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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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뭐라고 생각해?

요즘 ’~입니까’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해답을 알려주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해답을 찾게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이렇게 질문을 하는 책과 마주하게 되면, 책을 읽기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내게 가족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가족이 맞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겠지만,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 거 같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족이 뭔지도 모르면서 가족이냐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나는 구성원에 대한 자신감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편과 나 그리고 내 두 아이들은 내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대한 가족이냐는 질문에만 자신감을 갖고 있는게다. 과연 우리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으로서의 어떤 의미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책은 이것을 묻고 있는것일게다. 가족입니까.

요즘 우리 사회는 핸드폰은 필수용품이 되었다. 소통의 수단인 핸드폰은 정말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책 표지에는 핸드폰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내일부터 중간고사인데도 친구들과 끊임없는 문자를 주고받는 딸아이를 보면서, 핸드폰을 뺏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 충동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은 뒤였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같은 상황과 대면하면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리라. 핸드폰을 소재로 한 4편의 이야기는 ’가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한다. 4명의 작가가 공동작업을 한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지만 핸드폰 광고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이야기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족의 의미를 이끌어내었다.

쌈박기획은 마두테크놀로지의 광고를 따내었다. 그들은 가족은 소중한 것, 가족은 따뜻한 것이라는 광고를 제시하여 가족폰의 판매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회사의 사활이 달린 중요한 사안에 봉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빠 엄마 아들 딸 네 명의 구성원인 가족을 내세워 서로 문자를 통해서 가족간의 새로운 의사소통을 내세운다.
딸에 대한 과욕이 넘치는 엄마에게 이끌려 다니는 예린은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인 보호막이자, 가로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하철 표 한장도 제대로 끊지 못하는 예린은 엄마가 십육년동안 만들어낸 ’나’와 싸우고 있다.
자아가 없던 예린이 가족폰 광고를 통해서 스스로의 꿈을 꾸고, 자아를 만들어간다.

"엄마, 나 좀 그냥 나둬요. 나도 할 수 있다고요. 엄마는 내가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지만 아니라고요. 엄마가 내 손 내 발 내 생각 다 묶어 놓고 있었다고요....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판단하도록 나둬요. 그럼 엄마는 소질 없는 애 끌고 다니느라 힘든 걸 참을 필요 없고, 나는 가족들이 참는 걸 미안해할 필요도 없잔항요. 제발 엄마!" (본문 43,44p)

쌈박기획의 팀장인 안지나는 ’가족은 폭력이자 야만이다.’라는 느낌으로 광고시안을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는다.

"그게 무슨 뜻이지 설명이나 들어 봅시다."

"설명이 필요하다고요? 모르는 척 내숭 떨지 마세요. 보이지 않는 폭력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곳이 바로 가정이잖아요.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만 있으면 이기적인 요구나 미성숙한 행동도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사회 분위긴 또 어떻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은 폭력이자 야만이 맞는 것 같은데요." (본문 66p)

광고시안을 퇴짜맞고 안팀장은 팀원들과 새로운 광고를 모색하게 된다. 회의 중에 몇 번씩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애써 무시한 것은 자신의 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엄마의 전화가 그닥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 안팀장은 새 광고의 엄마 역할을 맡으면서 엄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게 된다.

엄마 문자 보낼 줄 아셨어요?
앞집 선미 엄마한테 배?다. 그런데 좀 느려. 상비읍 상시옷도 못하게고. (본문 102p)

엄마, 엄마한테 나는 뭐유?
뭐긴 뭐야 넌 내가 ㅅ슬 수 없는 한 글자야 ㅋㅋ

문자로 쌍디귿 쓰는 법을 모르는 엄마에게 내가 얼마나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인지를. 눈가에서 열이 뭉근히 올라왔다. (본문 105, 106p)

지나는 엄마와의 문자를 통해서 엄마가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엄마가 오랫동안 손발이 찼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된다. 
한편 아들 역할을 맡게 된 재형은 핸드폰으로 엄마와 다툼을 하고 이모 안팀장 집으로 가출을 감행했다가 모델이 되었다. 모델이 되면 신형 핸드폰을 주겠다는 이모의 말에 넙죽 모델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십만원이 넘는 핸드폰 요금으로 엄마와 말다툼 끝에 엄마는 핸드폰을 변기에 던져버렸다. 그일로 가출을 감행한 재형에게 신형 핸드폰은 희소식이였다.

"철종망 쳐 놓은 것 같아 다가가기도 힘들다며? 당신이 사과하지 않으면 그 철조망이 더 견고해질 텐데...."

"자식들이 말이라도 걸라치면 핸드폰에 코 박고 눈길 한번 안주니 그러지. 핸드폰을 지 에미애비보다 더 끔찍하게 생각한다니까. 핸드폰 처치하고 나니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내가 다시는 핸드폰을 사 주나 봐."

아~ 핸드폰 때문이었던 거다. 우리가 철조망을 두르고 있다고 느꼈던 건. 엄마도, 참. 핸드폰에 질투심을 다 느끼고..(본문 159p)

재형은 우연히 부모님의 말씀을 엿듣게 되고, 모델비로 받기로 한 신형 핸드폰을 과감히 거절한다.
아빠 역할을 맡게 된 박동하는 요즘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는 빈집 때문에 화가 나있다. 동네 생협 매장일로 늦게 들어오는 아내와 학원이다 머다해서 늘 늦는 딸 때문에 박동하는 아내와 딸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박동하는 아내나 딸은 그 집 안에 당연히 포함된 어떤 내용물 같은 존재라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광고를 찍으면서 박동하는 집은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아내나 딸에게도 엄연한 둥지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는 것도 낡은 집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래 묵어서 편하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여기저기 닳아서 자꾸 탈이 나고 손을 보아야 하는 집 같은 존재들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자꾸 고치고 돌보면서 살아가야 하겠지. (본문 214p)

우리는 가족이기에 하지 않고 넘어가는 말들이 많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기 쉬운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물쩡 넘기고 만다. 
책 속에 광고 캠페인은 "지금 하세요." 다. 얼굴을 보며 쉽게 할 수없는 말들,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말들이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소통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가슴속에 담겨졌던 것을 내뱉으면서 예린은 자아를 찾았고, 재형은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며, 안지나는 엄마와의 문자를 통해서 엄마를 더 알게 되었다. 소통이 없다면 가족의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 현 문화에서 소통은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내세우고 있다.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문자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해결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에게는 가족이 안식처가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구속이고 폭력이고 부속물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떤한가?
나는 엄마라는 권력을 내세워 구속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내 소유물로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가족입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서 나는 내가 그동안 가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였다. 내가 가족에 대해서 범하고 있는 오류를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 된 듯하다. 핸드폰 광고모델이라는 소재로 가족에 대해 잘 이끌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4편의 이야기가 따로 그러면서도 함께라는 느낌을 동시에 주면서, 4명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각각의 가족의 의미가 제대로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가족입니까'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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