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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님은 왜 항상 남자 편만 듭니까?" (본문 197p)
책을 읽다가 가장 큰 의문을 가진 내용이였는데, 누군가 대신 물어 주었다. 스님 왈, 질문자가 가장 빠르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답해주셨다. 가장 빠르게 행복해지는 방법은 과연 아내가 "네네, 알겠습니다" 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일까?
어떤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인해서 가정이 평화로와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 과연 정말 가족 모두가 행복한 것인지 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나는 정말정말수행이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사랑의 결실로 귀엽고 예쁜 아기가 생겼으니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해야하고 더 많이 행복해야 하는데, 결혼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실망과 스트레스가 쌓여가면서 나는 과연 행복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법륜 스님 말씀처럼 배우자와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우리는 늘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데,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고 상대방에게 실망하게 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서 덕을 보려하고,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결혼 생활에 실망을 하게 된다.
요즘은 결혼이 ’거래’가 되어가고 있다. 학벌이 좋고, 집안이 좋고, 인물이 좋으며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려 한다. 온전한 사랑으로 하나의 가족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결혼을 통해서 나를 업그레이드 시킬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이 조건적 결혼이 결국 결혼에 대한 회의를 주고 있는 게다.
법륜 스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결혼의 행태에 대해서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허나, 좋은 조건을 갖춘 남자와 결혼을 하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성 역시 배우자에게 이끌린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올 게 왔구나’하고 담담하게 생각할 수 있는 수양을 쌓아야 한다는 말씀이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깨끗하게 헤어지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게 될 경우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결코 행복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하여 이익을 따지고 조건을 따져서 한 결혼 생활에서 남편의 바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카르마로 여기고 수행이 필요하다는 스님의 말씀에는 공감하기가 참 어렵다.
결혼할 때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줘서 덕을 좀 보게 해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상대에게 이익만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쉽게 실망하는 겁니다. (본문 208p)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했던 부모,조부모 세대의 결혼은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기에 그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사랑도, 조건도 없었던 그 결혼이 행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부모의 치맛폭에 싸여 자신의 결혼 상대자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젊은이들을 질책할 수 있으나, 자식의 결혼을 조건을 따져 결혼시키려는 부모는 자신의 결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스님의 말씀은 고개를 끄덕이며 큰 공감을 일으키다가도, 마음 문장에 가서는 좀체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신다.
성질 급한 남편과 살때는 여자는 ’네네 알겠습니다’ 하면 된다고 하신다. 물론 옳은 말씀이다. 성격을 고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성질 급한 남편의 성격이 고쳐지기를 바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성격을 온전히 받아주면 편안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그게 싫다면 성질 급한 남편에게 성격대로 대하고 남편이 급한 성격때문에 쓰러지게 된다면 10년정도 똥오줌 받아내면 된다는 스님의 말씀은 너무 카르마를 앞세워 여자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듯 하다.
결혼 13년차이지만, 여전히 남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기에, 법륜 스님의 말씀이 내게 제대로 전달되어지지 않은 것 같다.
자기 합리화일지는 모르지만,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고, 그렇게 되어가도록 노력을 한다.
그 노력 속에서 남편과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그 기대감으로 인한 실망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꼭 가족을 옥좨하고 구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런지.
성질 급한 사람은 아내가 동조를 잘 안해주면, 나이 들어서 실핏줄이 터지든지 뭐가 터져가지고 드러눕게 됩니다. 그럼, 한 10년쯤 남편의 똥오줌 받아내는 일을 해야 될 거예요. 안 그러면 빨리 이혼을 하든지. 그냥 성질대로 살면 남편으로부터 과보를 받게 됩니다.
(중략)
그러니까 "알겠습니다"하고 항상 맞춰 주는 게 나아요. (본문 149,151p)
삼십대 중반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성격수양이 부족하고, 넓은 마음을 갖지 못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님의 말씀이 자꾸 거슬리는가보다. 스님 말씀처럼,
’당신이 돈이라도 잘 벌면 맞춰 주겠는데 돈도 못 버는데 성질까지 부린다.’ (본문 151p)
라는 식의 생각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가족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 그러나 희생없이 서로 양보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은 아닐까?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인해 가족의 화목은 결국 곪아터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싶다.
요즘은 어떤 시대인가?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기 보다는 가족의 엄마, 아내라는 자리에 권위를 심어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 만족할 수 있어야 좋은 아내이자 엄마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로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지금은 현모양처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역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스님의 주례사>>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욕심’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욕심, 직위에 대한 욕심, 돈에 대한 욕심이 결국 화를 미치게 되고, 결혼에 대한 만족감도 행복감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독자들을 좋은 말씀으로 인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여자들에게 카르마를 이용해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문구에 조금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욕심’을 통해서 불행해지는 삶의 진리와 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잘못된 결혼의 조건에 대한 일침에 공감을 느낀다. 결혼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함께 서로 조화를 이루어 이끌어 가야한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스님의 말씀은 반의 공감과 반의 모호함으로 다가왔다.
무교이지만 부모님의 종교가 불교이기에 불교에 강한 호감을 갖고 있는 터라, 종교에 대한 반감이라고 하기는 억지스럽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 스님의 이야기였고, 모두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말씀이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
공감과 공감하지 못하는 차이를 떠나서, 오늘 가족을 향한 내 마음과 내 결혼 생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