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동자승처럼 순수한 느낌이 묻어나는 원성 스님의 미소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흐뭇해짐을 느낀다.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받기 전까지는 ’원성 스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종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책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짐은 물론이요, 원성 스님이 직접 그린 동자승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순수하게 만든다.
원성 스님이 동자승을 그리는 이유는 "동자승의 얼굴에 깨닫고 버리고, 버리고 텅 비어서 얻어낸 우주와의 합일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원성 스님이 그린 동자승을 담은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 속에 담겨있던 악한 기운이 사그러드는 느낌이 든다. 동자승 뿐만 아니라, 순수한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곤 하지만, 자연 속에서 근심없이 웃고 있는 동자승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여유를 찾게 된다.



자연과의 교감은 나라는 허울을 벗어 버리게 하고 가장 고요한 상태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섬세한 감각의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감관이 가라앉은 그 상태에서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주와 함께 호흡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지요.
작은 벌레들과 풀잎, 나무, 계곡의 물소리, 산의 청명한 기운, 그리고 대지....심장의 고동 소리, 근육의 이완, 에너지의 흐름과 같은 내 안의 것들이 그것들과 함께 숨을 쉽니다.
선명한 의식은 자연의 흐름안에서 나를 발견케 하고, 그러는 가운데 내 존재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참된 기쁨을 맛보게 되지요. 그러면서 허망한 감정의 벽과 어리석었던 관념의 벽이 무너져 내립니다. 오만과 편견, 아사으이 벽과도 같은 불필요한 내 안의 찌꺼기들이 사라집니다 거기에는 시간도 흐르지 않는 고요만이 함께합니다. 달밤, 벚꽃 흩날리는 길가에 앉아 자연에 스며드는 당신과 함께...(본문 107p)

자연이 마음의 욕심을 벗어버리게 도와주는 것처럼, 원성 스님의 글 속에서도 자연과 교감하고, 내 안에 담겨진 오만과 편견과 같은 악한 마음을 녹여준다. 종교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스님의 이야기를 있는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글을 읽다보면 편안해짐을 느낀다. 자연과의 교감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시끄러운 머리와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끼는 것은, 스님의 글 속에 묻어나는 맑음때문인 듯 하다. 

하늘과 땅, 대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갈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훌쩍 자신이 원하는 이상의 세계로 떠나려는 이들이여. 스스로도 이겨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그 누가 구원하겠습니까. 살아 있는 인연들의 가슴에 슬픔만을 안겨줄 뿐, 그들에게 슬픔을 안겨다준 태산같은 죄업을 또다시 짋어지게 될 뿐.
죽음은 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입니다. 삶은 내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할 때까지 끝까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인과의 법칙, 업, 이러한 불교의 교리가 구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원인이 있으면 결과 있다는 그 당연한 지리를 우리는 잊고 살아갑니다. 물론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있기에 그것을 못 견디고 죽음의 결과를 맺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 죽음이 다시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게 될 것임을 더 깊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본문 260p)

’죽고 싶은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글의 일부이다. 불교의 교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내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할 때까지 반복된다’는 문장을 통해서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은 내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우리는 삶을 통해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 할 수 있을만큼의 역경과 부딪치고 있기 때문에, 노력이 있다면 결코 죽음을 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표현해도 되리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련, 슬프고 외로운 고독, 고생스러운 인생에서의 절망 그리고 극복의 어려움...
그렇게 가시밭길과도 같은 인생을 사는 가운데 자기를 성찰하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커지며 깊은 지혜가 생기겠지요. 마치 인생을 두루 경험한 할머니의 깊은 눈빛과 고요한 미소처럼 말입니다. (본문 215p)





내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나의 과도한 욕심 탓인지 하루하루 일상에 쫓기며 살다보면, 바람이 주는 시원함과 햇살이 주는 따뜻함도 느끼지 못한 채 아둥바둥 살아가게 된다. <<거울>>은 휴식같은 책이다. 쫓기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로 도와주는, 그래서 거울 속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내 삶의 여유를 되찾아주는 책이다.

(사진출처: ’거울’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