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꽤나 인기있던 작품을 벼르던 끝에 장마로 묵직한 느낌을 주는 여름 밤에 읽기 시작했다. 장마의 끈적임과 다르게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산뜻하기만 하다.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 극히 평범한 한 젊은이의 청춘일기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대학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2% 부족한 듯 순박해 보이고 헛점이 보이는 청년이다.
도쿄에 도착해서 택배로 올 이불을 걱정하는 요노스케는 아직 시골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촌놈이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요노스케의 따뜻함과 언제나 ’Yes"라고 해줄 인정많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저 같은 놈은 기껏해야 자기 소개할 때 할 말이 요노스케의 유래 정도뿐인데.:
"무슨 소리야. 앞으로 온갖 것들이 늘어날 텐데." (본문 21p)
입학식 날 복도의 수 많은 문들 중 어디로 들어가야할 지 모르던 요노스케는 금병풍을 두른 단상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총장 뒤통수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밖에는 내세울 것이 없었던 요노스케에게 대학은 하나씩 추억을 만들어가는 곳이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 되었다. 입학식날 만난 구라모치와 아쿠쓰 유이에 이끌려 관심도 없던 삼바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고,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됴코에서의 생활을 이끌어 나간다.
청춘 소설이나 혹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주인공의 일상이 우리의 현실과 틀리지 않다는 점이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잔잔한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노스케와 그 친구들이 미래를 찾아가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내용에서 저자의 탄탄한 구성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구라모치와 아쿠쓰 유이가 대학생활을 벗어버리고 부모가 되어버린 원인과 과정, 요노스케의 여자친구였던 부족하고 남부러울 것 없었던 요코가 국제연합 직원이 되어 난민 캠프에서 일하게 된 원인과 과정,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요노스케가 사진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 등이 잔잔한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사소한 계기를 통해서 이끌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요노스케가 대학생활을 보내는 1년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 곳곳에는 20년 후 먼 훗날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간간히 그려내고 있다.
"어떤 사람...."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당시 모습 그대로인 요노스케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쇼코가 좋아했을 정도면 틀림없이 멋진 사람이었겠지?"
"멋진 사람? 아냐, 전혀. 웃음이 나올 만큼 그 정반대인 사람."
"그래?"
’그렇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여러 가지 것들에 ’YES’라고 말해줄 것 같은 사람이었지."
"..........물론 그래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런데도 ’NO’ 가 아니라 ’YES’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 (본문 428p)
18살 대학생활을 시작한 요노스케처럼 18살 나에게도 삶의 계기가 있었던 나이였다. 그 계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그 계기들과 그때 만난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껴본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변화하는 다양한 내면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내용에 흥미를 갖고 있고, 등장인물에 투영시켜서 쓰고자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 中)
그렇다면 저자의 그런 신념이 이 작품 속에 잘 드러났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조금은 맹한 구석이 있고, 조금은 어리숙한 면이 보이는 요노스케를 통해서 사람들은 변화했고, 요노스케 역시 변화했다.
그것은 20년 후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 생각했던 시간들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들 속에서는 조금씩 내 삶이, 그리고 내 마음이 변화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 삶이 조금씩 변화될 것이며 그것을 통해서 나는 좀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라고 여겼던 하루하루가 꽤 소중한 나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셈이다.