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스 걸 ㅣ 베이언의 소녀들 1
섀넌 헤일 지음, 공경희 옮김 / 책그릇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섀넌 헤일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이 모험을 통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주로 판타지 형식으로 엮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프린세스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한 [프린세스 시리즈] 역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구스 걸>>은 마치 프린세스 시리즈의 후속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베이언의 소녀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출간되었고, 프린세스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터라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 또한 사뭇 컸으며, 표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제목에서 풍기는 호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용을 읽다보면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결과까지 치닫는 과정이 흥미로웠기에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뻔한 결말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소녀가 성장해가는 과정이 담겨진 거짓말같은 환상적인 판타지가 그 과정을 잘 보듬어주고 있었다.
말에는 ’사람의 말’’동물의 말’ 그리고 ’자연의 말’ 세가지 가 있는데 킬덴리의 왕위를 이어받게 될 공주로 태어난 ’아니도리-킬라드라 탈리안나 이질리’(이후 아니)는 ’동물의 말’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시절 이모와 지냈던 아니는 백조와 말하는 법을 배우고, 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편치 않았다.
자신을 가장 잘 위로해주었던 왕 아버지의 죽음으로 왕위를 이어받게 될 거라 생각했던 아니는, 전쟁을 피하기 위한 어머니와 베이언 총리와의 약속에 의해 베이언의 왕세자와 결혼을 해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의무감에 마지못해 왕세녀 노릇을 했던 아니였지만,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베이언을 향해 떠나게 된 아니는 베이언에 다다를 무렵 셀리아와 호위병 운골라드의 반란으로 인해 홀로 남게 된다. 베이언의 왕에게 셀리아의 음모를 알리려했던 아니는, 궁에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성벽 너머 초원에서 거위 치는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킬덴리의 상징인 금발을 숨기고, ’이지’라는 이름으로 거위 치는 일을 하던 아니는 왕자의 호위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게릭과 사랑하게 되고, 마흔 명의 일꾼들과 어울리면서 베이언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아니는 거위 치는 일을 하면서 ’자연의 말’ 을 깨우치게 되면서 바람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러나 점점 좁혀지는 셀리아와 운골라드의 포위망에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아니는 그들에게 쫓기다 겨우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반란으로 죽은 줄 알았던 탈론과의 만남,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편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용기를 얻은 아니는 왕자와 셀리아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셀리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여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아니는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베이언을 위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일들이 사실이라면, 제가 뭘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자, 이젠 지난 세월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울지 마라.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은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될 몫이란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알아낼 만큼 똑똑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지." (본문 122,123p)
아니는 자신과 킬덴리를 믿지 않는 베이언의 왕과 총리대신에게 창 하나 던지지 않고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림 형제의 동화 [거위 치는 소녀]의 기본틀에 판타지를 섞어 공주에서 거위 치기로 전락한 현실에서 좌절하지 않고 현실을 꿋꿋이 헤어나가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나약하기만 했던 아니가 강한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은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깨닫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로맨스와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로 담겨진 이야기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들만을 위한 책이해도 좋을 것이다.
막막한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뻔한 결말과 프린세스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식상함을 섀넌 헤일의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매력으로 보상하고 있다.
(사진출처: ’구스 걸’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