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친구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1
엘렌 몽타르드르 지음, 김주경 옮김, 김보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춘기 소녀인 딸아이는 매일 저녁 수첩에 끄적끄적 무언가를 적는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학창시절 수첩에 색색의 볼펜으로 시를 끄적이고 옆에 그림을 그려넣고, 짧은 일기를 쓰던 내 모습이 겹쳐진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수첩 꾸미는 법을 검색하면 다양하고 예쁜 스티커로 꾸미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때만해도 그림을 그려넣거나, 예쁜 색의 볼펜으로 글씨체를 바꾸어가면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게 꾸미면서 나만의 수첩을 만들었었다. 일기를 쓰기도 하고, 당시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원태연 시인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등 시집의 시를 옮겨적기도 했었다. 예쁘게 꾸민 친구의 수첩을 보고 따라해보기도 하면서, 그 수첩에 소녀시절의 감수성을 마음껏 표출하고 담아냈다. 이는 그 시절의 또 다른 나의 <<종이친구>>였던 것이다.



<<종이친구>>는 중학교 2학년인 열네 살 제레미가 도서관의 텅 빈 간행물실 책상 위에 놓여진 짙은 녹색의 수첩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수첩 주인을 찾아 개인 정보를 조금씩 흘리며 놀려 댈 생각에 한껏 부풀었던 제레미는 누구인지 모를 내용이 담긴 수첩에 왠지 모를 관심을 갖게 된다. 신문에서 오려 낸 연예인 사진이 붙어 있기도 하고, 시나 격언 같은 것도 적혀있었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아이들의 글이 빼곡히 적힌 것을 보면 인기가 많은 아이인 듯 싶기도 했다. 제레미는 다음날 수첩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여학생들을 유심히 보게 되고, 어느새 수첩 중독자가 되어버린다. 수첩 주인과 약속이라도 한 듯, 정해진 시간에 수첩을 보는 일이 어느 새 제레미의 일과가 되었고, 수첩 속에 작은 실마리를 찾아 수첩 주인이 누군인지를 탐색해 나간다.
그러던 중 "엄마가 돌아가셨다."라는 글과, 내일 모레 알루에트 공원, 분수대 앞 벤치에서 약속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약속 장소에서 전학 와서 아무하고도 말을 한 적이 없는 로라와 마주하게 된다

전학을 간 로라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로라의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제레미와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닫혀진 마음을 내보이게 된 로라는 아름다운 우정을 갖게 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비로소 시작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정말 놀랍고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 이 반전이 아니었다면, 그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닫혀졌던 로라의 마음이 제레미와의 소통으로 조금씩 열리는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라고만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많은 성장소설 속에 한 권으로만 기억했으리라. 이 놀라운 반전이 있기에 <<종이 친구>>가 완성되어졌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남겨진 무서운 공허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해, 슬픔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고립감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한 성장통이 아픔을 넘어 아름답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상실감이나 힘겨운 상황이 닥치게 마련이고, 슬픔과 공허함,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일으켜세운 "수첩"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셈이다.

"글 쓰는 일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고 한다. 그게 정말인지는 글을 써 보면 알겠지." (본문 153p)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에게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 꼭 기억하고 싶은 일 등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예쁜 다이어리, 일명 ’종이 친구’를 선물해야겠다. 사춘기의 성장통을 그 종이 친구가 함께하면서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다독이고, 일으켜세워 줄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얻게 되는 자유가 내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되리라.
놀라움, 반전, 성장통이 한데 어우려져 완벽한 성장 소설을 만들어냈다. 그저 잔잔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 속에서 깜짝 놀랄만한 반전과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참 난해하다. 직접 읽어보시라는 말 밖에는....
반전을 알고 다시 책을 읽으면 또다른 느낌으로 책이 다가온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음을 느끼는 건 멋진 일이다! (본문 56p)

(사진출처: ’종이 친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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