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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드라마의 영향때문인지 책 <미실>에서 배우 고현정의 카리스마를 찾게 된 듯 하다. 사실 드라마 속에서는 정치적 야욕이 많은 미실이 보여졌고, 배우의 눈빛으로 미실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에 압도되곤 했는데, 책 속에서 보여지는 ’미실’은 한마디로 ’팜므파탈’의 여인이었고, 어찌보면 미색으로 인해 박복한 인생을 살게 된 가련한 여인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서 이 책 역시 사람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했기에, 책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기대만큼의 흥미로운 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급했던 바와같이 책 속에서 배우 고현정을 찾으려고 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미실의 복잡한 인물관계도 때문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책 전반에 걸쳐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얽히고 섥킨 인물들의 관계도를 이해하기 위해 책 전반부에 소개된 ’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 참고표’를 자꾸 뒤적거려야 했기에 어쩌면 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 나의 이해력 부족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넌 누구와도 같지 않아. 미실! 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야.」 (본문 17p)
어린 미실에게 세상의 전부를 가르친 것은 할머니 옥진이었고, 미실이 열한 살이 되던 해부터 옥진은 좌우에서 떠나지 못하다록 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 아양을 떨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미태술과 가무의 비법을 전수하였으며, 세상은 미실을 일컬어 백화의 영검함을 뭉쳤고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기를 모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미실의 용도는 빼어났다.
「너는 어미에서 다시 그 어미로 이어진 대원신통(大元神統)의 혈맥이도다. 인통(姻統)은 지상의 신을 몸으로 모셔 왕위를 보전하는 지극한 임무를 지녔으니, 네 몸은 의지를 앞서 의무에 충실해야 하느니라!」 (본문38p)
어찌보면 미실, 미실이 사랑했던 사다함, 그리고 미실을 사랑했던 세종이라는 삼각관계를 가진 역사를 배경으로한 로맨스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운명에 충실했던 한 여인의 애끓는 삶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소태후는 아들 세종을 색도로 이끌 여인을 직접 고르는 연회를 베풀게 되고, 세종은 연회에 참석한 미실에 매혹되었고, 미실을 사랑한 세종은 후에 미실이 진흥제의 부인이 되어 궁을 떠나기를 요청하였을 때도 미실을 위해 기꺼이 그러했다.
「어머니는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무섭도록 현명하고 냉철한 분, 당신의 경고가 옳았습니다.」
「미실을 탐내어 취하고자 하는 순간 영원히 빼앗겨 잃고야 말 것이라고, 그녀의 운명까지도 떠맡아 제 운명이 바뀌리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결코 그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말이 옳으리란 건 그때 이미 알고 있엇습니다. 하자만............못난 아들은 지금도 미실을 미워하지 못합니다. 정을 넘어서 영을 장악당한 저에게 어떤 선택의 권리가 남아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도 원망할 자격이 없습니다.」 (본문 174,175p)
반면 세종과 혼인한 미실은 지소태후의 노여움으로 출궁을 하게 되고, 기력을 잃었던 미실은 사다함을 사랑하게 된다. 사다함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미실을 잃고 병을 얻게 된 세종으로 인해 지소태후는 다시 미실을 궁으로 불러들여 미실과 사다함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미실은 한순간 모든 것을 잊었고 모든 것을 새로이 깨달았다. 사랑을 얻고 잃고 붙잡고 놓치는 일에 앙알대던 계집애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중략) 이제부터 진정한 여인이 된 그녀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터였다. 낯설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본문 131,132p)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고자 하는 사도황후와 미실의 수작으로 미실과 동륜의 정사를 시작으로 미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색을 이용하기 시작한 듯 보인다. 노련하고 지혜로운 남자의 본능으로 미실의 위험함을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었던 진흥제 역시 미실에게 매혹되었고, 미실의 간사함에 현혹되고 말았다.
「미실, 너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구나. 세상에 너와 나, 오로지 우리의 사랑이 있을 뿐이구나!」 (본문 173p)
일별만으로 남자의 혼을 빼앗는 미실은 점차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아 갔으며, 자신의 무궁한 독력을 깨달았다. 후회조차 치욕으로 느끼면서 자신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에 충실했던 그녀의 삶의 방식이었다.
아들의 죽음에 미실이 연류된 것을 알게 된 진흥제를 떠난 미실을 다시 받아들인 세종, 그러나 미실에 대한 열망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거둥하여 미실을 찾는 진흥제 그리고 사다함을 닮은 이복동생 설원랑에 이르기까지 미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이라는 능력을 이용해 권력과 사랑을 거머쥐었다.
미실은미모와 색을 통해서 권력을 얻었고, 자신의 운명을 이끌어 간 당찬 여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박복한 운명으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여인이기도 했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실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야욕과 그로 인한 권력다툼 등에 대한 긴장감이 너무도 부족했고, 반면 미실의 정사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 여인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려는 모습보다는 색을 이용해 남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점에 중심을 실어둔 듯하여, 그 시대 미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는 많은 차이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아쉬운 부분이 드라마 속에서 보강되어지고 있었기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미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혈연 관계나 혼인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실이 지소태후와 사도황후의 권력 다툼 속에 있었기에 복잡한 관계도를 형성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복잡한 관계 설명으로 인해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었고, 드라마에 대한 호평으로 기대가 너무도 컸던 만큼, 아쉬움도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