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청상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그에 따라 나도 타인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음에는 한 치의 여유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뒤질새라 혹은 누군가에게 빼앗길새라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우리 마음속에는 욕심과 이기심이 자라고 있으며 또 그만큼의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허나, 우리는 그 상처가 타인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누군가를 원망한다. 정작 그 상처의 주범은, 내 마음 속에서 자라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한 것임을 우리는 망각하며 살아간다. 

오직 독서 한 가지 일만이 위로는 족히 성현을 뒤쫓아 나란히 할 수 있고, 아래로는 길이 뭇 백성을 일깨워줄 수가 있다. 그윽이 귀신의 정상을 환히 알고, 환하게 왕도와 패도의 계책을 이끈다. 날짐승가 벌레 따위를 초월하여 큰 우주를 지탱한다. 독서야말로 우리의 본분인 것이다. 맹자가 말했다. "대체大體를 기르는 자는 대인이 되고, 소체小體를 기르는 자는 소인이 되어 금수에 가깝게 된다." 생각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는 데 있어, 몸뚱이가 채 식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없어지는 것은 짐승일 뿐이다. 짐승 되기를 바랄 것인가? (본문 122p)

나는 독서를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얻으려 한다고 말한다. 시계초바늘을 따라 쫓기듯 살아가는 하루 일과 중 독서는 내게 작은 여유를 허용한다. 그리고 좀더 나은 나를 그려보게 한다. 독서는 욕심가 이기심이 자라고 있는 내 마음속에 조금의 숨통을 트이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요즘 내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하루하루 일과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었고, 내 마음 속에는 조금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았다.
얼마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5~8개의 정신과질환의 진단을 받았다는 토니 안은 ’내려놓음’을 읽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내려 놓을 용기를 가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내게 필요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책을 찾게 되었고, ’정신을 맑게 하는 청정한 울림’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이 책을 꺼내들었다.

사실 초반부 어려운 고어와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면서 읽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복잡한 머릿 속이 더욱 엉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책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일이 상당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려놓지 못한 것은 이 책이 내 숨통을 트이게 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릿 속에 잘 들어오지 않은지라 읽은 구절을 다시 읽고 다시 읽으며 몇 번이고 되새기도 난 뒤, 비로소 조금씩 책이 읽히기 시작했다. 

열심히 읽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제대로 읽어야 한다. 효율적으로 읽어야 한다. (본문 129p)

경세 - 정신을 맑게 하는 이야기
수신 - 몸과 마음을 닦는 공부
처사 - 대인접물의 바른 태도
치학 - 공부의 방법과 태도
독서 - 책을 어떻게 읽을까?
문예 - 시문 창작과 문예론
학문 - 학문의 엄정함, 토론과 연찬
거가 - 거처의 규모와 생활의 법도
치산 - 재산 증식과 경제활동
경제 - 경국제세와 경세치용

정치가, 과학자, 문학가가 아닌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삶에 대한 성찰과 충고’를 열가지 주제에 따라 나누어 그의 어록을 정리하였고, 그 어록에 따른 저자의 감상이 함께 수록되어있다.

내게 없는 물건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저것’이라고 한다. 내게 있는 것은 깨달아 굽어보며 ’이것’이라 한다. ’이것’은 내가 내 몸에 이미 지닌 것이다. 하지만 보통 내가 지닌 것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람의 뜻은 성에 찰 말한 것만 사모하는지라 건너다보며 가리켜 ’저것’이라고만 한다. 이는 천하의 공통된 근심이다. (본문 16p)

눈앞의 즐거움은 안 보이고 자꾸 남의 떡만 크게 보인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생각은 저기에 가 논다. 내 손에 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은 지가 참 오래되었다. 더 가지고 다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하다가 가진 것을 다 잃는다. 기쁨은 먼 데 딴 데 있지 않다. 즐거움은 코앞 발밑에 있다. 그것을 찾아라. (본문 17p)

땅은 달아니지 않는다. 하지만 땅문서는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수시로 주인이 바뀐다. 변치 않을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지, 고작 땅 주인 되는 데 인생을 걸어서야 되겠는가? (본문 29p)

사람의 끝없는 욕심을 질책하는 다산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참 많은 것을 탐내고 있었으며, 그 욕심으로 인해서 마음을 다스리기보다는 물건을 다스리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되새기고 곱씹을 때마다 내 마음이 조금씩 숨을 쉬는 듯 했다.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에 대한 부끄러움에 문득 얼굴이 붉어져옴을 느낀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왔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두 아들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마음을 글 속에 담아 그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랐던 다산의 글은 각박한 이 세상에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양손에 쥐려고 했었다. 마음은 다스리지 않고 재산만을 탐하려던 부덕함을 느끼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며칠동안 힘들었던 머릿속이 조금 편안해지는 듯 하다. 그렇게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또 조금 부족함을 배우고, 가진 것에 대한 행복함을 알고,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책을 읽고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일게다. 끝없는 배움과 깨달음을 얻기 위함! 그렇게 부족한 나를 조금씩 다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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