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카페 일기 2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ㅣ 다카페 일기 2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12월
평점 :
어느 날 문득 책장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의 앨범을 발견하고 사진을 훑어보기도 하고, 컴퓨터 파일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의 사진을 넋놓고 쳐다보기도 한다.
현실 속에 내 아이들과 나를 보면서 ’행복’을 떠올리는 일을 좀체 어렵다. 퇴근 후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다보면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여 해야할 일을 하기에도 바쁘다.
그러다 우연치않게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행복’을 떠올린다. 처음 걸음마를 하고, 처음 글씨를 쓰고, 처음 책을 읽은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찍어 둔 사진 속에는 행복이 가득 묻어난다.
아마 그날도 모두 하루하루 시간에 쫓겨 살고 있던 오늘의 ’하루’와 별반 다를 바 없었을텐데도 말이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은 늘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늘 놓치고 살아가고 있음을 사진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다카페란, 평범한 3DK(방 셋, 거실, 주방) 맨션, 즉 이 가족의 집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1999년부터 인터넷을 사진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블로그는 큰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는 하루 접속수가 7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돼지의 행동학을 전공하는 그는 취미는 많지만 외출하기 싫어하고 특기는 방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고 한다.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개 두마리와 살아가는 이들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과 한두줄의 짧은 글귀가 전부이지만 이 가족의 행복과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언제나 사고를 치는 장난꾸러기 아들 하늘, 숙제를 하지 않아서 혼난 딸 바다, 낮잠자는 아내와 개의 모습.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
바다, 하늘, 와쿠친, 단고
그리고 아내를 촬영했습니다만,
천성이 외출하는 걸 싫어해서
주로 집 안이나 집 근처에서만 찍었습니다.
하루하루 물 흐르듯이, 내일도 모레도
부디 잔잔히 흐르길 기도하면서. (저자의 말)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우리가 평소에 많이 하는 행동, 아이들을 통해서 많이 보아 온 모습인데 사진을 통해서 보는 그들의 모습은 왠지 또 색다르다.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는 자와 소소한 행복을 찾지 못한 채 더 큰 행복만을 추구하려는 자의 마음만으로도 이렇게 틀려지는가보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가끔 흔들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이 더욱 도드라진 사진을 만나게 되고, 멋진 풍경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사진을 종종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때 당시에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뒤늦게 사진 속 우리 가족들의 웃는모습을 본 후에야 깨닫는다. 그것이 사진이 주는 매력인가.
그러다 문득, 잘 찍지 못한 내 사진과 모리 유지가 찍은 멋드러진 사진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가족’이 주는 행복은 어떤 사진 속에서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자주자주 잊어버리곤 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과 가족이 있어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이 가족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사진 한장 한장이 주는 행복함과 사랑이 그리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참 부럽다. 멋드러지게 사진을 찍을 줄 아는 그의 실력이,
행복, 사랑 그리고 웃음소리를 전부 담아낼 수 있는 그의 실력이.
나는 행복하다. 비록 멋드러지게 찍을 수 있는 사진 기술이 없을지라도 행복해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사진 한장이 소중하는 것을 깨닫게 되어 더욱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력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사진출처: ’다카페 일기2’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