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티클리어와 여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7
제프리 초서 원작 | 바버러 쿠니 그림, 개작 |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4세기의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며 외교관으로 일했던 체프리초서의 1390년대에 쓰여진 <<켄테버리 이야기>> 중 수녀원장이 들려 준 이야기로 등장하는 <<챈티클리어와 여우>>를 저자 바버러 쿠니가 개작한 작품이다.
1390년대 작품이라 그런지 기독교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중세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삽화와 교훈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바지런하고 알뜰한 과부와 두 딸을 소개하며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세장에 걸쳐서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이 과부의 조그만한 뜰에 사는 챈티클리어라는 수탉이다.
챈티클리어의 목소리는 교회오르간 소리보다도 맑았고, 동 틀 무렵 첫 울음은 시계보다도 정확했다.
볏은 최고급 산호보다도 붉었고, 가장자리는 성곽처럼 삐죽삐죽했으며, 부리는 흑옥처럼 새까만데다가 반들반들 윤이 났고, 발가락은 하늘처럼 푸른빛이 돌았으며 발톱은 백합보다도 하앴고, 깃털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멋쟁이 수탉은 암탉이 일곱 마리나 있었고, 자기 궁전을 거니는 왕자처럼 위풍 당당했다. 

챈티클리어는 풀숲에 납작 엎드려 있는 여우를 보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꾀많은 여우의 말에 깜빡 속고 말았다.

"내가 여기 온 까닭은 딱 한 가지, 댁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라오. 사실 댁은 천구의 천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잖소. (중략) 나에게 영광스러운 자비를 베풀어 노래 한 곡 불러 주시지 않겠소?" (본문 22p)

챈티클리어는 여우가 시키는대로 발끝으로 한껏 곧추서서 목을 아픙로 쭉 내뻗고는 두 눈을 꼭 감고 목청껏 "꼬끼오"를 외쳤고, 여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챈티클리어의 목을 덥석 물고는 숲 속으로 냅다 달아나버렸다. 
여우 입에 물려 가던 챈티클리어는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여우가 말을 해서 입을 벌리도록 유도했고, 여우가 입을 벌리기가 무섭게 입을 빠져 나와 높은 나무 위로 퍼드득 날아올랐다. 
여우는 다시 수탉을 꾀려고 했지만, 여우에게 다시 속을 챈티클리어가 아니였다.

"하느님은 똑바로 지켜보아야 할 때에 두 눈을 감아 버리는 자에게는 절대로 은총을 베풀지 않으십니다."

그러자 여우는 말했다.

"하느님은 잠자코 있어야 할 때에 참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는 자에게는 불행을 주시지요." (본문 35p)

여우는 숲 속으로 달아나 버렸고, 수탉을 물고 간 여우를 쫓아오던 과부는,
"남이 아첨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았겠지?" 라고 말하며 수탉은 어리석음을 질책한다.

챈티클리어는 자만으로 여우의 아첨에 속아넘어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행이 용기를 갖고 지혜로 순간을 모면했고, 달콤한 말에 속은 오만이 얼마나 그릇된 행동인지 알게 되었다. 분명하고 깨끗하게 그려진 삽화와 곁들여진 교훈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다만,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하고 힘든 작품은 아닌가 싶다. 오히려 자만과 오만으로 가득한 어른들에게 읽혀주고 싶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탉 챈트클리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외에 부수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유치 단계의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힘들지 않을까 싶다. 불필요한 이야기로 인해서 중심적인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출처: ’제프리초서의 챈티클리어와 여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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