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 마디 - 조안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조안 지음 / 세종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연예인이 쓴 책을 접할 때는, 좋은 책, 유익한 책도 많았지만, 왠지 모를 선입견을 먼저 갖고 책을 읽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책을 출간하는데 반하여, 배우 조안은 인지도 면에서는 좀 떨어지는데도 책을 썼구나. 하는 시덥지 않은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연예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를 출간하는데 반하여, 조안은 판타지 픽션을 소재로 책을 발간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잠시였다. 책 내용은 그 선입견을 덮어버렸고, 기묘한 이야기에 흠뻑 취했다.
더욱이 책 속에 담겨진 일러스트 역시 그녀가 직접 그린 작품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짱에서 이제는 배우, 감독, 시나리오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구혜선 못지 않은 재능이 그녀에게도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실 그닥 눈여겨 본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이 배우를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열 여섯편의 판타지 픽션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글이지만, 글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렬하고, 기묘하다. 책 속에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듯 하면서도, 내가 깨달은 바가 좀 부족한 알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이다.
그러나, 그녀가 뜨거운 심장, 따뜻한 마음 바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장이 없이 삭막해져 가는 세상, 사랑 대신 돈과 명예를 쫓는 우리들의 현실에 대해서 그녀는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날마다 커지는 심장을 갖고 살아가는 소년은 아빠 엄마의 한탄을 엿듣고는 슬픔에 빠졌다. 슬픔에 빠져 며칠을 울며 지내자, 커다랗던 심장은 사라졌고, 소년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심장이 사라지자 눈물도 사라져 버렸다는 내용을 담은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에 이어, [심장을 잃어버린 소년]은 깊은 여운을 준 작품이었다.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심장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소년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을 했다. 심장이 사라진 슬픔에 울고 있던 소년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된 부모님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부모님에게도 심장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잘 보렴. 우리도 심장이 없지? 심장이란 어릴 때는 있지만 어른이 되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거란다."
"나이 들어서도 심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어. 철이 없다고나 할까? 흐흐흐."
"그럼요. 그런 사람은 아주 나약할 거예요! 심장 따위 있어 봤자 툭하며 감상에나 빠지기 쉬우니까. 돈 벌고 성공하는 데 방해만 된다니까요! 호호호!"
"이제 우리 아들도 어른이 된 거야. 드디어 어른이 됐어!" (본문28,30p)
무언가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이, 커가면서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버린 내 심장을 향해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두근두근 뛰고 있는 내 심장은 지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심장일까? 돈과 명예를 쫓고 있는 차가운 심장일까?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글 속에서 강렬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그녀의 상상력과 기발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 개의 혀]에서도 그녀에 대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에게는 두 개의 혀가 있었다. ’진실의 혀’로 진실만 말하던 소년은 왕따가 되었다. 그 후 소년은 자신이 하는 말은 무엇이든 믿게 만드는 ’마법의 혀’를 이용해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된 소년은 온갖 달콤한 말을 ’마법의 혀’로 쏟아냈지만, 똑같이 마법의 혀를 가지고 있던 그녀를 얻지는 못했다. 그 때 소년에게 또 하나의 혀인 ’독설의 혀’가 솟아 올랐고, 소년은 소녀의 사랑을 얻게 되었다. 그 후 기자된 소년은 ’독설의 혀’를 이용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풀어주는 특종을 터뜨렸고, 그 후 당선이 유력한 국회의원 후보로 나갔지만, 독설의 혀는 상대 후보가 아닌 소년 자신을 향한 독설로 자신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다.
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 진실의 혀는 소년을 왕따로 만들었다. 결국 달콤한 말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말이 사람들과 어울리게 했다. 상대방을 향한 독설이 소년을 지탱했지만, 결국 독설은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말았다. 배우 조안은 [세 개의 혀]를 통해서 말이 주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달콤한 말에 속고 있거나, 독설로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의 열 여섯편의 글 중에서 나에게 큰 물음을 준 것은 [단 한 마디]였다. 아이가 없는 엄마는 매일 신에게 기도를 한 끝에 아이를 얻게 되었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의 꿈 속에 천사가 나타나 말하기를,
"네 아이는 평생 단 한 마디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 한 마디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으니 네가 잘 살펴서 알려 주어라." (본문 89p)
엄마는 그 뒤 아이에게 알려줘야 할 말을 생각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동안 아이는 점점 커 갔고, 엄마는 늙어 갔으며 결국 하늘나라에서 엄마를 불렀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을 때, 엄마는 아이에게 단 한 마디를 들려주었다.
"..........................."
여러분이 부모라면, 아이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시겠습니까? (본문 94p)
나는 아직도 그 한 마디를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의 물음에, 속시원하게 그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답답함을 느꼈다. 어떤 한 마디가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아이의 목숨도 구할 수 있을까?
아마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오랜시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책을 내려 놓은지 한참이 되었지만, 나는 저자의 물음이 뇌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 속에서 그녀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저 뛰고있는 심장이 아니라, 사랑이 가득한 따뜻한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판타지라는 소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여운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한 동안은 이 책이 주고 있는 감동과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 싶다.
특히, 나는 저자가 독자에게 물었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될 듯 싶다.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내 아이의 목숨도 구할 수 있는 단 한 마디. 엄마라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인 듯 싶다.
덧붙이자면, 연예인이 쓴 책이라고 해서 가져던 내 선입견을 깨뜨려 준 배우 조안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사진출처: ’단 한 마디’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