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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기욤 뮈소의 어떤 작품을 읽어보아도 그의 작품들은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곁들이자면 기욤 뮈소의 작품은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놓칠 수 없는 빠른 전개와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기욤 뮈소의 작품들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이런 매력때문은 아닌가 싶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는 내가 5번째로 접하는 기욤 뮈소의 작품이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전달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과 현실을 초월한 미스터리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것은 뛰어난 영상미와 독자들이 결코 예상치 못한 결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인생은 ’운명’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죽을 운명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조금은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음을 맞이 한 날을 다시 살게 된다면 나는 죽음을 피해서 살아갈 수 있게 될까? 저자는 삶과 죽음이라는 운명에 대해서 반복된 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 에단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똑같은 하루를 되풀이해 살고 있다면...오늘이야말로 당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된 선택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군요." (본문 中)
문득 책을 읽으면서 빌 머레이,앤디 맥도웰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그리고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주연의 [이프 온리] 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서야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프 온리]는 반복되는 하루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과 흡사하다. 만약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난 뒤에, 똑같은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과거의 어떤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게 될까? 오늘 하루가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잘 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 애써 싸우려고 할까?
당신은 겨우 스물세 살이지만, 당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삶에 이미 발목을 잡혀버렸다.오래전부터 당신은 주위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껴왔다. 그렇다고 당신이 가족과 친구들을 경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과는 다르다.가난하다는 사실이 주는 굴욕감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마리사나 지미는 그 사실에 고통스러워하는 대신 이런 말로 자위한다.
"우리는 가난할진 모르지만 적어도 행복하잖아."
정말 그럴까? (본문 中)
스물세 살의 에단은 현실을 부정하며 사랑하는 친구와 애인을 두고 자취를 감춘다. 15년 뒤 <뉴욕 타임스>에 자신의 얼굴이 실리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는 현재의 삶을 모두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떠난다.
그리고 10년 후 에단은 자신과 함께 있으면 그녀가 위험해진다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때문에 사랑하는 셀린 팔라디노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다시 5년 뒤 에단은 센트럴파크의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워크 앤 토크’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인기있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아침 8시 자명종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침대 옆에 잠을 자고 있었고 술에 취해 어제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NBC의 비중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되어있던 에단은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서둘러 나왔다가 자신의 최신형 쿠페 차가 파손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성공리에 방송이 끝나고 사진촬영차 자신의 병원에 방문했을 때 셀린의 청첩장과 자신을 찾아와 상담을 요구한 소녀의 자살로 그의 삶은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설상가상으로 도박빚으로 손가락이 짤리고 병원에서 알수없는 자에게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아침 8시 자명종 소리에 놀라 일어났을 때, 에단은 생생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와 파손된 차, 수술로 봉합된 자신의 손가락을 보면서 반복된 어제의 오늘 하루를 바로 잡으려고 애쓰지만, 소녀의 죽음을 막을 수도, 청첩장을 보내온 셀린을 다시 만나는 일도 어느 것하나 바로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총을 맞고 다시 죽음을 맞이한 에단은 아침 8시 자명종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현재의 삶에서 도망치려 했던 에단은 두번째 오늘에서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서 맞서 싸우지만 어느 것하나 운명을 바꿀 수 없고, 세번 째 오늘 에단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기 시작한다.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삶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구실일 뿐이죠."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입니다."
"카르마(업)의 법칙인가요?"
"그래요. 선한 행동은 복에 이르고, 악한 행동은 고통을 부르지요."
우리는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삶을 좌우하는 건 운명인가, 카르마인가? (본문 中)
작가는 운명을 따르는 자와 카르마를 따르는 자를 내세우면서 독자들에게 삶이 무엇인가를 되씹어보게 한다. 운명을 따르는 자 커티스는 운명을 맞서 싸우려는 자 중에 아무도 이긴자가 없다며, 에단의 반복되고 있는 하루가 무의미함을 알려주었지만, 에단은 자신의 죽음보다는 자신의 딸의 죽음과 사랑하는 셀린에게 자신의 진심을 알리는 일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에단은 자신의 과거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달램으로써 삶을 바꾸어보지만, 자신의 죽음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승리하지 못했다. 죽음이란 결국 내가 태어났을때 운명지어진 것일까? 내일 나의 죽음을 예견한다면, 나는 오늘 하루 어떤 과거를 용서받아야 하며, 어떤 이들의 상처를 달래주어야 할까?
어디로 도망쳐야 고통스런 과거의 그림자, 현재의 이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본문 中)
누구나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점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의 잘못된 선택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 삶은 카르마와 운명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한 행동에 대한 복과 악한 행동에 대한 고통은 삶을 통해서 우리가 겪어야 할 것들이며, 죽음은 운명에 의해서 결정되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의 운명은 결정지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의 노력과 사랑과 선한 행동으로 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죽음은 어떤 것으로 비켜갈 수 없다는 것! 결정되어 있는 삶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것인가?
에단처럼 행복과 사랑없이 그저 경제적인 부와 명예만 있다면 그 삶은 죽음 앞에서 행복할까?
유리벽에는 온통 모순으로 가득 찬 약하고 외로운 한 남자의 지친 얼굴이 비쳐 보였다.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서서 슬픔과 수치심에 번민하는 남자, 내면의 아우성과 싸우며 성공의 외길을 향해 달려온 한 남자의 얼굴이.
철저하게 기획된, 친절하고 능력 있는 정신과의사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결국 진정한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만 셈이 아닌가? (본문 中)
죽음에 이르러서야 진실된 사랑을 찾으려는 에단의 쉼없는 인생 싸움이 숨가쁘게 진행되어간다. 동양적인 색체를 가미하고, 미스터리적인 반복되어지는 삶을 통해서 진실한 사랑을 말하고 있으며, 살아가는 동안 나의 행동은 결국 죽음의 문턱에서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죽음이라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죽음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에단을 통해서 느껴본다. 저자는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보아왔던 공통점을 가진 주인공들을 내세웠지만, 앞서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로 사랑과 삶을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삶과 사랑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죽음 앞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카르마와 운명. 결코 삶에서 이들은 간과할 수 없는 삶의 이치가 아닐까?
(글 출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