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문고판) -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 작품 수록 네버엔딩스토리 21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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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이었는지 자유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외운 -내가 기억하는 한 - 시는 윤동주님의 "서시"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서시’는 많은 분들이 애송하고 있는 작품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외운 시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처음 ’서시’를 접했을 때 느꼈던 알싸한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시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했던 어린시절에 ’시’에 대해서 알게 된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던 작품은 아니었던가 싶어요. 
아주 오랜만에 윤동주님의 시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에 청춘을 보냈던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과 암울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간직하고 있는 순수했던 감성이 시 속에 묻어납니다.

파아란 바다에 두 발을 담그고 웃고 있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 표지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교과서에 참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눈/산울림/오줌싸개 지도/굴뚝/편지/서시/별 헤는 밤 등등...
윤동주 시인의 작품에는 어린이가가 읽으면 좋을 법한 순수함이 가득 묻어나는 작품도 있고,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법한 청춘의 혼,민족의 혼이 담겨진 작품도 있습니다.
푸른책들에서 엮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윤동주 시인의 시 77편을 모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 제1부 해바라기 얼굴, 제2부 무얼 먹고 사나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작품 제3부 별 헤는 밤, 제4부 또 다른 고향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2부에서는 어린이들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주로 수록하였는데,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도 있지만, 암울했던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도 눈에 띕니다.
해가 금방 뜨면 일터로 나갔다가 얼굴이 숙어지어 집으로 돌아오는 누나의 얼굴을 담은 ’해바라기 얼굴’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표현한 ’고향 집’은 힘들었던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별나라 사람은 무얼 먹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마음이 담겨진 ’무얼 먹고 사나’, 시험공부 하기 싫은 마음을 담아낸 ’만돌이’ 등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키워줄 수 있는 작품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짧지만 시인의 마음이 크게 자리잡은 시를 통해서 어린이들은 짧은 글을 통해서 자신의 크고 넓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라는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될 듯 합니다.

무얼 먹고 사나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본문 51p)

3부,4부에는 윤동주 시인의 마음이 잘 투영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많이 알려진 작품 ’서시’’별 헤는 밤’은 많은 이들이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동심이 가득 담겨졌던 1부,2부와는 달리 조국을 잃은 안타까움과 마음이 많이 반영되었고, 운율보다는 자유형식을 많이 취하고 있습니다. 

별 헤는 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과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본문84,85p ’별 헤는 밤’ 중)

그동안 접해왔던 윤동주의 시는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에 이 시집을 통해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이 남긴 120여 편의 시 중에 3분의 1정도가 동시였다는 사실도 이 시집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런 동시들을 통해서 암울했던 그 시기에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저자는 이 동시들을 통해서 그 시절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인 신형건은 어린 시절에 처음 소유하게 된 시집을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늘 곁에 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어가는 딸에게, 이제 어린이가 된 작은 아이에게 그리고 성인이 된 저에게 늘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거 같아요.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왠지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따뜻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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