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기대장의 형님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
조성자 글, 김병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동화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고 마침 우리 집에는 싸기 대장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터울이 6년이나 나는 우리집 남매의 이야기는 이 동화책도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즐거움과 잔잔한 감동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된 요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집 남매와 닮아있기 때문에 이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어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입학했을 무렵, 작은 아이는 겨우 1살이었고 가족들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인형같은 동생을 너무도 예뻐했지만, 툭하면 울어대고 친구들과의 놀이를 방해하고, 엄마 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동생을 예뻐만 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학교 필독서로 읽게 된 <<나는 싸기대장의 형님>> 이 동화책을 읽은 후, 동생의 별명은 책 속 기영이처럼 ’싸기 대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6년이 흐른 지금, 동생의 별명은 ’싸기 대장’에서 ’말썽 대장’으로 변했습니다. 기영이는 어떤 별명을 갖게 되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어린 시절 동생을 질투하던 큰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때 큰 아이를 좀더 다독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싸기 대장’인 기영이가 태어나면서 기훈이는 엄마 아빠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냄새나는 똥을 싸서 기훈이는 코를 막고 있어야 하는데, 엄마와 아빠는 엉덩이 가까이에 코를 대고 예쁘다고 웃기만 합니다.
그뿐인가요? 늘 기훈이 줄 과자를 한 아름 들고 오시던 할머니는 이제 싸기 대장 것만 사옵니다.



어느 날, 무서운 꿈을 꾼 기훈이는 얼른 엄마가 있는 안방을 달려갔지만, 싸기 대장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던 엄마는 쇳소리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기훈이를 타박합니다. 엄마랑 자고 싶었던 기훈이는 결국 아빠의 손에 이끌려 다시 방으로 돌아옵니다. 
조심스레 안방 문을 열어보니, 싸기 대장은 엄마 품 속에서 자고 있고, 엄마는 얼굴 가득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싸기 대장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치, 싸기 대장 자식.’ (본문 20p)

싸기 대장이 백 일째 되는 날, 친척들과 손님들은 모두 싸기 대장 이야기만 합니다. 기훈이는 친척들에게 관심을 받기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사고를 치게 되고, 결국 방으로 쫓겨납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기훈이만 빼놓고 즐거워하는 사람들때문에 화가 납니다.

"싸기 대장, 바보, 멍텅구리, 싸기 대장, 멍청이, 바보, 똥 싸기 대장, 오줌 싸기 대장! 싸기 대장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에잇." (본문 31p)

엄마가 "청거북 만진 손으로 아기 만지면 절대 안 된다!"라고 당부를 하고 잠든 기영이를 기훈이에게 맡기고 시장에 가셨습니다. 자고 있는 싸기 대장을 보니 너무 귀여웠어요. 숙제를 하다가 청거북을 갖고 놀던 기훈이는 기영이의 울음소리에 엄마가 하던 대로 분유를 타서 주었죠. 하지만, 기영이는 열이 나고 토하게 되고 잔뜩 겁이 난 기훈이는 엄마가 병원에 간 틈에 청거북을 들고 무작정 할머니 집으로 향합니다.

기훈이는 알게 됩니다.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입니다. 

"........기훈아, 기영이게는 지금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단다. 네가 기영이처럼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 할머니, 친척들까지 모두 너를 보살폈단다. 이제 기영이에게는 네 사랑이 필요해. 너는 기영이의 자랑스럽고 의젓한 형이니까." (본문 95p)



이 동화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작은 아이 때문에, 괜시리 큰 아이에게 짜증을 내곤 했던 부족한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고, 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이 동화책은 엄마인 저 뿐만 아니라, 큰 아이의 마음도 잘 다독여주었고, 엄마 아빠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7살에 태어난 내 동생 때문에 나도 기훈이처럼 속상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아기인 남동생을 하루 종일 안아주었고, 내가 뭐 해달라고 할때 동생이 울면 동생을 먼저 봐주었었다.
그래서 나 역시 기훈이처럼 엄마는 동생만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동생때문에 화가 났었다.
하지만, 엄마는 동생이 아기이기때문에 혼자 아무것도 못하기때문에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해서 그런거라고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었다.
솔직히 나도 속상하긴 했지만, 동생이 너무 귀여웠었다.
조그만 손과 발, 우는 모습도 귀여웠었다.
내가 엄마한테 "엄마, 내가 좋아, 진우가 좋아?" 하고 물어보면, 엄마는 내가 항상 일등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기훈이 엄마에게도 기훈이가 일등이라는 걸 기훈이가 빨리 느꼈으면 좋았을 텐데..




오래 전, 큰 아이가 이 동화책을 읽고 썼던 독후감의 일부입니다. 우리 가족의 모습이 이 동화책과 닮아 있기에 저는 이 동화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생이 태어나 힘들었을 제 딸을 위로해주고,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잘 이해해준 책이기 때문이죠.
몇 번이고 읽은 책인데도, 오늘 또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이 잔잔한 감동이 너무도 감사할 뿐입니다.

(사진출처: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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