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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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은 끝없는 도전으로 현실로 승화시킨다. 끝이 없는 인간의 상상력은 분명 머지 않은 미래에 ’바이센테니얼 맨’ ’A.I’ ’아이 로봇’처럼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은 영화 속에서 흥미로운 소재로 사용되는 부분이겠지만, 미래에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될지 모른다. 세상은 그렇게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로봇은 점점 진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해리포터 시리즈’’트와일라잇 시리즈’’미드나이터스 시리즈’ 등 판타지 소설에 푹 빠진 딸아이에게 이 책 역시 구미가 당기는 책이였다. 

로봇을 통해 SF 영화는 흔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지만, SF 동화라는 장르는 사실 좀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동화 속에서 간간히 판타지를 가미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동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곤 했다. 그래서일까? 딸아이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닥 손이가지 않았다. SF와 동화가 어설프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선입견 때문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다음부터는 선입견으로 책을 판단하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SF 동화라는 장르를 저자가 확실히 정립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SF 영화를 흉내낸 동화가 아니였다. SF를 가미하여 동화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용기와 희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모든 인공 지능 로봇과 컴퓨터에게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한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90년이 훌쩍 넘은 2100년 이후의 세계이며, 달로 여행을 가고, 화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책임 지수 등급(즉, 자신을 위해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에 따라 사람의 등급)에 따라 알파인, 베타인, 감마인, 델타인으로 나누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여느 때처럼 길지 않은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야무지게 올려 묶은, 작고 또랑또랑한 두 눈을 가졌으며 두 뺨은 발그레한 나로는 2103년산, 모델 번호 NH-976, 제품 고유 번호 5970841의 로봇이다.
엄마를 따라 우주 도시를 가려던 나로는 지구 연방법 조항의 개정으로 우주 여행이 금지됐고, 엄마는 할 수 없이 나로를 로봇 보관소에 맡겨두고 우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로봇 보관소에 맡겨진 나로는 우주 정거장에서 소란을 피운 공룡 로봇 루피를 만나게 되고, 엄마와 함께 루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로는 어린이 로봇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던 나로 아빠는 벨타인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개량 시술이나 인공 심장을 달지 않았다. 생명을 돈으로 사야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혼자 남게 될 엄마를 위해서 나로를 데리고 온 것이다. 로봇은 절대로 엄마보다 먼저 떠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루피를 알게 되고 로봇의 별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나로는 엄마를 떠나게 된다.
인간은 자신들의 노예로 삼기 위해 로봇을 만들고, 로봇은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에 의해 자신을 해치는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끔직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로봇의 별은 바로 인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로봇만의 나라이며, 달과 지구 사이의 거대한 은빛 도시다.

"여기, 마음이 있어요. 우린 인간과 닮도록 만들어졌잖아요. 우린 생각과 감정을 갖도록 만들어진 거잖아요. 인간과 함께 살면서 점점 더 인간을 닮아 가잖아요. 우린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니에요. 아니, 강아지나 고양이라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왜 인간에게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인간들은 왜 멋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왜 인간이 모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왜.........."

"나로야.""그래서 넌 그냥 그렇게 살아갈 작정이냐?"

"네?"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살아도 좋으냐?"
(본문 64p)

"미안해. 난 참.........이기적이었어. 내가 혼자 남겨지는 게 그토록 두려웠으면서 네 걱정은 하지 않았던 거잖아. 인간이랍시고 너보다 훨씬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내 생각만 한 거야. 내가 떠나고 네가 혼자 남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도........참 다행이야. 이렇게 네가 떠날 수 있게 되어서." (본문 101,102p)

나로는 바이러스로 로봇의 3원칙을 삭제후, 나로엄마의 도움으로 루피와 함께 로봇의 별로 향한다. 순탄치 않은 모험 속에서 로봇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감마인, 델타인을 만나게 되고, 지구 연방 정부와 싸우는 저항군인 횃불들을 만나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나로의 모험이 2권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으나, 그에 따른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환경 오염과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빈부의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먼 미래, 더 많은 과학의 발달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 책처럼 빈부와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며, 인간의 생명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경제적인 능력으로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이 곳은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려는 야욕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점차 진화되는 로봇을 만들고 함께 살아가면서 결코 공존하지 않으려는 인간들로 인해 결국 로봇은 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과연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흡사 미래를 다녀온 듯, 미래의 모습이 펼쳐져 있는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사람하고 똑같이 생겼어도 이건 로봇이야.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고. 애초에 부려먹기 편하게 만들면 그뿐이지. 왜 인간이랑 똑같이 만든답시고 난리들인지, 원."

"인간한테는 그런 본능이 있거든. 신을 흉내 내고 싶은 본능이랄까? 신이 자신을 닮은 인간을 만들었듯이 인간도 저를 닮은 로봇을 만드는 거라 이거지. 천지 창조를 따라 하느라 화성에다 강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다고 난리법석이잖아. 뭐, 하느님과는 달리 인간의 천지 장조에는 돈이 잔뜩 든다는 게 문제지만."
(본문 29p)

SF가 가지고 있는 흥미로움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의 50%밖에 읽지 않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돈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 생명의 소중함마저 사라져버린 미래, 그리고 사람과 로봇을 지배하려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SF라는 소재가 그 무거움을 한층 읽기 쉽도록 융화시켜 준 듯 싶다.
미래를 대비해 우리가 과연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나로는 우리에게 그 숙제를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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