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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의 여름 ㅣ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평점 :
배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 프레드의 모습이 수채화와 어울러져 호수의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표지에서 느껴지듯 이야기는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고, 열여섯살이 된 프레드 역시 그렇게 조심스럽게 성장해가고 있다.
는 말더듬이 프레드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괜한 화를 내고 있었다. 엄마를 잃은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프레드를 주눅들게 하는 아버지로 인해서 프레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프레드 아빠만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 1900년대초 사랑한다는 표현보다는 부모라는 권위를 앞세우는 것이 더 부모답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그 시절에 볼 수 있는 아버지들의 대표적인 모습이었겠지만, 프레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그 모습에 왠지 짜증이 났다. 기다리기를 잘 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내 모습을 대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04년 8월 2일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프레드릭은 동생들과 함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사는 퍼스에서 지내게 되었다. 퍼스에서 할아버지의 배를 타고 태이 운하를 따라 리도 호수로 가면 ’서니뱅크’라고 이름 붙힌 외할아버지의 여름 오두막이 바로 프레드가 지낼 곳이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프레드가 대신 성취해주길 바랐던 바람은 프레드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숱한 징후들로 인해서 그저 당신의 직물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가업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것으로 그치게 되었다.
"이래선 안 돼, 프레드릭. 너한테 가장 좋은 곳은 곳은 도시에 있는 일터란다. 그곳에서 넌 맞서 싸워야 해. 강해져야 한다." (본문 21p)
말더듬이 프레드 때문에 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되는 아버지 때문에 프레드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런 프레드가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버지는 늘 프레드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고, 프레드는 더 주눅이 든다. 아버지는 호수에서 프레드가 한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할머니는 프레드에게 감색 가죽노트로 된 엄마가 쓰던 일기장을 건네주고, 프레드는 호수가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일을 쓰게 되는데 단락단락마다 프레드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그 일기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프레드는 삼촌에게 배를 모는 법을 배우고, 가족들 앞에서 멋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등 모든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나간다. 늘 아버지의 따가운 눈초리와 억압으로 인해 주눅 들었던 프레드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는 이 곳에서 마음 편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에 듣게 된 낡은 오두막의 살인자 올리버의 이야기와 가슴 떨리는 첫 사랑을 시작하게 된 프레드는 오두막을 둘러싼 모험과 사랑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된다.
리드 호수가에 땅을 사기 위해 호수로 오게 된 아버지는 프레드의 마음이나 생각과는 무관하게 여름이 지나면 재봉일을 배우라고 말한다.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만큼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있는 프레드는 결국 아버지에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쪽 일에 조금도 흥미가 없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었다..(중략)..내 길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그 말은 내 입에서 나오지 못할 거다. 그래도 난 시도했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두 눈이 불거지고 입이 비뚤어졌다. 아버지는 그런 날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시도해 봤자 소용없었다..(중략)...밤이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버지 얼굴에 번지는 흡족함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프레디의 커다란 문제를 풀고 난 것이다. (본문 197p)
프레드는 첫사랑 노라를 통해서 어린 시절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로 정신을 놓곤하는 아담스 할아버지를 알게 되고, 오두막의 실체를 점점 알아가게 된다. 낡은 오두막을 사려는 아버지와 살인자 올리버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프레드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더듬지 않고 말하게 된다. 오두막의 진실을 낱낱히 파헤치려는 아버지에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평생을 힘겹게 살아온 악몽의 희생자인 아담스 할아버지를 위해 진실을 덮어두는 것이 최선이라 여기는 프레드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아빠’ 대신 처음 ’아버지’라고 외치는 자신이 부쩍 크고 느름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 사랑의 상처를 이겨내고, 재봉사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마음을 아버지에게 말하게 된 프레드는 그렇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성숙해진다.
늘 그렇듯 책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프레드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위압적인 모습만을 보이려고 한다. 그것이 프레드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는 수영하자는 아이들의 요청에 초췌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에게
"이제 자네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라고 애들한테 시키지 말게나. 내가 보니 자네는 반쯤 얼어 있군. 내 옆에 여기 그냥 앉아 있게나." (본문 207p)
라는 말로 프레드의 일기 속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듯 말씀하셨고,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아담스 할아버지 역시, 프레드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준다.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드러난다’라는 글귀가 새긴 프레드의 시계처럼 오두막의 진실도,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프레드에 대한 마음도 드러났다. 여름을 보내게 된 호수에서 프레드는 사랑과 아픔 그리고 아담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진실을 통해서 내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아름다운 호수를 둘러싼 프레드의 심경 변화는 살인자 올리버의 전설만큼이나 흥미로웠다. 프레드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낯설고 떨렸던 아버지 역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프레드가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압적인 행동으로 드러났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 프레드와 자신의 나약한 점을 드러낼 용기를 얻게 된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이끌어냈다.
수채화로 그려진 아름다운 호수 풍경만큼이나 프레드가 보낸 열 여섯살의 여름은 너무도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