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8
김혜리 지음, 이량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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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기다려주기’다. 내 기준에 맞추어 아이들이 따라와주고, 내 기대치만큼 아이들이 결과물을 보여주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아이들을 힘들고 지치게 한다. 잘 아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어른인 나의 기준에 맞추어 아이들을 다그치고,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게 되면 ’버럭’하게 된다.
제목 ’버럭 아빠’를 보면서 ’버럭 엄마’인 나는 뜨끔할 수 밖에 없었다. 

우진이는 처음부터 ’문제아’였던 것은 아니였다. 문제의 시작은 장애우 병수였지만, 선생님은 자초지종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고, 우진이를 몰아 세웠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반이 따로 있는 학교에서 두 주에 한 번씩 합반을 하던 날, 자신의 노트를 엉망으로 만든 병수때문에 우진이는 야단을 맞아야했고, 그 뒤로는 장애인 친구들을 무시하게 되고, 공연히 윽박지르게 되었다.
평범했던 우진이는 덩치 큰 희섭이가 어울리면서 학원을 빼먹게 되었고, 엄마의 잔소리가 많아지고, 숙제를 안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결국 부모님이 학교에 자주 다녀가게 되고 결국 ’문제아’가 되고 말았다.
성질이 급한 아빠는 학교에 다녀온 뒤로 우진이에게 고함을 치는 일이 많아졌고, 집에 오는 시간과 학원 오가는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우진이를 옭아맸다. 결국 우진이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말았다.



음료회사에서 진행했던 여행 이벤트에서 아빠가 당첨이 되어 우진이는 아빠와 단 둘이 유럽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 여행에서 만난 또래 친구가 장애우여서 우진이는 짜증이 났다. 유럽에 도착하고 장애우인 석주네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고, 버럭 아빠는 석주와 우진이를 비교하는 일도 종종 생겨났다. 그럴때마다 우진이는 화가 났지만, 병수 때문에 생겼던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오른손에 나이프를 그리고 왼손에는 포크를 쥐고 어설프게 칼 질을 하는 석주는 몇 번씩 포크와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렸지만, 석주는 다른 사람들처럼 양손으로 식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석주 아빠 역시 석주를 기다려주었다.
그런 석주와 석주 아빠의 모습을 여행을 하는 내내 보여졌고, 석주와 석주 아빠를 보면서 버럭 우진 아빠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우진이 역시 석주를 보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잘 못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 우진이 정말 의젓하더라. 솔지깋 집에서 떠날 때는 아빠가 은근히 걱정했거든. 여행 내내 짜증내고 반항만 하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여행하면서 보니까 걱정할 게 전혀 없더라고. 오히려 아빠 성질 급한 거나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석주 아빠 보면서 내가 배울 게 많았거든." (본문 108p)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석주와 아직 꿈을 갖지 못한 우진이는 여행을 통해서 친해지게 되었고, 우진이는 알약 삼키는 게 제일 싫다는 석주를 위해서 석주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하는 약을 만들어 주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공부도 못하고 ’문제아’라고 찢힌 자신을 고백하면서 우진이는 진심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친구가 생긴 것에 기뻐했다.
그리고 석주와 우진이는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유럽으로 다시 배낭 여행을 오기로 약속했다.



이 동화책에서는 장애우 석주네 가족을 통해서 우진이와 우진 아빠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유럽을 배경으로 여행이라는 소재로 재미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유적지 곳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남아냈기 때문에 유럽의 여행장소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고 있다. 우진이가 ’문제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진이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던 어른들에게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다는 볼 수 있었다. 유럽 여행을 통해 석주네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은, 버럭 우진 아빠와 문제아 우진이에게 큰 행운이 아니었던가 싶다. 우진에게는 장애우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고, 꿈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계기가 되었고, 우진 아빠는 석주 아빠를 통해서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석주와 우진이네 가족을 보면서 ’기다려주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린이들 역시 석주와 우진이를 통해서 장애우에 대한 시선과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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