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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 3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0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서상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돈과 애욕에 얽힌 비운의 가족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작품인데, 19세기 문학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은 평생을 탐욕에 사로잡혀 살다가 죽음을 당하는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와 그의 세 아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1권에서는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탐욕과 이기심, 애욕에 의해 크고 작은 갈등이 시작되는 과정을 담았고, 2권에서는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큰 아들 드미트리가 유산과 한 여인을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갈등이 심화되면서, 표도르 파블로비치가 살인을 당하고, 이에 드미트리가 살인자로 누명을 쓰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3권에서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냉소적인 이반의 심리적인 묘사가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자신의 내면에 카라마조프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던 알렉세이는 조시마 신부의 영향으로 마음 속에 담겨진 선함을 발견하려고 애썼으며, 조시마 신부의 유언에 따라 수도원을 따라 속세의 삶을 살아간다. 알렉세이는 살인 누명을 쓰게 된 드미트리와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3권에서는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두드러진 부분이 많은데, 특히 냉소적이고 이기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 여기곤 하는 이반의 심리적인 묘사가 압권이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거지나 다름없었던 여자를 겁탈하여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를 낳게 하였는데, 아무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표도르 바블로비치는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렸다. 이에 스메르쟈코프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살아왔는데, 냉소적이고 오만한 이반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스메르쟈코프는 신이 창조한 세계가 불합리한 모순 덩어리라고 외치는 그의 사상을 따르며, 살인을 감행한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예언하는 듯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남겼고, 이반의 행동이 살인을 감행하는 것을 승락하는 것으로 여겼던 스메르쟈코프는 기꺼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드미트리가 살인자라고 여겼던 이반은, 스메르쟈코프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듣게 되면서 자신이 살인을 교사한 것과 다름없음을 알고 점점 괴로워하며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도려님은 영리하십니다. 또 돈을 좋아하시잖아요. 제가 아는 도려님에 대해 말해 볼까요? 도려님은 오만하시기 때문에 남한테 존경받고 싶어 하십니다. 여자도 굉장히 좋아하시죠. 그보다 아무한테도 머리를 숙이지 않고, 고고한 자기만족 속에 사는 것을 더 좋아하십니다.
고작 이런 문제로 본인의 인생을 영원히 망쳐 버리진 않으실 거라고요. 도련님은 주인 나리와 똑같아요. 자식들 중에서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으셨어요. 그분과 똑같은 영혼을 지니셨으니까요." (본문 133p)
결국 ’섬망증’을 앓게 된 이반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다름없었다는 자신을 인정(?)하면서 악의적인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괴로워한다. 이반은 결국 진실을 말하게 되지만, 이반을 사랑하는 카테리나의 애욕에 의해 드리트리는 살인자가 된다. 탐욕과 애욕이 가져온 결말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도스트옙스키는 3권에서 재판과정을 통해서 이들의 잘잘못을 직접 설명한다.
"그는 자식들에게 쾌락만을 위한 삶을 가르쳤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의무 따위는 팽개쳐 버리고, 심지어 큰아들을 소경 재산과 애인을 빼앗으려 들었습니다. 이 불운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그는 결국 보복을 받았으니까요. 그래도 이자가 우리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꼭 기억합시다." (본문 203p)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을 통해서 선과 악, 애욕과 탐욕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파헤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에서 보는 내용들이 현 시대와 너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탐욕으로 인해서 부모와 자식을 죽이는 일이 간간이 일어나고 있으며, 애욕으로 인해서 살인을 벌이는 일도 서슴치 않고 일어나고 있다. ’우리 시대에 흔힐 볼 수 있는 아버지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꼭 기억합시다.’라는 문구가 마치 탐욕으로 인해 어지러운 현 사회를 예언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은 농노제가 무너지가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과도기에 보여지는 시대의 모순을 담아냈다고 했는데, 결국 현 사회는 자본주의의 모순인 재물에 대한 탐욕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기적이고 냉철했던 이반, 방탕하고 극단적이었던 드미트리, 아버지를 죽인 스메르쟈코프 이들의 악한 행동은 결국 인간의 내면 속에 있는 선한 행동을 끄집어내어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선한 마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아버지가 가르친 쾌락적인 삶을 통해서 이들은 결국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한 행동을 표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환경에 의해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죽음으로 그 죄값을 받게 되었고, 그 아들들은 그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 속에서 있는 선한 마음(죄책감)을 통해서 괴로워하며 그 죄값을 치르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과 애욕이 보여주는 추잡함을 우리는 이들 가족을 통해서 볼 수 있었으며, 그 결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알게 되었다. 빈부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인간의 탐욕이 점점 커지는 현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카라마조프 집안의 형제들>>을 통해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탐욕과 애욕의 결말, 인간의 내면에 담겨진 선과 악, 그리고 부모로서의 내 의무 등의 생각거리로 이 책은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어릴 때 겪은 아름답고 순수한 추억은 평생 동안 마음의 양식이 되어 준단다.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은 틀림없이 구원을 받을거야. 아니, 단 하나의 추억이라도 반드시 우리를 지켜 줄 거야. 우린 어쩌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어. 그렇더라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악을 물리쳐야 해. 얘들아! 우리 모두 착한 사람이 되도록하자!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를 잊지 말자! (본문 25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