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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ㅣ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그래, 하긴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하고 싶어 해야 잘하는 거지. 그림도 공부도......그걸 다 겪어서 알면서도 왜 자꾸 잊어버리는지 몰라." (본문 122p)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 대목입니다. 어린시절 지금처럼 공부에 대한 시달림이 극심하지 않았을 때에도,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학교 시험때문에 슬펐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험 점수로 좋은 아이, 나쁜 아이로 구분지어지는 어른들의 평가가 싫었던 그때를 분명이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된 요즘 시험 점수로 아이들을 평가하게 됩니다.
왜 자꾸 잊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받았던 상처를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유치원에 다닐 때는 궁금한 게 많아 아주 특별한 아이라고 칭찬을 받고 ’호기심 천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준석이는 학교에 입학하자 규칙을 잘 안 지키는 문제 있는 산만한 아이로 낙인찍혔습니다. 학원을 뺑뺑이 돌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무언가를 상상할 기운조차 없어졌습니다.
엄마가 공부 잘하는 앞집 서현이 엄마를 알게 되면서 엄마 마음속에 잠들던 시험 괴물이 깨어났고, 준석이는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학력평가 대비 시험 결과를 나누어 주던 날, 서현이는 또 100점을 맞았고 준석이는,
"68점. 넌 공부랑 원수졌냐. 공부 좀 해라. 공부해 남 주냐고." (본문 22p)
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70점 이하는 남자서 보충 학습을 한다고 하니 준석이는 정말 속상합니다.
우연히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계를 줍게 된 준석이는 친구들과 미래를 들여다보고 학력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컨닝을 의심하는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수업시간을 대비해 친구들과 모여서 미리 공부를 한 탓에 아이들은 선생님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계를 잃어버렸던 미래의 시간 경찰관 아저씨가 나타나면서 아이들은 또다른 국면에 맞게 되죠.
미래의 수업 시간을 미리 들여다보지 않고 아이들은 진짜 공부를 해서 실력을 쌓아야 미래 감옥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선생님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친구들이 모여 서로서로 가르쳐주면서 공부를 했던 것처럼 아이들은 조를 짜서 서로의 공부를 돕기로 했습니다.
"근데 이상해. 엄마가 하라고 하라고 할 땐 정말 지겨워 죽겠었는데 우리끼리 알아서 서로서로 도와주며 하니까 그래도 죽을 맛은 아냐.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풀어 알게 된 걸 선생님 말대로 글로 적어 두니까 안 까먹어. 전에는 틀림없이 알았는데도 자꾸 잊어버렸는데."
"나도 그래, 왜 진작 이런 걸 몰랐지? 난 요즘 선생님과 엄마한테 칭찬까지 받으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모를 수밖에. 언제 어른들이 우리가 스스로 공부하게 내버려 둔 적 있어? 만날 공부하라고 닦달하니까 하고 싶은 맘이 들다가도 싹 달아났잖아. 안 그래?" (본문 112p)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웠고, 공부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말처럼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닦달에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고, 학원을 뺑뺑이 돌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아빠는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했는데 왜 엄마는 나한테 100미터 달리기처럼 쉬지 않고 달리라는 건지 도통 알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헐레벌떡 마구 뛰어가면, 고등학교에 갔을 때는 이미 숨이 차고 지쳐서 결승점까지 갈 수나 있을까요? (본문 45,46p)
이 동화책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썼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린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느낍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다그치며 자꾸만 앞서 가라고 채찍질을 해왔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저에게도 끔찍한 시험 괴물이 살고 있었나 봅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싫어하던 시험 괴물을 왜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오늘 이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사진출처: ’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