니다.
다 같이 놀면 진짜 재미있다는 걸, 준범이는 알게 되었답니다.
같이 놀자는 친구들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준범이에게 선뜻 다가와 준 친구들이 참으로 예쁘고 고맙습니다. 어린이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쉽게 친해집니다.
텔레비전에서 하루종일 재미있는 만화를 방영해주고, 컴퓨터 게임으로 혼자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하지만, 함께 노는 것처럼 재미있는 것은 없답니다. 준범이와 앞집 친구들처럼 서로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때, 더욱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답니다.
쓸쓸해보이는 준범이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놓입니다. 준범이가 창문으로 보는 바깥 세상과 준범이의 세상은 명도대비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다행이도 어두컴컴했던 준범이의 방은 환해집니다. 준범이의 얼굴처럼 말이죠.
짧지만, 마음은 가득 채워주는 따스함이 있는 그림책이네요.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사진출처: ’뒷집 준범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