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커피프린스 1호점
이선미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한때 꽤나 인기있던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청해본 적이 없었다. 워낙 인기있던 드라마였기 때문인지 드라마의 일부분이 다른 프로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자료화면으로 보여지곤 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느낌이나 주인공들의 성격 등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일부분으로 드라마 내용의 전부를 평가하기는 어렵지 싶다. 가수였던 윤은혜가 배우로서 큰 인기를 얻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얻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 공유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두 사람에는 특별한 드라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제는 조금 사그러든 지금에야 나는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은찬이라는 캐릭터때문에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나 역시도 한결이처럼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보이시한 느낌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은 한업이 여린 소녀인데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그 현실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스토리 전개나 주인공의 캐릭터는 로맨스 소설에서 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남장여자를 통해서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고, 잘나디 잘난 재벌집이라는 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출생의 아픔을 가진 상처입은 남자로 차별화를 두었다. 식상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작가는 조금씩 다른 소재를 첨가하여 캐릭터들의 변화를 주었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남 주인공인 한결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을 통해서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의 가장이 된 은찬은 늘 사고만치고 다니는 동생 은새의 뒷치닥거리와 귀하게 자란 탓에 남편을 잃고도 현실을 극복하지 못해 우아함을 잃지 않는 엄마를 돌보며 살아간다. 낮에는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새벽에는 우유 배달과 시장에서 커피를 팔면서 겨우겨우 생활을 이어나간다.
동아그룹의 재벌 3세인 한결은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다투는 집안싸움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신을 늘 엄하게 대했던 아버지와 한 집에서 사는 것이 싫은 한결은 호텔에서 기거하며 즐기면서 살아가지만, 어린 시절 알게된 자신의 출생의 비밀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한결은 사촌 형 한성이의 전 약혼자 유주의 핸드백을 날치기 당하던 날, 날치기범을 쫓아가 핸드백을 찾아주었던 은찬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은찬이 540도 돌려차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던 한결과 엄마가 친구의 4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려 돈이 필요했던 은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사 경영권으로 인한 할머니의 제안으로 작은 커피 전문점을 열게 된 한결은 하림, 선기, 낙균 그리고 은찬을 종업원으로 기용하고, 커피프린스를 3개월이내에 3배의 매출을 내기 위해서 애쓴다.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과 한 식구처럼 지내는 은찬으로 인해서 한결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신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은찬에 대한 마음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진학 문제로 가출을 한 하림, 호스트바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나온 선기는 로맨스 이외에 이 소설에 또다른 느낌을 주는 역할이다. 진학으로 인한 가족과의 대화 단절과 부모의 억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기와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전혀 다른 곳에서 어울려 일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선기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뒤늦게 자아 발견한 케이스인가?]
"에에? 게이라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는데요?"
[속단할 일은 아니고.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 증세가 더 심해지면 우리 병원에 한번 와보라고 해. 야, 근데 얼마나 예쁘게 생긴 놈이기에 그런다니? 네 나이면 차라리 확 진도를 나가보라 그러지. 당연히 여자 쪽 경험도 있을 거 아냐?]
"있죠."
[그런 경우에는 가변운 신체 접촉 같은 걸 시도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걸.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막상 포옹하거나 키스까지 진도를 나가면 뜨악할 수도 있으니까. 일종의 자기 환상에 사로잡힌 걸 수도 있어. 미소년에 대한 호기심 같은 걸 수도 있고...] (본문 303p)

은찬에 대한 마음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한결의 코믹스러운 모습과 한결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은찬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있어,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였을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늘 다른 사람에게 화이팅을 해주고, 배려해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은찬의 모습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굉장히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이다. 혼자서도 6인분을 거뜬히 먹고, 먹는 것이라고 사죽을 못 쓰지만 마음만은 여성스러운 은찬의 모습이 드라마 속 윤은혜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오해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국 이해와 사랑으로 결말되어지는 로맨스의 속성인 해피엔딩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다툼도 많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두 주인공 한결과 은찬의 모습이 순정만화와 같은 느낌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참 즐겁고 행복했던 책이었다. 왜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되었는지, 왜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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