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 미래의 고전 23
정은숙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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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전작이었던 <<봉봉 초콜릿의 비밀>>(푸른책들, 2008)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즐거움으로 전작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설레임으로 바뀌었으니 어쩌면 더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설홍주와 최완식 콤비는 마치 셜록 홈즈의 홈즈와 왓슨과 같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어린이들이라면 한번 즈음은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이나 아동문학 ’셜록 홈스’ 등을 통해서 탐정이 되고픈 생각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와 관찰력을 통해서 풀어가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운 순간이기에,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장면은 어린이들에게 짜릿함을 준다. 그러기에 ’탐정’이라는 소재는 만화나 동화,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는 우리 어린이들이 바로 주인공이며, 이 점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굉장한 호소력이 있다. 홍주, 완식이와 한팀이 되어 함께 사건해결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찰력과 추리력이 생길 것이고 책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홍주와 완식이는 인적이 드문 소량산 입구의 공토에서 ’성적 쑥쑥제’ 라는 이상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공부 잘하는 완식이 형 완규의 시험지와 홍주, 완식이의 시험을 함께 태우고 몇가지 절차를 거치고 나면, 성적이 향상된다는 믿을만한 제보라고 하니 홍주는 못이기는 척하고 완식이와 동참했다.
늘 전교 1등인 형을 둔 완식이가 받을 스트레스를 홍주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 저시력증으로 어두운 밤에는 활동이 불편한 은정은, 엄마 때문에 ’성적 쑥쑥제’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드라마에 정신이 팔린 사이 완식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몰래 빠져 나왔다.
시력이 안 좋은 대신 다른 감각인 청각, 후각이 뛰어난 편인 은정은 지팡이를 잡은 손에 잔뜩 힘을 실어 조심스레 걷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에스유브이 차 소리에 길가에 바짝 붙었다.
차를 몰던 아저씨도 늦은 밤 보이는 여자 아이를 보고 귀신으로 착각해 깜짝 놀라 멈춰섰고, 은정이와 몇마디 나누고 헤어졌다.
은정은 아이들을 찾아 걷던 중 라벤더 향이 느껴졌지만, 인기척을 하지 않는 상대방을 피해 서둘러 아이들을 찾아간다.

홍주, 완식 그리고 은정은 다행동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봉봉 탐정단의 멤버이다. 이들 셋은 미심쩍은 제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완식이네 가게 단골 할아버지가 사는 집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늦은 밤에 문이 열려있던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보게 된다.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한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내민 종이에 별 모양을 그리다 정신을 놓는다. 아이들은 서둘러 신고를 하고, 사건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다. 홍주는 작년에 혼자 소량산에 갔다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 자신을 구해주었던 할아버지를 위해 범인을 꼭 잡고 싶었고, 봉봉 탐정단은 사진과 할아버지의 행적을 쫓으며 하나씩 의문점을 풀어나간다.

홍주는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고, 완식이는 그런 홍주와 호흡이 잘 맞았다. 두 아이는 할아버지가 그려놓은 별 모양의 의미를 찾아보았고, 사진 속 할아버지의 집을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 해 보았다.
그 와중에 손등에 별 문신을 중국집 만리장성 배달원인 김수만 오빠를 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하고, 천연 비누랑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라벤더 향을 쓰는 완식이 엄마를 용의자로 지목하여 홍주와 완식이의 우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홍주와 완식이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는 수사대 경사들 때문에 아이들은 형 완규와 후각, 청각이 민감한 은정의 도움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어린이들의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참 흥미진진하게 읽게 되었다. 할아버지 집에서 발견한 10여년 전의 신문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아이들은 10여년전의 신문 내용과 지금의 신문 내용이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 엉망인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교통사고와 살인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반성과 개선의 여지가 없는 현 시대의 잘못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여, 어른의 한 사람으로 참 부끄러웠다.
탐정이라는 소재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재미와 흥미로움을 주고 있으며, 그 밑바탕에 ’진정한 용서’와 ’복수’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깔아놓음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복수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잘 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으며,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용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를 용의자로 생각한 홍주와 완식이의 우정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용서를 통해서 우정을 지켰고, 사건도 해결할 수 있었다. 용서와 우정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런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아이들이 작은 거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파헤쳤다는 점과 어린 아이들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던 수만 청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른으로서 이 책을 통해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어린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소홀하게 여기기도 하고, 아이들과의 약속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어린이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한 인격체로 대해주는 어른들의 행동은 그들이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엄마인 나는,  꼭 기억해두어야 겠다.

작은 거 하나도 놓치지 않는 두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도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작은 부분에도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며, 힘든 상황에서도 홍주처럼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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