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번의 감사 - 근위축증과 싸우는 소년과 선생님의 기록
아야노 마사루 지음, 박현석 옮김 / 하늘을나는교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KBS에서 방영되는 <인간극장>을 보다보면,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며 내 삶을 다시금 다잡아가곤 한다. 소소한 행복한 찾아가는 사람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노력하는 사람들, 평범하지만 행복을 꿈꾸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한켠에 뭉클한 감동을 준다. 간혹 불치병을 앓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과 함께 내 삶, 내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일본 후지 TV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다큐멘터리에 소개되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다시는 뛸 수 없고,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된 불치병인 근위축증을 앓는 15살 소년 쇼지 준의 실제 이야기가 <<900번의 감사>>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도 감동을 전해주고 있지만, 주인공 준은 지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곳에서 준은 자신의 발로, 자신의 힘으로 달리고 있기를 나는 바란다.

준은 고등학교를 입학한 친구 호리우치 쓰토무가 공부하기 싫다는 투정을 하자, 즐거웠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리가 이상해진 준은 자신의 병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몸이 불편한 학생이 다니는 요양학교에 가자는 엄마에게 준은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은 일반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준의 바람에 엄마는 준의 다리가 되어 일반 중학교에 보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다행이 중학교에서 준을 받아주어 엄마는 휠체어에 준을 태우고 등교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준을 등교시키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2시간마다 학교로 가 준을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다가, 다시 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를 매일 반복했다. 
준은 힘든 내색없이 학교에 적응했지만, 오도카니 혼자 있는 준의 모습이 담임 선생님에게는 안쓰러워보였다. 준의 엄마는 담임 선생님께 준의 병을 솔직히 털어놓았고, 그때부터 담임 선생님은 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쇼지, 선생님이 네게 꼭 주고 싶은 게 있다."

"이 공책에 말이지, 오늘부터 네가 생각한 일들이나 말로는 하지 못했던 것들, 고민, 기쁨, 선생님에게 상의하고 싶은 일, 무엇이든 좋으니 있는 그대로를 적어보지 않겠니.......선생님도 답장을 쓸 테니. 어때 쇼지! 쇼지와 선생님의 교환일기." (본문 61p)

옅은 파란색 표지에 검은 펠트로 ’희망’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쓰여진 공책은 그 뒤로 쇼지의 마음이 담기기 시작했다.
쇼지는 늘 마지막 줄에 <선생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라는 글을 적혀있었다.

준의 학교 생활이 처음부터 즐거웠던 것은 아니였다. 준을 염려해 두 시간마다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던 엄마는 친구 쓰토무가 자청하여 대신 해주기로 했다. 걷지 못하는 준을 업고 화장실에 가는 쓰토무를 놀리며 때리는 친구들이 있었고, 간혹 쓰토무는 준을 도와준 댓가로 다른 친구들에게 맞기도 했다. 준은 점심시간에는 열마리나 되는 조그만 송충이가 담긴 된장국을 먹어야 했고, 보통 학교에 다니는 준이 방해가 된다는 학부모의 전화는 준의 엄마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준을 도와준 쓰토무는 다른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어 ’화장실 4인조’가 탄생되기도 했다. 
준이 자신의 병에 대해서 알게 되고, 야마모토 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준의 병에 대해서 이야기 한 뒤에야 준의 학교 생활은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반 친구들은 번갈아가며 준을 업고 기비 고원으로 하이킹을 가기도 했고,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수학여행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은 준이 기껏해야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다닐 수 있다고 했지만, 준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
점점 글씨를 쓰기도 힘들어진 준이었지만, 선생님과의 교환일기는 끝까지 계속 되었고 준은 선생님께 900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야마모토 선생님과 준 사이를 3년 동안 왕복하던 일기는 6권 째 중간에서 끝났다. 준은 일기에 언제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준의 ’감사합니다.’는 900번이 되어 가고 있었다.
(본문 200p)

힘들었을 병과의 싸움에서 준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고,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2004년 쇼지 준은 기운이 다하여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준의 삶을 보면서 지금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것인가를 깨닫는다. 선생님이 준 용기와 친구들의 우정이 있기에 행복할 수 있었던 준을 보면서, 내 주위에서 나의 작은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의 관심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준은 짧은 생애를 살다갔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큰 희망을 보여주었다.우리에게 삶의 소중함과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준 준은 지금쯤 하늘에서 달리고, 걸으며 자신을 지탱해준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추억하며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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